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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양의 눈물 스리랑카

아름다운 호수의 도시 캔디.

1월 15일(화)

어제밤에 일찍 잠을 자면서 오늘 새벽 5시 반에 있는 불치사 푸자 의식을 보자고 했는데 막상 일찍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그래서 패스. 6시가 다 되어서야 일어나서 어제 해놓은 밥과 미역국과 오이무침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하였다. 그래서 주인장이 마련해준 토스트와 바나나는 미처 먹지 못했다.

숙소가 너무 좋아서 나가기가 싫다. 아침을 먹고 차는 밖 테라스에서 마시는데 뷰도 일품이다. 우리가 럭셔리 여행을 하는 듯. 그래도 캔디에서 꼭 봐야할 불치사는 가야지..

불치사를 향해서 집을 나서는데 동네에 원숭이들이 마치 다른 동네 고양이들처럼 돌아다니고 있었다. 어제 주인장이 아침 8시경에 원숭이들이 와서 먹을 것을 가져가니까 문을 꼭 닫으라고 했던 말들이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어제도 집에 오는 길에 원숭이들을 보았는데...

골목길 집집마다 부겐벨리아가 화려하고도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이 동네는 집들의 규모도 크고 번듯한 것이 부촌임에 틀림이 없다. 우리 집에 들어가는 골목 어귀에 서양 할머니 할아버지가 해바라기를 하는 집이 있는데 그 집도 운치 있어 보였다.

어제는 매연과 툭툭이 버스 그리고 차가 얽혀서 호수가 아름다움에도 정신이 없었는데 오늘 아침은 평온하다. 어제 온 호수 반대편 불치사쪽으로 걸으니 한적하고 호수의 아름다운 풍광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오래된 수령의 나무들이 호수위에 늘어져 더욱 운치있게 느껴졌다.

호수를 즐기면서 걷다보니 불치사가 나왔다. 부처님의 치아 사리를 안치한 사원. 스리랑카에서 가장 귀중한 성보로 스리랑카에서 불치사는 일생에 꼭 한번을 가봐야 한다는 사원이란다. 아침 9시 30분 뿌자 의식에 참여하려는 사람들로 사원입구엔 줄이 길게 서 있었다. 대부분이 흰옷을 입은 사람들이다. 사원입구엔 공양할 꽃상인들이 늘어서 있었고 그 꽃들엔 벌들이 달라붙어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 다 꽃 한쟁반씩을 사들고 들어간다. 우리는 신발을 맡기고 맨발로 가야하는 바람에 정신이 없어서 미처 꽃 사는 걸 놓치고 사원안에 들어가는 행렬에 낄 수 밖에 없었다. 정말로 많은 사람들. 모두가 다 신실했다. 드디어 9시 30분 북을 치면서 뿌자 의식이 시작되었다. 2층 중앙의 황금 치아 사리함이 공개되었다. 나도 멀리서 나마 보고 두손 모아 기도를 하였다. 비록 불교 신자는 아니지만 경건해지는 마음이었다.

행렬을 따라 아래층으로 내려오니 북을 치는 사람들이 있었고 법당의 기둥과 처마들이 단순하면서도 품위있게 상감부조와 화려하게 옻칠한 회화로 장식되어있어 한참을 넋놓고 쳐다보며 사진 찍게 만들었다.

이제 법당을 나와 옆의 캔디 왕궁으로 갔다. 이 곳은 16세기에 건립되어 1815년 캔디가 영국에 점령당할 때까지 왕이 머물렀던 곳이란다. 불치사 옆의 우리가 앉아있던 건물은 왕과 신하들이 정사를 논하던 장소였단다. 그리고 스리랑카의 국운이 쇠퇴하면서 19세기초 싱할라 왕조를 영국에 넘길 것인가에 대한 마지막 논의가 바로 이 곳에서 이루어졌다고.

을사늑약을 체결하였던 비극의 장소 중명전이 생각나는 것은 같은 식민 통치의 아픔을 겪어서일까?

뿌자의식과 불치사를 둘러보느라 힘들어던 다리쉼을 할겸 기둥에 기대어 쉬어본다. 역사의 아픔은 이제 잊혀지고 이 곳은 단지 여행자들이 쉬어가는 장소일 뿐이다.

조금 쉬다가 우리는 불치사 박물관과. 세계 불교 박물관을 함께 둘러보았다.

입장료 1500루피에 다 포함.

어느새 12시가 가까워 왔다. 아쉽지만 떠날 시간이다. 걸어서 중앙시장으로 가기로 하였다. 불치사를 나오자 마자 본 커피도 팔고 샌드위치도 파는 7카페에서 치킨과 샌드위치 햄버거 그리고 커피와 생과일 쥬스를 먹는데 커피도 너무 맛있고 우리가 시킨 것 다 맛있다. 가격도 합리적이고.. 메인 쉐프도 순수하고 좋아보이고... 모두들 적당한 시간에 적당하게 맛있게 먹어서 만족.

걸어서 걸어서 중앙시장을 찾아가는 길. 중간에 ATM에서 돈도 꺼내고...

그런데 중앙시장은 오늘이 힌두 쉬는 날이라 문을 닫았다. 그대신 노점상들이 가득하다. 바나나와 늙은 호박 한쪽. 오렌지 등을 사들고 돌아오는데 덥고 걷기가 힘들어 툭툭을 잡았는데 기사가 우리 주소를 보고도 모르겠단다. 그래서 우리 주인장에게 전화를 걸어 기사에게 주었더니 서로 통화가 잘 된 듯 싶었다.

그런데 툭툭이 호숫가로 안가고 이상한 길로 가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전혀 낯선 동네에서 우리를 내리라고 하는데 그 곳에 주인장이 있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그 곳은 주인장의 시내집. 황당. 다시 그 곳에서 빙 돌아 우리집으로 와서 툭툭 비를 더 내게 되었다. 그렇지만 어쩌랴? 내가 전화를 먼저 걸어 사정을 이야기 안한 죄로 이 사단이 난 것이었다.

다행스러운 것은 툭툭기사들이 우리집 바로 앞으로 잘 데려다 주었다는 것.

쉬면서 책도 읽고 아까 산 호박과 우리에게 남은 쌀로 호박죽을 쑤다보니 두시간여가 훌 지나가 버렸다.

이제 캔디에서 할 또 한가지 일. 캔디안 댄싱 보러가는 것.

4시 40분 서둘러 길을 나서서 툭툭을 100루피에 잡아타고 공연장으로 갔다.

관광객들이 상당히 많다. 입장료 1,000루피. 꽤 쎈편.

그러나 캔디 아니면 볼 수 없으니 보기로.. 공연은 조금 단조로왔다. 그래서 함께간 순은 졸았다고. 우리의 난타 같은 것인데 난타가 낫다. 마지막에 바깥으로 나와 하는 불쇼는 많이 엽기적이었고..

공연이 끝나고 돌아오는 길. 캔디 호수위에는 또하나의 엄청난 쇼가 벌어지고 있었다. 수많은 흰새들의 공연. 넋을 잃고 쳐다보며 걷는 길. 시원하고 평화로운 걷기였다. 어제의 카오스 캔디가 오늘은 사랑스런 도시 캔디가 된 것이다.

특히 숙소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 다들 하루 더 있고 싶단다. 그렇지만 우리에게 이제 더이상의 시간이 없다.

공연이 5시에서 6시까지여서 조금 마음이 편안하다.

집에 돌아와 낮에 만들어 놓은 호박죽을 먹는데 정말 맛있다. 옥수수도 쪄먹고 주인장이 준 토스트도 해먹고...

정말 배부른 저녁이다.

내일은 시기리아 가는길 주인장에게 부탁해 차량을 렌트해 집앞에서 픽업되면 되어서 마음이 편안하다.

도저히 많은 짐을 끌고 모두가 헬이라는 대중교통을 이용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우리 일행이 네명이니 렌트할 마음이 더 나고...

쓴돈

불치사 입장료 1500×4=6,000

점심 4000

시장본 것 500

캔디안 댄싱 1000×3=3,000 (각자 계산)

툭툭이 : 1,100   합계 : 14,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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