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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을 걷다..

vega de valcarce 에서 Triacastela까지(32.9km)

8월 8일(월)

새벽 3시쯤. 정말 정신없이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한시가 넘게 들려왔다.

왜일까? 지난번 El Acsobo에서도 새벽에 커다란 시끄러운 음악소리가 들렸었는데...

왜 새벽에?

난 엄청 짜증이 났는데 아무도 그런 내식을 하지 않고 있다.

어쨋든 4시경 음악소리는 잠잠해지고 난 5시 30분경에 홀로 일어나서 주섬 주섬 짐을 챙겨 알베르게를 출발하였다.

출발하기전에 어제 만들어 놓은 샌드위치 한개를 먹고 하나는 싸서 배낭에 도시락으로 넣어 놓았다.

6시 출발.

오늘은 산 하나를 또 넘는 날이다.  칸타브리아 대산맥의 남서쪽 끝자락, 산티아고 길의 마지막 난관이라는 오세브레이로에 오르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이 난 이 길이 난관이라는 생각도 안하고 넘고 말았다.

해발 900미터인 라화바에서 1290미터의 산마루께인 오세브레이로까지 가파른 경사길 5키로를 올랐다는데... 그냥 경치에 취하다 보니 올라가버린 것이다.

이 길 정말 아름다운 길이다. 키 작은 잡목과 노란 들꽃이 아름다운 산등성이를 오르노라면 사방을 둘러보아도 감탄을 자아내는 웅장한 산맥이 펼쳐진 그런 길이다.

어제 택시기사가 우겨서 calbor로 안가고 vega de valcarce에서 내려준 것이 다행이라고나 할까?

걷는 길 내내 걷는 다는 것 자체에 물씬 행복감이 느껴지는 그런 길이었다.

1,350m 고지의 산마루에 있는 오세브레이로 마을에는 유명한 전설이 깃든 교회가 있었다. 산타 마리아 이글레시아 교회. 최후의 만찬에서 쓰였다는 성배가 보관되어 있는 곳이기도 하단다.

때는 14세기. 산 아래 마을의 가난한 농부가 미사에 참석하려고 모진 폭풍우를 뚫고 교회로 향했다. 미사를 집전하던 신부는 그를 빵과 포도주를 먹으러 온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업신여겼다. 그러나 그 농부가 받은 한 조각의 빵과 포도주가 살과 피로 변하는 기적이 일어났단다. 또  그 기적을 보기 위해 마리아상이 머리를 기울이는 기적이 연달아 일어났고.이 소식이 유럽 전역으로 삽시간에 퍼져 오세브레이로가 유명한 마을이 된 것이란다. 지금 있는 교호는 50여년 전에 새로 지은 건물이다.

이 마을에는 팔로사라는 낮고 둥근 벽 위에 원뿔형 초가지붕을 멋지게 올린 고대 켈트족의 전통집이 있었다. 산의 강한 바람을 잘 견디도록 만들어진 구조란다.

까미노를 걷는 사람 외에도 차량을 이용한 관광객이 이 마을을 많이 찾는다. 레스토랑과 상가도 잘 형성되어있다.

조개껍질 모양의 열쇠고리를 하나 기념으로 사서 챙겨넣었다.

오세브레이로를 떠나 걷는 길도 여전히 아름답다. 산등성이를 따라 걷다보니 또 하나의 산마루인 알토데산로케(해발 1,270m)에 오르면 대형 순례자상이 우뚝 서 있다. 이 곳에서 어제 알베르게에서 조우한 실비아를 또 만났다.

그리고 또 걷는 길. 여전히 황홀하게 아름다운 길이다. 살아있다는, 건강해서 걸을 수 있다는 행복감을 온 몸 세포 가득 가득 채울 수 있는 그런 길이다.

Hospital de condesa를 지나 Triacastela로 오는데 시간이 엄청 걸린다. 트리아카스텔랴로 내려오는 길에서 레온을 출발한 첫날 만났던 정현이를 또 만났다.

오후 4시가 넘어 도착한 트리아카스텔라 마을. 그런데 이 마을의 뮤니시펄 알베르게는 이미 꽉 차버렸다. 그리고 나머지 2개의 사설 알베르게도 다 차버렸고...

나보다 일찍 도착한 실비아와 정현이도 침대를 차지하지 못해 헤매고 있었다. 결국 스페인어를 잘하는 실비아가 이리 저리 수소문한 끝에 12세기에 건축되었다는 바를 개조한 집에서 묵게 되었다. 

삐걱거리는 마룻바닥에 놓여진 침대 3개지만 오히려 오봇하니 좋다. 나중에 안쪽에 있는 방에 헝가리에서 온 에바가 합류하면서 이집에 묵는 사람이 4명이 되었다. 어찌되었든 누울 자리를 구한 우리는 서로 서로 너무 운이 좋았다고 기분좋아하면서 짐을 풀고 샤워를 하고 빨래도 해서 햇살 가득한 마당 빨래줄에 널어놓았다.

하룻밤 한집에 함께 머무는 사이라고 우리 4명은 의기 투합해서 함께 저녁을 먹으러 레스토랑으로 갔다.

메뉴델 디아와 와인을 나누어 먹고 마시면서 다들 한마디씩 한다. 오늘 힘들었지만 넘 행복했다고...

헝가리, 이탈리아, 꼬레아 다들 나라는 다르지만 느낌은 같다.

9시 취침.  내일은 일찍 일어나야한다. 이제부터 알베르게 구하기가 힘들거 같으므로...

가능한한 빨리 출발해서 빨리 도착하는 것이 좋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