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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하이웨이를 넘어 파키스탄으로.

낭가파르밧 트래킹...

숙소는 파리가 많아 많이 성가셨다. 대충 씻고....

스페인 커플과 함께 호텔 부속 레스토랑에 가서 간단한 음식(삶은 감자 등..)을 시켜 저녁을 먹으면서 가이드 카림(그는 26살로 이미 아이가 넷이다.)과 내일부터의 낭가파르밧 트래킹 일정에 대해 논의를 하였다.

그는 무조건 가이드 비를 우리에게 알아서 달라고 한다.  그 점이 불분명하여 꺼림했지만 영숙(그녀는 영어를 아주 잘한다. 알고보니 영어강사였다. 똑부러지고 생각의 깊이도 있다. 이번 여행에선 장기 여행자를 많이 ㅇ라게 되었는데 그들 하나 하나가 매우 매력적이고 한병 한명의 개성이 엿보여 진한 느낌을 받았다.)씨는 그냥 넘어간다.

그녀의 깐깐함과 노련함에 깊은 신뢰를 보내며 나도 그낭 오케이!

 

8월 9일(목)

아침 출발은 어제 약속한 10시가 아니라 9시 출발로 바뀌었다.

짚을 특별 렌트해서(1200루피) 타레싱으로 향했다.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를 2시간 가량 달리니 타레싱이다. 그 곳 호텔에 불필요한 짐을 맡기고 차를 한잔 마시며 잠시 쉬다가 본격적인 트래킹에 나서니 12시다.

심각한 내리막과 오르막을 반복한지 2시간여 드디어 푸르르고 아름다운 마을이 나타났다. 푸르른 밀밭사이길. 그리고 가축을 키우는 텅빈 집들. 빙하가 녹아 흐르는 개울들. 그리고 가까운 듯 낭가파르밧(8125m) 설산의 모습이 따라오고 있었다. 둥글고 예쁜 나무들이 점점이 있는 마을의 모습이 유난히 평안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그러다가 다시 오르막길.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니 언덕언저리에 빙하가 만들어낸 샘물이 있다. 정말 차갑고 맛있는 샘물이었다.

샘물에서 상쾌하게 목을 축이며 다시 걷다보니 원색의 펀자비를 입은 처녀들이 대여섯명 산길을 걷고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프라스틱 슬리퍼 차림이었는데 아주 가볍게 그 거칠고 힘든 언덕길을 걷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주며 친해지니 깔깔거리며 우리의 손을 잡고 걷는데 그 손이 참으로 억세고 거칠다. 

그러면서 맑고 순진하고 행복해 보이는 그녀들의 모습에서 행복이 전염되는 듯 하였다. 햇살이 넓고 부드럽게 퍼지면서 낭가파르밧의 흰 설산이 앞에 우뚝 서있는 넓은 초원위에 한채의 텐트가 오두마니 세워져 있고 그 옆엔 토담집 몇채가 놓여져있는 마을이 있었다. 그 순진한 아가씨들은 그 마을로 올라가며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주고.

우리는 그 한채의 텐트로 들어갔다. -아니 텐트안에 짐을 풀고 그 앞에서 자신을 찍고 낭가파르밧의 희디흰 자태를 즐겼다. 가이드 카림은 난과 파키스탄 가정식 빵과 맛있는 짜이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나서 저녁은 미트커리와 라이스를 준다기에 '사오'와 난 비엣남식 후라이드 라이스를 만들러 카림의 집으로 갔다.

진실을 말하자면 사오가 요리를 하고 싶어해서 난 예의상 따라간 것이지만.... 그러나 카림의 집은 우리가 요리를 할 형편은 안되었다. 어두컴컴한 원룸식 집안에는 가운데 화덕이 하나 놓여있고 그 화덕에다가 카림의 조카가 짜파티를 굽고 있었다. 그들과 사진을 찍으며 놀고 있자니 카림으 아이들 4명이 들어오고 카림의 아버지, 아내-카림은 16살에 부모에게 등 떠밀려 장가를 갔기 때문에 자기의 아내를 싫어한단다. 3년동안 대화를 거의 하지 않았다고..-가 들어오는데 아이들이 할아버지와 카림에게 매달리는 모습이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어서 보기 좋았다.

결국 요리는 포기하고 카림의 집에서 나오니 주위가 몹시 어둡다.

 하늘엔 별이 총총하고....

동네 청년들이 굵직한 나무를 가지고 와서 모닥불을 피워준다. 곧이어 미트커리와 달,란 짜이, 라이스가 배달되어 오고.. 음식은 그럭저럭 먹을 만 하였다. 역시 짜이가 제일로 맛있고...

그러나 문제가 생겼다. 우리가 카림의 집에 갔다 온 사이 영숙,명숙씨가 텐트안에 누워 있었는데 벼룩한테 십여군데 물렸다는 것이다. 우려했던 사실이 닥치고 말았다. 총총한 별빛을 바라보며 모닥불 곁에서 밤을 지새워야하는가? 

어쩔수 없이 모닥불 곁에서 노닐다가 유성을 4개나 보았다. 소원을 빈다. '여행을 무사히 끝내게 해 주십사!' 그리고 앞으로 혼자 외롭게 살지 않게 해 주십사!'고..

카림에게 부탁해서 텐트안에 약을 뿌리고 나서 잠자리에 들었다. 찜찜하지만 어쩔 수 없다. 약을 뿌려서 인지 의외로 불리는 괴로움은 없다. 춥지도 않고 잠도 잘 온다.

 

8월 10일(금)

아침 5시 쯤. 옆의 자오가 밖에 나가고 이어 영숙시도 나가는 기철이 들리지만 귀찮다. 얼마후 자오가 들어오고 카룰루스가 나가고 7시 넘어서 나도 일어나 주섬 주섬 챙기며 나가본다. 이미 햇살은 전체에 퍼져 있고 낭가파르밧은 희디 흰 모습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완전히 벗겨진 자태. 정말 황홀하다. 개울물에 대충 씻고 낭가파르밧을 향해 홀린 듯 산책을 나섰다.

보랏빛,노란빛, 흰빛의 꽃들이 화려한 듯 소박한 듯 여기저기 무더기로 피어있고 맑은 개울물들이 여러 줄기로 흘러 촉촉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멀리 계곡아래 아름다운 여인 영숙-그녀는 미모에 잘 갖추어진 몸매에 나름의 멋진 인생 철학에 유창한 영어 실력까지..아무튼 매력적인 여성이다.-이 사진을 찍고 있는데 그 모습이 신비롭다.

영숙과 데이트하듯 걸어 텐트로 돌아오니 짜이와 난 등이 차려져 있다. 일단 짜이를 집중적으로 마시고나니 카림이 근처를 돌아다니다 10시까지 돌아오란다. 그러면 스파게티와 삶은 감자를 준비해 놓겠다고...

우리는 어슬렁 어슬렁 빙하를 향해 걸었다. 그러나 모두들 야생화 촬영에 홀려 느릿 느릿... 결국엔 한 마을 근처에서 마을 사람들과 놀다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돌아오니 11시. 카림은 삶은 감자를 준비해 주었다. 작지만 맛있는. 그러나 결정적인 문제는 그늘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쏟아지는 햇살이 무섭고 피할 곳도 없고.. 땡볕에 내동댕이 쳐진채 40분 가량을 방치되니 스파게티라고 이름분인 음식이 나온다. 그러나 너무 짜서 먹을 수가 없다. 모두들 실망한 표정이 역력.

12시 짐을 챙기고 즉석사진으로 가족사진을 찍어주고-사진을 찍기위해 아이들은 모두 새옷으로 갈아입었다. - 동네사람들의 배웅을 받으며 길을 떠난다. 오늘 길은 어제보다 더욱 아름답다.

빙하를 곁에 두고 혹은 밟으며 걷는 길이 시원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초원은 싱그럽고 예쁘고 길에서 만나는 짐실은 던키들도 친근하다. 카림이 자신의 어린 아들을 던키에 태워 함께 간다. 헬리콥터 베이스 캠프는 깨끗한 물이 흐르는 낙원같은 곳이었다. 푸른 초원이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헬리콥터 베이스 캠프를 지나면서 경치는 더욱 아름다워진다. 맑은 천이 길을 따라 흐르고 수려한 호원이 이어지더니 급기야 작은 호수가 매혹적인 자태로 나타났다. 그 곳의 작은 개구리들도 앙증맞고..

가이드 카림은 우리 일행이 너무 늦는다고 투덜 투덜이다.  그가 투덜거릴만도 한 것이 내가 보통걸음으로 앞장서서 일행이 안오길래 멈춰서서 한시간 남짓 기다린 적도 있었다.

초원을 지나 이제는 농가의 밭을 지나간다. 달고 시원한 무 하나씩을 뽑아 먹으면서 설산을 바라보는 맛이 각별하다. 농가의 밀밭을 걸으면서 가는데 카림이 어느새 어제의 그 길이란다. 오르막 내리막을 거듭하여 가는데 도무지 어제 길의 느낌이 나지 않는다. 오고 가는 길의 생각이 다른 것인가?

저녁 7시 타레싱에 도착. 카림은 우리가 건네준 5000루피가 적다고 투정한다. 우리가 처음에 정확하게 하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결국 그 돈을 받아갔고 얼굴빛은 불만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걸어오면서 나를 보면 항상 웃고 있어서 행복이 전염된다면서 다음에 다시 오면 자기의 손님으로 잘 대해주겠다고 한 말이 무색하게끔 되었다. 헤어짐이 아름다워야 하는데 역시 돈은 관계의 악재이다.

어느새 게스트하우스의 넓은 잔디에 어둠이 짙게 깔리고 별이 총총하다. 방을 잡고 찬물에 샤워하고 빨래를 속성으로 한 후 닭튀김으로 저녁을 먹는다. 트래킹 후 처음으로 먹는 샐러드를 곁들인 푸짐한 식사이다.

카룰루스와 자오, 그리고 우리 셋은 저녁 후 마당으로 나가 총총한 별빛아래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여행이야기. 자기들 나라 이야기, 음식이야기, 여행객들에겐 항상 음식에 대한 이야기가 주가 된다. 그 것이 기쁨이기도 하고...

카룰루스 커플이 방으로 들어가고 난 후 명숙과 난 정말 길다란 유성을 보았다. 그리고 몇개의 짧은 유성들도..

이번 트래킹은 환상적인 날씨가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아주 적나라한 낭가파르밧- 이제 집으로 돌아가면 그 모습을 진하게 그리워 할 것이다.

장금 장치가 제대로 안되는 방. 그렇지만 셋+둘이기에 별반 걱정이 없다.

참으로 아름다운 트래킹이었다.

내일은 길기트로 돌아가는 일만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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