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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미노 길을 걷다..

전사 엘시드의 기억이 있는 부르고스.

부르고스에서...

8월 1일(월)

부르고스 역은 유령도시처럼 한가로웠다. 스산하고...

호텔까지 거리가 꽤되고 대중교통도 없는 듯하여 과감하게 택시를 택했다. (미터기로는 7.7유로가 나왔지만 애초에 10유로로 협상을 해서 10유로를 줌)

택시는 역시 편하다. 호텔 바로앞까지 데려다준다. 호텔이름이 바뀌어 그냥 찾아갔으면 조금 헤맸을 뻔.

정말 오랫만에 수준높은 호텔에서 혼자쓰는 방이다. 옷도 훌훌 벗고 자유를 만끽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해서 이것 저것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것이 이렇게 좋다니...

다시 거리 탐색.

걸어서 부르고스의 핵심, 대성당까지 갔다 왔다. 주변도 대충 살펴보고...

다른 거리는 한산한데 대성당앞은 축제분위기였다. 이젠 산티아고 지팡이를 파는 가게도 보인다. 괜스레 허기져서 또 케밥하나를 사서 먹는다. 오늘은 이리저리 먹느라 식비가 많이 든다.

욕조가 좋은김에 물받아서 몸도 담구어보고, 빨래도 빨아보고... 좋다. 부르고스도 좋고, 알아먹지 못하는 스페인어 TV도 좋다.

8월 2일(화)

어제 호텔의 좋은  시설을 즐기느라 새벽 한시가 넘어서 잤다.

양폰으로 집에 전화도해서 엄마의 목소리도 듣고.. 별일 없단다.

한국 아리랑 방송도 봤다. 정말 텔레비젼 오랫만이다.

아침 8시 30분. 지하 1층으로 아침을 먹으러 갔다.

역시 호텔이라 푸짐한 상차림.

그리고 짐맡기고 체크아웃하고..

오늘의 할일. 제일 먼저 버스터머널로 갔는데 오늘 레온가는 버스표가 없단다. 황당. 할 수 없이 오늘 부르고스를 자세히 즐기라는 신의 계시로 알고 내일 표를 샀다.

그것도 오후 4시 30분 버스밖에 없다니...정말 황당하다. 그 대신 오늘 부르고스를 어슬렁거리며 푹쉬기로...

표를 끊고나서 산타마리아 대성당으로 가서 크리덴시알을 구하고 까미노 지도를 얻고 성당안을 구경하다.

밝고 환한 채색과 프레스코화가 인상적인 성당. 마음의 여유가 있다면 훨 재미있게 구경할만한 성당이다.

그래도 꼼꼼이 이리 저리 살피면서 구경하는데 슬쩍 슬쩍 보는데도 한시간이상이 걸리는 큰 성당이었다.

성당을 구경한 후 밖으로 나와 성당 주변을 걸어다니니 그 큰 규모에 다시 입이 벌어진다. 벌써 걸어서 부르고스에 도착한 까미노꾼들이 도착하고 있었다. 그들을 따라가니 뮤니시펄 알베르게가 있다.  12시 오픈이란다. 다들 배낭을 내려놓고 알베르게가 문을 열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 때 시간이 11시 25분.

난 즉시 발길을 돌려 호텔로 가서 짐을 찾아가지고 알베르게로 갔다. 이 때가 12시 30분. 이미 좋은 베드는 다 차고 통로에 있는 베드만 남아 있다. 그래도 이 알베르게(peregrinos 알베르게, 4유로)는 시설이 크고 좋다.  그래서 사람들이 많이 선호하는 듯.

알베르게 침대에 배낭을 던져두고 시장으로 가서 제리-요거이 마드리드 차마르틴역에서 샀었는데 맛이 좋았다. -와 빵을 1유로어치 사고 동네 할아버지들이 쉬는 바에서 타파스 3개, 와인 1잔, 커피 한잔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너무 배부르다.

그리고 성당 뒤편으로 올라가 오래된 성으로 향한다. 성은 문이 닫혀 안으로 들어갈 수가 없었으나 성 주변의 전망이 너무 좋았다.

부르고스 시내가 다 보이는 훌륭한 전망이다.

야생화도 군데 군데 피어있고.... 사람들도 간혹가다만 올 뿐이다.

동네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데도 전혀 지루하지가 않다. 빗방울이 떨어져 알베르게에 돌아와 쉬는데 4시가 넘은 시간까지 스텝들이 너무 바쁠정도로 연신 까미노꾼들이 찾아오고 있었다.

많은 침대에선 사람들이 시에스타 낮잠을 자고 있었다. 나도 그들과 같이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한다.

저녁 6시 30분쯤 일어나 아까 시장에서 사온 올리브절임과 끓인 누릉지로 저녁을 먹고 조금 있자니까 한국 사람들이 들어온다.

그 중 전라도에서 온 교사 두명과함께 의기 투합해서 대성당의 미사에 참여하러갔다. 신부님이 각국에서 온 까미노꾼들에게 모두 축복을 해준다. 우리 꼬레아들에게도..

이들을 이끌고 난 아까 내가 간 전망이 좋은 성을 다시갔다. 그리고 유명한 오징어와 홍합전문 레스토랑에서 홍합요리를 시켜 함께 맥주를 마시기도 하고.  매일 혼자 외롭게 바에 가다가 함께 하니까 좋다. 지금 이 부르고스엔 한국사람이 십여명 있는 듯. 참 많다.

방명록에 보니까 더욱 많이 온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