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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미 여행

플라야 델 카르멘(해변 산책과 우연히 마주친 하늘을 나는 볼라도레스)

2024년 3월 3일과 5일
 

약 한달가량의 멕시코 여행
쉬엄 쉬엄 다녔다고는 하지만 하루도 뭔가를 안한 날은 없었던 것 같다.
여기에서는 그냥 쉬어가자고 마음 먹었다.
아침 저녁 해변을 걷는 것 만으로 운동을 대신하고
이 집처럼 아늑한 숙소에서 그냥 쉬는 것.
누군가는 해양 액티비티를 열심히 하는 곳이지만 
우리는 그저 바다에 발과 몸을 담그고 걷는 것만으로 만족한다.
 

그동안 다녔던 멕시코의 어느 곳 보다도 집들이 번듯했다.

마트의 물건들도 수준이 달랐고.

 

우리도 이 마트에서 고기 등을 사다가 오랫만에 포식을 했다.
와인도 한잔.

 

3월 5일(화)
 
오늘 밤이면 멕시코 마지막 날이다.
여기 동네가 너무 좋고 집이 너무 좋아서 떠나기가 아쉽다.
쉬면서 해변 산책하고 건강한 음식 먹고.
충전이 되는 느낌이다.
아침 해변 산책하다. 어제 만난 중국계 캐나다 여인을 또 만났다.
그는 부부가 캐나다 추워서 여기 따듯한 곳에 와서 두달간 살고 있다고..
내일이면 캐나다로 돌아간단다.
우리도 내일 과테말라로 간다니까 좋은 여행 하라고 하면서 헤어졌었다.
그러다 저녁에 우리가 마지막 해변 산책을 하는 데 또 만났다.
아침,저녁으로 해변 어싱을 하는 부부.
넘 친근하다.

아침 6시 50분 일어나 세수도 안하고 해변으로 나갔는데 막 떠오르는 해를 보았다.
일출. 그저 기분이 좋아진다.

갓 떠오른 해의 신선한 빛을 받으며 걷는 길. 그 맛이 꽤나 괜찮다.

 
 

오랫만에 집에서 책보고 인터넷하고 널럴하게 지냈다.
그러다 4시쯤
어제 간 하얀 성당이 보고 싶어 거리를 걸었다.
 
거리는 여전히 관광객과 호객꾼으로 들떠 있었고.
그 들떠있는 거리 한 귀퉁이에 성당은 여전히 순결하게 있었다.
성당안의 사람들도 진지했고.

제단을 유리로해 놓아 예수상 뒤의 푸르른 녹음이 너무나 아름다운 곳. 그 발상이 좋았다.
우린 이 모습을 보려고 낮에 다시 온 것이고.
 
성당에 들어가 잠깐 기도 하고 나와 돌아본 훈다도레스 공원은
해변의 사람들과 계단의 사람들이 어우러져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그런데 이 공원에서 뜻밖에 '하늘을 나는 볼라도레스(voladoes-하늘을 나는 사람들)'를 만나게 된 것이다.

몸을 밧줄로 묶고 높은 기둥에서 공중 회전을 하면서 뛰어내린다.
멋진 포즈로 공중 회전을 하면서 뛰어내린다.
 

볼라도레스는 아스텍 이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전통 놀이로,
베라크루스 주의 토토나카(Totonac)족의 놀이에 그 기원을 두고 있다고 한다.
토토나카족은 고전기 250년 경,엘 타힌(El Tajin) 피라미드 신전을 짓고
베라크르수 해안 지역에서 문명을 발전시켰단다.
토토나카족은 비를 기다리는 마음과 풍요를 기원하는 일종의 제천 의식을 지내면서
하늘에서 땅으로하강하는 신의 모습을 새가 공중을 선회하면서
땅에 내려 앉는 모습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니까 볼레도레스는 일종의 종교적인 행위인 셈이다.
당시에는 30미터 높이의 나무 기둥을 세워놓고 네명의 볼라도르가
기둥 꼭대기로 올라가 공중에서 13번을 회전하면서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한다. 
네명의 볼라도르가 13번 공중을 돌면 모두 52번이 되는데, 
이는 세상의 주기를 상징하는 중요한 숫자란다.
 

하늘을 나는 볼라도레스

절묘한 기회에 볼라도레스를 만나게 되어 너무나 좋았다.
푸른 카리브해를 배경으로 그들이 날아 내려 올 때 환상적인 느낌마저 들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걸음이 둥둥 떠가는 것 같다.
오늘 마지막으로 해변을 나갔다.
매번 발을 적시며 걷기만 했던 카리브해에 이번에는 몸을 담그어 보았다.
파도가 세서 몸이 몇번이나 나둥그려졌다.
그래도 마음은 신기하게 붕붕 뜬다.

나랑 같이 파도에 몸을 내동댕이 쳐진 동료들. 같이 넘어지면서 마구 웃었었다.

 
이제 멕시코를 떠나 과테말라로 갈 채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