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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하이웨이를 넘어 파키스탄으로.

훈자(4)

  8월 4일(토)

그럴 필요가 없는 데도 7시가 넘으니 자연스럽게 눈이 떠진다. 훈자의 아침은 상쾌하고 아름답다.

  오늘은 날씨가 꽤나 쾌청하다. 권중이도 나도 높이 올라가 설산을 확실하게 보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히게 하는 날씨다.

  아침은 어제 홀란드 마가렛이 알려준 히든 파라다이스에서 훈자빵과 꿀,오믈렛, 짜이를 먹는다. 식당 이름답게 멋진 계곡을 바라보며 먹는 맛이 제법 좋다.

  난 오늘 한번 더 걸어도 좋건만 권중이는 걷기가 싫은가보다. 자꾸 짚을 렌트하자고 조른다. 

결국 내가 져주기로.. 짚을 렌트해서 다시 이글레스트 전망대를 가기로 하였다. 짚으로 편도 20분.

이글레스트 전망대에서 본 설산들은 희고 눈부셨다. 순백의 흰눈들이 원형으로 주욱 늘어서 있다. 한시간 가량을 전망대에서 즐기다가 다시 짚을 타고 마을로 내려왔다. 카리마바드는 햇살이 강하게 덮고 있고 거리는 마치 사람이 안 사는 곳처럼 텅빈 상태로 적막하였다. 

 인터넷을 하러갔다. 엄청 느려 속에서 불이 날 지경이다. 간신히 멜을 읽어 보고 멜 하나를 보내는데 한시간이  후딱 지나간다.

점심을 먹어야겠기에 식당을 찾아 헤메이다 한 깨끗한 식당으로 갔는데 사람은 하나도 없다. 치킨후라이드 라이스-엄청 맛없다.-  밥을 먹고..

강한 햇살에 기가질려 그냥 숙소로 돌아오고 만다. 바지를 빨아 햇살에 놓아두고 이블을 소독 하고 그냥 쉬었다.

빨아 널은 바지가 두시간 만에 말라버렸다.

 오후 4시 권중이를 내버려두고 수로를 따라 동네 산책길에 나섰다. 라카포시가 커다랗게 보이는 동네가 풍요롭고 안락해 보인다. 수로를 따라 걷는 길은 그늘을 만드는 가로수가 있는 길이라 더욱 마음에 든다.

걷는 도중에 동네 꼬마들이 깡통을 드럼처럼 두드리며 놀기에 껴서 함께 춤을 추며 어울리니 아이들이 자지러지게 좋아한다. 동네 사람들 모두 눈길이 마주치면 인사를 한다. 동네 한바퀴를 빙 둘러서 다시 카리마바드로 가는데 세시간 남짓 걸렸다.  걸으면서 아이스크림도 하나 사서 먹고, 허름한 동네 찻집에 들어가 짜이도 한잔 마시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아래층 복만이네 가서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다른 여행자들과 함께 양푼이 비빔밥을....

밥을 먹다가 랑가 파르밧 가는 팀을 만들었다. 길기트에 가서 함께 가자고...

  내일은 굴미트와 파슈를 볼까? 한다. 그럴려면 아침 일찍부터 서둘러야겠다. 될런지 모르겠지만...

 

8월 5일(일)

오늘은 아침 일찍 서둘러 굴메트와 굴미트 마을 순례를 하였다.

굴미트 가려고 했다가 잘 못 간 굴매트 마을 정말 아름답고 정겨운 마을이다. 사람들 착하고 우호적이고..

사진을 찍어주니 먹을 것이 마구 마구 나온다. 미르의 친척집, 아주 부잣집에도 초대받아 갔다.

의대생과 교사인 두 딸을 가진 아버지는 이 곳 유지인 듯. 말타고 다니며 한량처럼 사는 사람이다.

감자칲과 짜이를 대접 받으며 집안 이 곳 저곳을 구경하였는데 나올 때 사과도 한 바구니 싸주었다.

그 집을 나와 계곡을 따라 주~욱 걸으니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마을을 빠져 나오다가 마지막 한장 남은 폴랄로이드 사진을 한 허름한 할아버지와 손자를 찍어주니 너무도 감격한다. 그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졌다.

한참을 걸어나와 큰길로 나와 길을 묻다가 내가 간 마을이 굴미트가 아니라 굴매트라는 사실을 알게되었다.

다시 알라하바드로 가서 파슈가는 봉고를 잡아타고 3시쯤 굴미트 도착.이 마을은 굴매트보다 컸다. 중학교,소학교, 또 사원, 폴로경기장도 있고 빙하녹은 물이 마을을 가로지르며 가고 있고 그 사이로 과일과 곡식이 풍성하게 익어가는 마을이다. 계곡도 있고 빙하도 있고 호수도 있다.

이 마을을 걷다가도 사람들이 자꾸 자기집에 들어오라고 끌어서 들어가서 살구와 빵과 달을 얻어먹고 살구도 싸주어서 가방에 넣으니 가방이 엄청 무겁다.  마을을 이리 저리 걸어다니는데 너무도 아늑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이 곳에서도 동네 아이들이 길안내를 잘해주었다. 영어를 하는 아이도 있어 대화도 어느정도 되고...

6시 어두워지려하자 마음이 스산스러워 마을 입구로 나와 돌아갈 차를 기다리는데 모두들 로컬버스는 없단다.

택시를 대절하라고 하는데 택시기사란 사람들이 도무지 미덥지가 않았다. 다 뿌리치고... 길에 서서 봉고차를 히지하여 타게 되었다. 카나치에서 놀러온 가족이 마침 카리마바드로 간단다. 참 운이 좋았다.

1시간 정도 후 그들은 알티트성으로 가고 나는 카리마바드로 발길을 옮기는데 고향에 돌아온 듯 마음이 편안하고 푸근하다.

저녁은 권중이와 또 다른 여행자와 함께 헤더그라는 식당으로 가서 부페를 먹는데 엄청 푸짐하고 맛있었다.

오늘은 하루종일 배터지게 먹는 날이었다. 이 집 저 집에서 많이도 얻어먹고...

모두들 하루 더 있다가 가라고 말려서 또 하루 더 머물기로 하였다. 내일은 라카포시로 가련다.

 

8월 6일(월)

오전에 권중이는 파슈로 떠났다. 일주일동안 함께 지냈는데.... 갑자기 몹시 허전하고 텅빈 것 같다.

오랫만에 혼자가 되어 버렸다. 방과 베란다(설산이 보이는 전망 좋은 곳이다.)를 왔다 갔다 하며 빈둥거리다

오후에 또다른 수로를 따라 산책을 하기 시작하였다. 길은 한적하고 쾌적하고. 사람들은 순박하고 표정이 천진하였다. 알리아바드까지 두시간 소요...  알리아바드는 훈자보다 번화하고 물건도 많았다.  길 양편에 상가가 주욱 늘어서 있고... 이곳에서 짜이 한잔과 난, 그리고 치킨스프로 저녁을 먹고,.. 아 꼬치구이도 하나 먹었다.

그리고 나서 거리를 어슬렁 거리니 구두수선 할아버지가 들어오라고 부른다. 사과쥬스를 하나 사주길래 고마워서 열쇠고리를 하나 주니 흙먼지가 가득 낀 신발도 무료로 닦아주고 알반지까지 빼서 준다.

여지껏 훈자사람들은 나에게 무조건 주는 것을 좋아했다. 훈자에서 참으로 많이 받으면서 지낸다. 밥도 얻어먹고 사과도 싸주고, 말린살구, 생살구도 부지기수로 얻어 먹었다. 오늘은 신발도 닦아주고 사과쥬스도 얻어먹고.... 그리고 매번 차도 공짜로 타고...

훈자...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가네쉬 마을까지가는 버스를 타고 가네쉬마을 입구에서 내려 걸어 올라오는 길은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는 시간이었다.  오르막이지만 걷는 걸음이 가볍고 청량하다.

자전거를 낑낑대고 타고 올라가는 훈자남과 서로 의지하며 올라가며 그저 그런 잡담을 하니 걷는 길이 무섭지 않다.

오늘은 오랫만에 독방이다. 시원 섭섭함이 깔린다. 오랫만에 혼자 방을 쓰니 자유롭고 좋긴 좋다.

밀주, 훈자와인이 드뎌 와서 한병으로 9명이 커튼을 내려놓고 파티를 즐겼다. 참 유쾌하고 은밀한 즐거움이 있는 밤이었다.

내일은 길기트로...   오늘 늦잠을 자는 바람에 라카포시를 못가고 떠나는 것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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