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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을 걷다..

호스피탈 데 라크루즈에서 아르주아까지(41.9km)

8월 11일(목)

오늘 정말 강행군이다. 6시 출발.

실비아와 함께 출발하다가 내 리듬으로  걷기위해 헤어지고 말았다. 

오늘 걷는 길은 경치가 평이하고 걷기도 편안한 그런 길이었다. 

약간의 티타임만 가졌을 뿐 그저 끊임 없이 발길을 옮기고 있었다. 

사람들과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만났다. 헤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멜리데에서 머물기위해 멈추었다. 실비아도 정현이도 멜리데에서 묵는다고 했었다.

멜리데에 도착하니 문어요리 레스토랑이 몇개 있었고 레스토랑마다 사람들로 가득차있었다. 

그 중 가장 커보이고 사람이 많아 보이는 레스토랑으로 들어가니 길에서 몇번 마주쳤던 커플이 있어 그들과 합석을 하였다.

삶은 문어에 올리브유와 고추가루를 뿌린 정도인데 이 것이 유명한 요리란다. 

단순한 요리법인 것 같지만 문어 삶는데 무슨 비법이 있는 듯 문어는 상당히 쫄깃하고 부드럽고 맛이 있었다. 

곁들여주는 빵과 또 병째주는 화이트 와인이 또한 일품.

나랑 합석한 커플은 남자는 스페인인이고 여자는 베네수웰라사람이다. 둘다 사람들이 좋아보이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나한테 적극 합석을 권유해서 더욱 좋아졌는지....

스페인 남 마틴은 현재 스페인의 경제가 최악이라고 하면서 젊은 실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다고 하며 한국과 중국의 경제 상황이 부럽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한국의 경제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라고 하나 별로 와 닿지는 않는 듯.

이들과 건배를 하고 이야기를 하며 문어요리를 먹는 기분이 참 좋다. 이 커플은 오늘은 둘만이 오봇하게 즐길 수 있는 호텔에서 묵을 거라고... 알베르게는 너무 여러 사람이 묵어서 사생활 보호가 안된다고.... 이들도 오늘 이 곳 멜리데에서 머문다.

그러나 나는 어찌되었든 길을 다시 걸어야한다. 산티아고에 12일에는 도착해야한다. 그 곳 호텔을 난 12일에 예약을 해 놓았었다.

날짜를 변경하기에는 서울에 다시 전화를 해야하는 등 번거롭기 짝이 없다.

마틴 커플과 헤어져 다시 길은 떠난 시간이 오후 3시.조금은 처량맞다. 다들 숙소로 들어가는 시간에 난 길을 걸어야한다.

와인에 취해 몽롱한 기분으로 건들 건들 길을 걷는다. 걸어도 걸어도 끝나지 않을 것만 같은 길. 시간이 늦어서인지 인적도 드물다.

6시쯤 알베르게가 보여 그만 걸을 려고 침대가 있냐고 물으니 꽉찼단다. 이상하게도 조바심같은 것은 없다.

그래 그냥 걸어서 가보자. 7시 채 못되어서 Arzua 도착.

사설 알베르게(10유로). 딱 2개 남은 침대 중 하나를 차지할 수 있었다. 깨끗한 시트도 주고 부엌도 넓은 마당도 충분한 개수와 깨끗한 욕실도 마음에 든다. 난 정말 행운아다. 또 이 알베르게, 와이 파이가 터져서 내 스마트폰의 인터넷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오늘 12시간 30분을 걸었다.

아 내일 하루만 더 40키로를 걷는 고생을 하면 이 산티아고 길도 끝이난다.

 이 곳 알베르게엔 거의 다 스페인 사람들이다. 그들은 유일한 동양인인 내가 신기한가보다.

그리고 한국사람들이 까미노를 많이 찾는 이유도 궁금하고....

내일 마지막 강행군을 앞두고 오늘 난 몹시 피곤하다. 매일 매일 사람들에게 생글 생글 웃어주고 말을 해주고 그랬는데 오늘은 그럴 기운이 없다.

사람들이 너 너무 피곤해 보인다고 말을 걸 정도. 그래서 내가 마지못해 오늘 40키로 이상을 걸었다고 하고 내일도 그렇게 걸어야 한다고 말하면 다들 미쳤다고 말한다. 자기들은 하루에 25에서 26키로가 딱 맞다고...

피곤해도 빨래는 해야하고 샤워도 해야한다. 이 둘을 하고 레스토랑가기도 귀찮아 있는 누릉지를 끓여먹으니 하늘엔 별이 총총 뜨고 있다.

그리고 아무도 들어올 생각이 없는 침대에 들어가 누워 버렸다.

그래 하루만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