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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하이웨이를 넘어 파키스탄으로.

사막의 도시로 변해버린 실크로드의 교차점. 쿠차...

깨어보니 어느새 10시가 다 되어간다.  게으름을 피울까 하다가 갑자기 기차표를 예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서둘렀다.

밖으로 나서니 먼지낀 사막의 도시 분위기가 물씬난다.

모든 것이 정지된 듯한 고요함. 햇살만이 무섭게 온세상을 덮어오고... 눈이 부시다.

이 곳 쿠처역에서는 카스까지가는 침대표는 커녕, 좌석조차 전혀 없다. 순간 우루무치에서 끊어올 걸 하는 후회가 밀려오지만 무좌표를 사고 만다. 

 역에서 버스를 타고 신시가지로 들어가니 백화점과 관청이 들어서 있어 제법 번듯한 도시로 보인다. 

일단 넘치는 햇살을 피해 벡화점 식당으로 들어가서 만두와 커피로 요기를 하는데 만두피가 쫄깃거리고 구수한 것이 우리네 정제된 밀가루와 다른 듯... 

늦은 아침을 먹고 조금 쉬다가 오토릭샤를 타고 시가지 서쪽으로 가니 쿠처 왕궁을 겸한 박물관이 있었다. (입장료 40원,일단 입장료가 터무니없이 비싸다고 생각되어지지만 그냥 들어갔다. 물1병을 준다.)

박물관의 소박한 전시실엔 4~7세기의 simmer-cave와 kumtura cave의 생생한 벽화와 키질동굴과 쓰바스 고성,구이쯔 고성에서 나온 유물들을 전시하고 있었다.

너무도 한가롭고 조용하다. 왕궁 높은 정자에 올라 주위를 굽어보며 한가로이 아까 슈퍼에서 산 맥주를 마시다. 한 낮의 열기에 그 깟 맥주 한캔에 취기가 올라온다. 왕궁 옆엔 무너진 성벽이 남아있어 이 곳이 쿠처성 유적의 일부임을 알게 해 주었다.  실지로 박물관을 나와 조금 걷다 보면 길가에 200미터정도 되는 성벽일부가 흙더미로 변한 채 남아있었다.

"왕궁의 장려함은 신의 거처와 같고,외성은 장안성과 흡사하며 실옥은 장려하다"고 할 정도로, 삼중성곽에 장안성과 같았던 외성,옥과 금으로 된 궁실 등 찬란하고 장려.웅장했던 쿠처성이 한 줌의 흙으로 변한 사실이 세월의 덧없음을 느끼게 할 뿐이었다.

우리의 위대한 신라 탐험가이자 여행가였던 혜초 스님은 인도를 순례하고 돌아오면서 이 쿠처성을 보고 다음가 같은 글을 남겼단다. "카시가르로부터 한달을 가면 쿠차에 도달한다. 안서대도호부로 중국군대가 대대적으로 집결된 곳이다. 쿠처국에는 절도 많고 스님도 많으며 소승불교가 유행하고 있다. 고기,파,부추,등을 먹으며 중국스님들은 대승불교를 믿는다"

  여기서 보다시피 혜초 스님이 보았던 쿠처성은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번영하고 있었고 불교사원도 번창하고 있었던 것이다.  흙더미로 변한 성벽을 걸어 위구르인의 삶을 생생하게 엿볼 수 있는 골목길 탐사를 하게 되었다. 길가에 말리고 있는 살구 열매들, 자신들의 삶의 터전인 집을 재건하기위해 열심히 짚과 진흙을 이기고 있는 남정네들. 그리고 집 마당의 꽃들이 이란 영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떠오르게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을 라치면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포즈를 취해준다. 골목을 이리저리 거닐다 도착한 쿠처 따쓰.. 기도를 마치고 나오는 위구르 할아버지를 찰칵하고...

골목길에서 나와 마차도 타고 버스도 타면서 시내를 한바퀴돌아보니 어리버리했던 쿠처 시내가 대략 그려진다.

저녁 8시쯤 숙소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택시기사를 만나 내일 투어의 가격을 흥정하였다. 함께 할 만한 여행자를 찾았으나 여행자 같은 사람이 도통 보이질 않으니.. 할 수 없이 혼자 250위안에 하루 렌트를 예약(키질천불동,쓰바스고성,봉화대,등)을 보고 밤에 기차역까지 픽업도 해주기로 하고...  내일의 투어를 예약한 후 동네를 한바퀴 더 돌기로 하였다.

나의 숙소 교통빈관을 등지고 오른쪽으로 주욱가다 보니 5.1도로에 야시장이 있었는데 매캐한 석탄냄새가 투르판을 연상케 하였다.그리고 동네 곳곳에 흐르는 황토개울에서 벌거벗고 노는 개구장이들의 모습들...

5.16가에는 인터넷 까페인 왕빠가 꽤 있으나 한글쓰기가 안된다. 메일만 읽고 인터넷 뉴스만 보다 돌아오다.

아프카니스탄에서 한국인 목사 1명이 죽고 여성 8명이 석방되었으나 나머지는 아직 억류중이라는 무서운 소식이 있었다. 숙소로 돌아와 샤워하고 읽고 쓰는데 어느새 12시가 넘었다. 혼자 다녀도 넘 바쁘다.

♡오늘 시장통에서 위구르 부자가 불러가니 하미과를 썰어주며 먹으라 하였다. 고마워 즉석사진을 한장 찍어주니까 더 큰 조각을 썰어주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혼자 다니면 큰 수박이나 큰 하미과를 살 엄두가 나지 않는데 참 잘되었다.

쿠처사람들 대체로 다 착하고 인상이 편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