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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히말라야트래킹 시즌 2

랑탕트래킹 6일째(캉진-캉진리-키모슝리-캉진)

1월 13일(금)

어제밤 다른 곳보다 많이 춥긴 추웠다.

이 곳 야크호텔엔 비수기임에도 꽤 많은 트래커들이 묵고 있다.

7시 30분 기상. 침낭속에 누워있음에도 밖에 있는 사람들의 부산한 움직임이 감지된다.

다들 이 곳의 하일라이트 체르고 리(4984m)로 가는 사람들이다.

나도 그 체르고 리를 가고자 했지만 가네쉬가 너무 힘들다고 완강하게 반대한다.

엄청 아쉬웠지만 무리하지 말자고 속을 달래고 말았다. 

그대신 오늘 조금 낮은 캉진리와 그 위 뷰 포인트를 가려고 하는 것이다.

8시 30분. 아침식사. 9시 30분 숙소 출발.

오늘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우리뿐이다.

시작은 웨둘러가는 길을 택했다. 그러나 중간에 귀찮아진 내가 가파른 지름길을 택하자 라주가 나를 따라오고 가네쉬가 K와 E를 보살피며 평탄한 웨둘러가는 길로 향하게 되었다. 

11시 10분 캉진리(4300미터)도착.

경순왈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멋있다고 했는데 과연 그랬다. 

맞은편에는 랑탕리룽이 가깝게 보이고 그 옆에 랑탕리룽의 빙하들이 있고, 또 건너편에는 칸첸포가 요염한 흰 독수리 모양으로 우뚝 서있고 칸첸포 옆에는 간자라 패스가 길고 희게 누워있다. 

그리고 아래로는 까마득하게 우리가 묵은 캉진 마을이 보인다.

이 멋진 광경에 한껏 취한 라주는 갑자기 나보고 "당신이 강해서 이 곳까지 왔네요. 그래서 난 당신을 좋아해요. 지금 난 정말 행복해요."라고 들뜬 어투로 말한다. 나도 풍광에 취해 기분이 한껏 업되고.

우린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이 기분을 담았다.

이 캉진리에서 20여분가량을 기다려도 K와 E는 오지 않는다.

아무도 없는 캉진리에서 한참을 서 있노라니까 춥다. K일행을 맞이하러 반대편 능선으로 가니 이제야 그들이 온다.

E는 고산증이 왔는지 얼굴빛이 영 아니다. 아주 힘들어 보인다.

생강차 한잔을 타주고 과자를 나누어 먹고나니 가네쉬가 내려가잔다.

그냥 내려가기가 못내 아쉬운 나는 키모슝리를 향해 혼자 갈테니까 다른 사람들은 그냥 내려가라고 했다.

그러나 라주도 아쉬운지 나를 따라온다.

캉진리 뷰포인트(4600m)-일명 내가 정한 키모슝리_까지 가는 길. 계속되는 오르막길임에도 그다지 힘들지는 않다.

이 키모슝리까지는 캉진리에서 한시간 남짓걸린다.

키모슝리 역시 멋지다. 모든 설산이 한걸음 다가선 느낌이다. 길게 늘어선 타르쵸들과 설산의 조화가 환상이다.

이 때 라주 왈. "저는 네팔을 사랑해요. 그리고 네팔사람임이 자랑스러워요." 자연의 아름다움이 감동을 마구 쏟아내게 만든다.

주변에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우리 둘 뿐. 이렇게 웅장한 자연 속에 둘이 있으려니까 몇년전 파키스탄의 훈자마을에서 함께 트래킹했던 권중이가 생각난다.

그 때 그 황막한 산중에서도 아무도 없이 권중이와 나 뿐이었다. 한사람의 동행이 엄청 마음의 위안이 되었었다.

내려오는 길은 지름길을 택하느라 가파른 직선길을 이용했다. 길은 생각보다 미끄럽지는 않았다.

황량하면서도 웅장한 풍경이 내내 따라온다.

중간에 비탈진 길에 야크 두마리가 한가롭게 누워있는 모습이 설산과 꽤 잘 어울린다.

계속 다운 다운 다운.... 가파른 길을 내려오다

오후 3시 숙소 도착.

K와 E는 점심도 먹고 침낭도 개키고 많은 일을 해놓고 있었다.

E는 언덕길에서 내려오느라 몇번을 넘어졌다고....

오후 3시 30분쯤. 놀랍게도 영국인 헨리가 수염에 얼음을 가득달고 돌아왔다.

체르고 리까지 8시간 걸려 갔다왔단다.  그를 처음 만난 건 고다타벨라에서였는데 그가 워낙 수줍어해서 별로 친하게 말을 섞지 않았는데 이렇게 수염에 얼음을 달고 오니 갑자기 급 친한 듯. K가 뜨거운 커피를 타서 주고 난 기념으로 사진을 찍어 즉석에서 빼주었다. 그 순하디 순한 얼굴에서 미소가 번져나온다.

그는 말을 걸기전에는 결코 먼저 말을 하지 않지만 일단 말을 걸면 착하고 수줍게 대답을 잘한다. 지푸라기 머리가 그의 상징이다.

헨리에 이어 프랑스 커플도 체르코리에서 돌아왔다. 그들도 너무 아름답지만 너무 힘들었다고..

오늘 이렇게 사람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었다.

롯지는 햇볕만이 따듯할 뿐. 맘 붙일데 없이 여기 저기 춥다.

가네쉬가 오늘 K와 E가 걷는 걸 보고 걱정이 드는지 헬람부 일정을 빼잔다.

그렇게 하다보니 18일 일정의 트래킹이 14일정도로 줄어버렸다. 쓸데없이 시간을 길게 하면 17일이 되고...

우리는 이리 저리 궁리하다. 원래대로의 일정대로 하기로 결정하였다.

오늘 점심은 볶음밥을 먹고 저녘은 갈릭스프와 인스턴트 비빔밥을 먹었다.

내일은 라마호텔까지 다시 내려갈거다.  꽤 긴 여정이 될 듯.

롯지가 너무 추워 길에서 걷는 것이 더 낫다는 결론을 우리는 내렸다.

별탈없이 이번 우리의 트래킹이 완수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조심.조심. 그리고 이제는 신에게 빌자.

▶ 캉진에서 이박 삼일간 쓴돈... 6890루피(이 중 숙박비: 600×2=1200, 끓인 물 큰병 400루피.)

 

 

 

 

 

 

 

 

 

 

 

 

 

 

 

 

 

 

 

 

 

 

 

 

 

 

 

 

 

 

 

 

 

 

 

캉진의 라마호텔의 주인장과 그 부인 그리고 이웃남자. 우리가 떠나려고 하는데 사진을 찍어달라고 해서 한장 빼주고 길을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