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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하이웨이를 넘어 파키스탄으로.

아름다운 목장, 우루무치...

7월 23일(월)

  모닝콜을 해주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찍 일어나야 한다는 부담감에 잠을 설쳤다. 일부러 쉬기 위해서 나름 좋은 호텔에 묵었었는데 그 호텔을 즐기질 못한 듯 하다.

  새벽 4시 30분 정확하게 모닝콜이 오고... 생식을 개어 먹고 씻고 짐을 싸서 로비로 내려오니 5시 5분. 맡긴돈 300위안을 찾아 길을 나서니 길에는 벌써 환하게 날이 밝았고 사람들이 많이 다닌다.

  지하철과 공항버스를 번갈아 타고 공항에 도착하니 6시 45분. check in을 하고도 시간이 많이 남아 아침을 해결하며 우루무치 탐구를 시작하였다.

여유가 된다면 카나쓰호 투어를 해볼까나 하고...그러나 몽골 흡수골에서 이미 호수의 아름다움과 말을 타고 돌아다닌 황홀한 경험이 있어 그다지 당기지는 않는다. 경치가 아름답기는 하겠지....

북경→우루무치는 비행시간만 3시간 30분이 넘게 걸렸다. 인천에서 북경까지 2시간이니 훨 먼 셈이다.

역근처 아와빈관에 짐을 풀었다. 에어콘,욕실,트윈침대와 넓은 방, 마루바닥이 있는 깨끗한 방이 120위안이다. 내가 생각해둔 호텔의 도미토리가 50위안으로 올랐다니 귀찮기도하고 그냥 쓰기로 하였다.

이틀 입은 티셔츠에서 쉰내가 풀풀나 빨아널고 바로 앞 우루무치역으로 갔으나 24일부터 30일까지 침대표는 어느 것도 없다. 카나쓰호를 다녀오더라도 27일이면 떡을 치는데 난감하다.

  표는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박물관으로 향했다.

북경과 마찬가지로 우루무치도 세련되게 변해있었다. 일단 거리가 깨끗하고 석유로 돈을 버는 도시답게 석유공사간판이 많고 고층건물이 즐비하다.

작년에 리모델링한 박물관은 아직도 군데 군데 공사중이었다.(입장료; 30위안, 09:30~17:00 오픈) 

이슬람사원 양식인데 1층 홀안의 높다란 둥근돔이 그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곳 박물관은 별로라는데 나는 실크로드를 대략 정리해 볼 수 있어서 좋다. 아스타나 고분군이나 고창고성,교하고성 등은 폐허된 건물터만 보았는데 그 곳에서 발굴한 천조각이나 유물들이 함게 연결되어 더욱 생생한 감동을 주는 것이다.

  3층의 20여기의 고묘에서 발굴된 미이라들은 그 어느 미이라들 보다 생생하여 생전에 그들의 모습이 그냥 그려진다. 타클라마칸 사막에서 발굴괸 천조각들도 인상적이었다. 또한 민속관이 새로 단장되어 쉽게 눈요기할 수 있어 더욱 좋다.

실크로드의 정서를 한껏 느낄 수 있는 박물관이다. 이 곳에서 대학교수들과 함께 인문학을 연구하는 박물관팀을 만나 모처럼 한국말로 수다를 떠니 좋다.

 오후 6시쯤 박물관 앞에서 버스를 타고 장거리 버스터미널로 가서 쿠처까지의 버스편을 알아보니 대부분 저녁 6시나 7시에 출발한단다. 그리고 20여시간 정도 걸리는 침대버스 요금은 150위안정도.. 버스를 타고 쿠처까지 간다는 것이 일단 엄두가 안난다. 잠시 망설이다가 일단 저녁부터 먹고...무지 큰 돼지고기 덩어리를 넣은 국수 한그릇.  고기덩어리에 손이 가지 않아 국수만 건져 먹는데 의외로 느끼하지 않는 괜찮은 맛이다. "따페이미엔" 매운 고추절임과 궁합이 맞는다.

  저녁을 먹고 시내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기차역으로 가서 그냥 내일(24일) 떠나는 딱딱한 좌석(잉쭈어-116위안)를 사고 말았다.  단지 우루무치를 떠나고 싶은 마음만 든다. 애초 가기로 했던 카라코람 하이웨이길을 바삐 가기로 마음먹었다.

과일과 맥주와 물을 사서 숙소로 돌아오는데 8시 30분이다. 아직 거리는 환하고...

새벽 4시 30분부터 지금까지 뭔가를 하긴 했는데 그다지 많은 일을 한 것 같지 않은 긴 하루였다.

이 곳 우루무치는 10시 20분쯤되어서야 어둑해지기 시작하는 완연한 백야현상이다. 러시아보다는 빠르지만..

7월 24일(화)

오늘은 빈둥거리며 호텔에서 죽치다가 11시 30분쯤 역으로 가서 기차를 탈 예정이었다. 푹 쉰다음에 잉쭈어의 고단함을 견디리라 생각하였었다.  그런데 7시에 저절로 눈이 떠지더니 좀이 쑤셔서 호텔에 누워있을 수가 없다. 이 부지런병은 어디에서 생긴 것일까?  주섬 주섬 짐을 챙겨 놓고 홍산공원(역앞에서 927번 버스이용)으로 향하니 8시다.

927번은 중산로와 인민광장 등 시내 중심가를 다 지나가 버스를 탄 것만으로 우루무치 시내 투어를 한 느낌이 든다. 

홍산공원을 천천히 걸으며 동네 사람들 운동하는 걸 구경하다 보니 어느새 꼭대기 정자에 올라가 있었다. 그 곳을 깃점으로 수많은 계단을 통해 내려와서 보니 얼떨결에 홍산공원을 대략 다 둘러 본 셈이 되었다. 

중국도 너무도 많이 변해있었다. 그 전에 그토록 많았던 노천 아침 식당(죽과 튀김류를 팔던...)이 없어져 먹거리가 도통 안보인다.  어쩔 수 없이 역앞으로 다시 돌아와 우육면 체인점에서 우육면 한그릇을 먹었는데 면발과 국물의 맛이 일품이다. 식당안에 사람들이 바글거린다. 

이제 숙소로 가서 짐을 챙겨 나와 기차를 타면 된다. 

기차늘 깔끔하고 세련되었다. 에어컨이 팡팡 나오고...  2층구조인데 내자리는 2층이라 전망도 좋고 동행도 발랄해보이는 세자매와 함께이다. 이들에게 짐을 맡기고 마음놓고 돌아다녀도 될 것 같다.

12시 8분 정확한 시간에 출발. 기차는 건조한 사막길을 달린다. 13시 55분 반가운 투루판 도착. 역시 청포도와 난을 팔고 있었다. 살까하다 그만 두었는데 자매들이 사서 나누어 주었다.나의 비스켓과 라면도 함께 먹고.. 마치 가족같은 느낌이 든다. 기차는 국광이라는 곳을 지나면서는 척박한 흙산들 밑에 푸른 초지가 펼쳐지고 내가 흘러 청량감을 주고 있었다. 

꽤 긴 기차의 머리가 저 멀리 휘돌아가고 있다. 이어 초지로 덮인 산들이 보이고 꼭대기에 눈덮인 산들도 보인다.

저녁 8시부터는 키가 큰 나무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더니 얼마 후 시야를 가로막는 높은 산들이 사라지고 광활한 벌판이 시작되었다. 기차안의 냉방이 너무 강해 마침내 사람들이 신문지로 찬바람출구를 막기 시작하자 내가 스카치테잎을 꺼내 주니 모두가  환하게 웃으며 좋아한다.  잉쭈어칸은 밤새도록 환하고 시끄럽다. 10시부터 소등을 하는 침대칸과는 다른 사람 냄새가 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제 중국사람들도 기차안에서 음식을 별로 먹지 않는다. 10년전 실크로드 여행 할 때 바리바리 싸들고 타서 하루종일 먹어대곤 하던 그들이 아니다. 가방도 입성도 다 세련되었다.

역시 젊은이들은 핸드폰이 놀이기구고 대부분 사람들의 놀이는 주로 원카드인데 우리처럼 돈을 걸거나 맞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냥 하는데도 재미있어 한다.

밤 11시 10분 쿠얼러 도착. 꽤 큰 도시 같다. 불빛이 휘황하다.

새벽 2시 50분 쿠처 도착.

 사랑스럽고 예쁜 자매들과 헤어져 기차에서 내리니 사막의 더운 모래바람이 훅 끼쳐온다.

 몸의 구멍 구멍마다 모래가 들어가 버릴 기세에 정신이 혼몽하다. 여행자처럼 보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역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있을 장소도 없다. 선택의 여지없이 긴장과 경계를 하고 탄 택시기사는 의외로 순수하고 착한, 한국말을 열심히 배우고 있는 청년이었다. 그가 교통빈관에 데려다 주어 50위안에 트윈룸을 묵게 되었다.

일단 내일 일정은 내일 생각하기로 하고 씻고 빨래를 하고 잠을 청한다. 선풍기소리가 꽤나 요란하다.

 

 북경→우루무치간의 비행기 안에서 찍은 눈덮인 천산산맥

 

 우루무치역전앞의 호텔 방.

우루무치 박물관

 

 우루무치시내

 우루무치 홍산공원

쿠처가는 기차안에서

쿠처가는 기차안에서..

기차안에서 만난 자매들... 먹을 거도 나누어 먹고 가족같았었다.

 쿠처가는 기차....  이 기차가 카스까지도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