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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을 걷다..

까미노의 끝. 그리고 마드리드,톨레도.

8월 14일(일)

열 며칠만에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익숙하게 숙소 루까스의 집을 찾아왔다.

루까스의 집에 도착하자 마자 내가 찾은 것은 신발장에 놓고간 샌달. 그동안 운동화만 줄창 신어 시원한 샌달이 너무도 그리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주인장은 내 샌달을 버려버렸단다. 그리고 나의 말안하고 놓고간 탓을 한다. 단 한마디의 미안하다는 말도 않고.... 아무리 말을 안하고 갔어도 한달정도는 보관하다 버려도 될 터인데....

속으로는 많이 섭섭했지만 그냥 쿨한척 넘어간다. 내일도 바닥이 닳아버린 운동화를 신고 다니려니 속은 상한다.

스페인을 다시 오면 이 집엔 오지 말자.하는 속좁은 복수를 한다.

이 민박집의 손님들은 그새 다 바뀌어있었다. 여전힌 복작거린다.

8월 15일(월)

아침 8시가 되도록 아무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동안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들어서인가?

난 더이상 침대에 누워있을 수가 없었다. 일어나서 나갈 채비를 한다. 아침을 8시 30분에 먹을 수 있어서 그 시간을 또한 기다려야 했고... 오랫만에 맛보는 한식이 나에겐 그다지 감동스럽진 않았다. 그저 먹을 거리일뿐.

꾸물 꾸물거리다 9시가 넘어 숙소를 출발한다. 그 시간에도 숙소 출발 1번이다.

마드리드에서 10시에 톨레도행 버스 출발.

버스안에는 소풍을 떠난 젊은이들로 가득찼다. 분위기도 상당히 업된 상태다.

10시 40분 톨레도 도착. 터미널에서 나와 잠시 두리번 거리다 곧 사람들의 무리를 쫒아 구시가로 걸어갔다.

터미널앞에서 버스를 타고 구시가로 들어가는 방법도 있지만 걸어가면서 시가를 구경하는 쪽을 택했다.

이 걷는 방법 나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오늘이 여행의 막바지라서일까? 아예 정신줄을 놓아버리고 돌아다니고 있다.

몇장 안되는 가이드 북 잘라놓은 것도 숙소에 두고 오고... 단지 톨레도가는 방법만을 머리속에 숙지하고 떠나온 것이다.

지하철 타기 직전 생각이 나서 돌아가 가져오려고도 생각했으나 "그냥 대성당을 보고 골목을 기웃거리다 오자!"로 마음에 결정을 내리고 무작정 나선길이었다. 구시가를 걸어가면서 슈퍼에서 사과두개를 사들고 걷는다.

15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도시 전체가 세계유산으로 등록된 고도 톨레도.

이 톨레도는 삼면이 타호 강으로 둘러싸여있어 로마시대부터 요새도시로 번영했단다. 도시 이름도 로마인이 지은 톨레툼에서 유래했고...6세기에는 서고트 왕국의 수도였지만 711년에 이슬람교도의 침입으로 왕국은 멸망한다. 이 후 약 400년에 걸쳐 이슬람의 지배를 받았다. 이슬람교도는 1085년 기독교 국가인 카스티야 왕국의 알폰스6세가 도시를 재정복한 후에도 이 지역에 살던 유대교도들과 지냈다. 이렇게 해서 기독교,유대교,이슬람교가 공존하기 시작했고 톨레도만의 독특한 문화가 꽃폈단다.

내일(16일)이 마드리드에 교황이 온다고 하고 올해가 세계 선교의 해라서 카톨릭 단체가 이 곳 톨레도에 엄청나게 몰려오고 있었다.

슈퍼와 바마다 사람이 넘쳐났다.

난 일단 인포메이션 센터에 들러 지도 한장을 얻어들고 그냥 도시를 어슬렁거리며 즐기기 시작하였다. 걷다가 바에 들러 간단하게 맥주도 한잔 마셔주고...

그러다 들어간 대성당. 마침 스페인 공휴일이라 무료로 들어갈 수 있었는데 사람들이 가득차 엄청난 혼잡을 야기하고 있었다.

높이 90미터의 종루가 있는 카데드랄은 이슬람 지배 시절의 모스크자리에 건설했단다. 1227년 당시 국왕 페르나도 3세의 명으로 착공. 2세기가 지난 1493년에야 완성한 엄청난 규모의 성당이었다. 지금은 스페인 가톨릭의 수좌대사교좌로 쓴다고..

남쪽 사자 문으로 들어가면 내부에 88개의 기둥으로 떠받친 5개의 신랑이 있으며 그 안에 22개의 예배당이 있다.

750장이나 되는 스테인드글라스에서 쏟아져 들어오는 빛이 무수한 천사와 성인상을 부각시켜 신비로운 분위기를 느끼게 해주었다.

한참을 성당안에서 어슬렁거리다. 뒷문을 통해 나오니 사람들이 표주박 같은 것에다 물을 담아 부듯이 마시고 있었다. 내가 신기하여 사진을 찍으니 나보고도 해보란다. 찍어주겠다고...

성당에서 나와 골목길을 돌아다녔는데 운치가 넘치는 길이었다. 중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조용하다.

사람들이 엄청 많은 레스토랑거리에서 사람들에 섞여 샌드위치와 커피로 점심을 해결하였다. 오늘이 스페인에서 마지막 날이라 뭔가 근사한 식사를 하고 싶었지만 군중속의 고독이랄까? 사람들이 너무 많아 웬지 혼자 다니는 것이 외로워져 간단히 때우기식 식사를 하고 만다.

골목을 돌아다니다. 태극기를 든 울나라 선교단과 만나 그들과 기념촬영도 하고. 성당 이름은 모르겠지만 탑꼭대기를 개방하고 있는 중앙 성당에 들어가 톨레도 전경을 즐기기도 하였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엘그레코의 흔적 느끼기. 산토토메성당에 들어가기. 무데하르 양식의 탑이 아름다운 성당인 산토 토메 성당은 14세기에 오르가스 백작이 사재를 털어서 재건했단다. 성당에는 엘그레코의 걸작인 <오르가스 백작의 매장>을 전시하고 있었다. 뭔말인지 모르는 스페인어로 가이드는 그림앞에서 한참을 설명한다. 이 그림은 천국과 현세를 상하 2단으로 구성해서 표현했는데 천상계에서는 마리아와 예수가 백작의 영혼을 맞이하고, 지상계에서는 톨레도의 수호성인이 백작을 매장하는 기적을 그렸다.

황토색 기와집의 마을 톨레도. 역시 좋다고 소문날만한 곳이다.

돌아오는 길엔 성벽을 웨둘러 내려왔다. 그러면서 보기만해도 견고한 알카사르를 지나고.. 11세기에 알폰소 6세가 이슬람 세력으로부터 톨레도를 지키기 위해 구축했고, 이후 500년 동안 카스티야 왕국의 군사요새로 쓰였다는 알카사르. 시간이 모자라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하였다. 시간은 이미 6시가 훌 넘고 있었다. 구시가지 밖의 공원엔 선교단원들로 가득차 붕붕뜬 분위기였다.

그들에게 물한병을 얻어먹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캠프촌을 둘러보다가 정신차려 터미널에 가니 이미 7시였다.

8시 마드리드 도착. 쇼핑할 물건 목록이 조금 있어 솔광장 주변을 돌아다녔으나 이미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하여 포기하고 말았다.

숙소에 돌아오니 이미 10시가 넘어섰다.  숙박객들과 한참을 수다를 떨다. 샤워하고 짐꾸려 내일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8월 16일

스페인을 떠나다. 그리고 파리에 도착하고.그리고 인천...여행이 꿈같다....그리고 난 또 일상으로 돌아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