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제주살이(2021.4.26~5.25)

사계해변-송악산-알뜨르 비행장- 하모해수욕장까지(5-17)

2021년 5월 16일(일) 하루종일 비바람.

오늘은 우리 동네에서 밭담길을 걸어서 과오름을 거쳐 고내봉까지 걸어갔다 올 예정이었다.

그러나 아침부터 비바람이 심상치가 않다. 그래도 우비를 입고 걸어보자하여 길을 나섰다.

얼마 걷지도 않아 비바람이 거세 바지도 다젖고 신발도 다 젖고 하여 저녁산책길인 해모살 해변에서 턴하기로 하였다. 

간 김에 빵집에 들러 귤찐빵 등을 사고 마을 입구의 편의점에서 제주위트에일을 사들고 들어오고 말았다. 

그리고는 집에서 빈둥 빈둥. 집에 있다보니 잠이 쏟아져 제주 온지 처음으로 낮잠도 자고 전도 부쳐먹고 테라스에 나가 비오는 밭담을 멍 때리며 보기도 하고....이런 것들도 참 좋다. 그냥 빈둥거리는 것. 먼바다뷰와 제주 밭담이 정겹게 내려다보이는 방안에서....

오후 5시쯤 저녁을 해먹고 비가 그친 듯하여 산책을 나섰는데 또 비가 내린다. 서둘러 회귀.

오랫만에 수영장을 가보니 사람들이 없어 한산했다. 수영을 해본다.

한동안 쉬었더니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듯한 수영솜씨.

오늘같이 집에서 죽치고 노는 날이 있어. 제주 한달살이의 방은 좀 넉넉한 크기가 좋은 듯 싶다.

이렇게 뷰도 있으면 좋겠고.

 

2021년 5월 17일(월) 흐려 걷기 좋은 날.

작년에 완주하지 못한 올레길이 -1이었다. 

올 제주한달살이에서 이 1-1,7-1,10-1,14-1,18-1의 길을 가고자 했지만 집을 한림 귀덕리에 짱박아 놓다보니

여의치가 않다. 이 근처 오름들과 집근처의 길을 걷는 것이 좋아 먼길을 떠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겨우 도장을 찍은 것이 근처의 14-1. 이 길이 좋아 두번이나 걸었고...

오늘은 큰 마음 먹고 7-1을 걷고자 202번 버스를 타고 떠났었다.

그런데 버스 안에서 마음이 바뀌어 버렸다. 서귀포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어 중간 지점인 사계리에서 내리고 말았다.

지난해 너무도 좋았던 길. 사계해안길과 송악산 둘레길을 걷는다. 이슬비가 내리지만 걷기는 너무도 좋다.

산방산과 형제섬을 보면서 걷는 길. 도중에 지질 트레일도 있다. 사람 발자국 화석과 동물 발자국 화석이 있는 길.

그리고 이어진 송악산. 처음 만났을 때와 달리 지금은 완연한 관광지다. 군것질 거리도 많고 멋진 카페도 많고..

지난해에는 사진 찍느라 엄청 더디 걸었는데 이번에는 넓은 보폭으로 빠르게 걸으며 스캔한다.

흐린 날씨라 찬란한 전경은 없지만 나름의 로맨틱한 분위기는 있다. 

이 길에는 산방산이 계속 따라다닌다. 바닷길에서도 언덕길에서도 그리고 너른 들판에서도.

송악산 둘레길이 끝나고 나서는 작은 숲길을 걷다가 4.3의 아픔이 그대로 남아있는 섯알 오름을 만난다. 

우린 그 곳에서 들꽃 하나를 따서 검정고무신안에 바치고 묵념을 했다. 다시는 이런 아픈 세상이 오지 말기를....

섯알 오름 근처 알뜨르 비행장에도 가보고.

이제 너른 들판을 걷는다. 감자꽃이 피어있고 무꽃도 무리지어 있고. 보리밭도 있고, 검은 흙이 기름져보이는 밭들도 있고. 그 밭들 저 너머에는 역시 산방산이 있었다.

오늘 우리 길의 마지막은 하모 해수욕장이다. 이 해수욕장 근처에 가파도와 마라도 가는 선착장도 있었다. 

버스 종점도 있어 어느 버스나 타고 나가 202번을 갈아타면 된다. 

우린 이 근처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버스를 두번 갈아타고 돌아왔다.

제주살이 중 두번째 먼길을 다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