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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을 걷다..

로마군단의 기지 레온.

2011년 8월 3일.

나의 통로에 있는 오픈되어 있는 베드가 이상하게 마음에 든다. 안대를 하고 귀마개까지 하니 더욱 아늑하다. 그리고 나의 침낭도. 아무튼 잘 잤다.

그런데 새벽 5시 조금 넘어서부터 사람들이 일어나 빠져나가기 시작하더니 6시 조금 넘으니까 그 큰 방에 사람이 거의 없다. 자전거 타는 사람들만 남아있을뿐.  더 침대에 누워있기가 민망한 분위기다.

7시 조금 넘어서 일어나 샤워를 한판 더하고 누릉지를 끓여먹고 짐을 짊어지고 알베르게를 나왔다.

일단 보무도 당당하게 대성당 쪽으로 나와 성당을 한바퀴 빙 돈 다음 커피나 한잔 할까해서 시장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그러다가 순간 버스 터미널에가서 오전 차편이 되는지를 알아보기로 하였는데 그것이 적중하였다.

11시30분 버스로 변경하게 되었다. 다행이다. 표를 바꾼후 커피와 샌드위치를 먹어주고 강변을 산책한 후 터미널 건너편 부르고스 박물관으로 갔다. 짐을 잠시 짊어지고 다녔는데  다닐만 하였다. 이정도 짐 무게면 짊어지고 걸을 자신이 생겼다.

박물관에는 부르고스내의 로마의 흔적이 많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도 로마가 지나간 곳. 로마에서 본 타일 모자이크도 있었고...

박물관까지 보니까 시간이 정확하게 맞는다.

11시 30분 레온행 버스. 순례꾼들로 거의 찼다.

부르고스에서 레온가는 길은 거의 평원이었다. 누런 평원. 간혹 보이는 해바라기 밭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는.....

이제 까미노 표시도 눈에 들어오고 거리의 순례꾼들도 눈에 들어온다.

버스는 2시 조금 넘어 레온에 도착. 버스터미널이 기차역 바로 옆에 있다.  이 때 부터 나의 약은 꽤가 발동. 지도보기 싫고 머리쓰기 싫어서 조가비를 매달고 배낭을 지고 있는 사람들을 쫒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노력안하고 산타마리아 알베르게 도착. 이곳은 기부금으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대성당 뒷편에 있고.

성수기라서 그런지 사람들이 침대마다 가득찼다. 이 곳에도 한국사람들이 여럿잇다.

이 곳에서 만난 한국 사람들이 이따 저녁을 함께하자는 제안에 오케이를 하고 난 아점을 먹으로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현지인들로 가득한 샌드위치 가게로 갔다. 하몽샌드위치와 맥주를 마시는데 엄청 맛이 좋다.

주인 아저씨는 연신 큰소리로 손님들과 수다를 떨고 음식을 만들어주고 정신없이 바쁘다.

한편으론 컵도 연신 설겆이 기계에다 챙겨넣고 스페인에선 음식점마다 설겆이 기계가 있어 사람이 손으로 설겆이 하는 일은 없다.

점.저를 먹고 이제  대성당으로 간다.

레온 대성당은 고딕 건물의 완성품이라고 할 만한 스테인드 글라스가 일품이다.

어둡고 깊은 건물을 가득 채우고 있는 스테인드 글라스. 쉽게 성당안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을 먹지 못하게 한다. 자꾸만 나를 붙잡는다. 참으로 인상적인 성당.

오늘은 이 성당 하나로 만족하자. 욕심부리지 말고... 커다란 물 한통을 사들고 알베르게로 돌아와 샤워하고 일기쓰고..

알베르게 침대는 가득차서 신발늘어놓는 복도에도 간이 침대를 놓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

욕심부리지 말작 해놓고 또 다시 거리로 나섰다. 산토 도밍고 광장을 지나서 이 동네에 있는 가우디가 설계한 하나의 건물 카사 데 보티네스 가본다. 지금은 은행으로 사용되고 있어 내부는 개조되었다는데 들어가 볼 수는 없었다. 첨탑 등에서 가우디다운 디자인을 볼 수 있다. 건물 앞에 가우디 상이 있었다.

카사 데 보티네스를 보고 다시 알베르게로 돌아오니 알베르게 앞마당엔 작은 음악회가 열리고 있었다.

알베르게에 묵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참여한 단란한 음악회였다. 기타리스트와 바이올리니스트가 아주 선량하고 맑게 생겨서 마음을 끌었다. 음악회 후 성당 기도실에가서 밤기도를 드리는데 여행자 모두에게 축복을 주는 그런 미사였다. 20여개가 넘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 모두에게 주는 축복. 동양인은 꼬리아인 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