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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구례

가을 구례 19(산수유 마을 어슬렁)

2021년 11월 18일(목) 맑음.

오늘 난 여기 산동에 더 남아있는 이유를 찾기 위해 상위 마을 을 찾았다. 

걸어 올라가는 길에 중동마을 버스 종점 옆에 새로 생긴 커피집에도 들러

맛있게 내린 드립커피도 맛보고 주인장과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었다.

 

한달 전에 문을 열었다는 쉼. 주문진에서 카페를 하다 조용한 곳을 찾아 왔다는 주인장의 커피 내리는 솜씨가 수준급이다.
작은 비워있었던 가게를 손보아 최소한의 비용으로 열었다는 카페.. 그는 자신이 머물 곳을 찾아 이 동네의 이장님을 만났고 부탁했다고..
카페 한쪽 벽면에는 지인이 그렸다는 그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화사한 색감이 분위기를 밝게 만들고 있는 듯.

진하고 맛있는 커피, 케냐AA. 그는 잘 추출해 주었다. 

오랫만에 향좋은 커피를 잘 마시고 나서 난 이제 가벼운 걸음으로 반곡마을을 거쳐 상위 마을로 올라갔다.

가는 도중 산수유 열매를 따서 말리고 있는 노부부에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했더니

찍으라면서 차한잔 하고 가라고 하신다. 단감도 먹으라고 하시고...

요즘 사진 작가들이 많이 찾아온다고 했다.

지난번에서 사진작가가 사진을 찍더니 인화해서 선물해 주었다고..

 

사진을 좀 더 잘 찍어보고 싶었는데 열심히 일하시는 두분 께 민망해 대충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난 사진 작가가 아니니...그래도 나그네에게 굳이 단감을 권하는 넉넉한 마음에 뭉클하다.
산수유 열매를 이렇게 수확한 후라서 반곡마을과 상위 마을에서는 봄에 본 사진에서처럼 돌담사이의 붉은 그런 풍광은 없었다. 내가 놓쳐버린 듯.

동네를 어슬렁 거린다는 것이 엄청 많이 걷게 되었다.

상위마을을 거쳐 월계마을을 둘러보고 돌아오니 16,000보가 넘어버렸다. 

걸은 것 같지 않은 데 꽤 걸었던 듯하다. 피곤이 몰려왔다.

해질 녘 산책도 포기하고 쉼을 택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