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15일(월) 청명하다...
어제 지리산 호수 공원과 지리산 정원을 걷느라 땀을 빼서인지
오늘 일어나는데 피곤이 덕지 덕지다.
그래도 하루를 시작해야지... 누가 떠미는 것도 아닌데 부스스 일어나 움직이고 있다.
커튼을 젖히고 창문을 활짝 여는데 건너편 산들과 동네가 안개에 가려 없어져 버렸다.
세상 신비로운 분위기다.
오늘은 멀지 않은 오산을 등산해서 사성암을 가기로 하였다.
뚜벅이의 사성암 가는 길.
지리산 온천 정류장에서 9시 버스를 타고
구례 공영버스 터미널로 가서
문척가는 버스를 갈아탄다.
문척 가는 버스는 10시에 있었고 나는 구례읍을 기웃거리며 30분 가량을 보낸 후 버스를 탔다.
10분 쯤 후 기사님은 죽연 마을에서 나를 내리라고 하였다.
이 마을에서 오산 트래킹이 시작되는 것이다.
버스가 오던 길로 다시 되돌아 200미터쯤 걸어가면 오산 등산로 입구가 나온다.
마을 사람들은 나보고 등산 갈거냐 그러면서 그 길을 가르쳐 준다.
위험하니 가지 말라는 사람은 없었다.
며칠 전 나들이 장터의 김밥집 사장님이 오산 등산이 너무 좋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자주 다닌다고..
그래서 길도 잘 닦여있고 사람들도 뜸뜸이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올라가는 길 내내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다.
아니 딱 한분 80이 넘으셨다는 구례읍에서 오셨다는 어르신을 만났을 뿐이다.
이분도 길이 가파르고 낙엽이 덮혀 미끄러워 난감해 하셨다.
반가웠지만 너무 느리게 걸으셔서 천천히 조심해서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난 걸어 올라갔다.
내려가실 때는 버스를 이용하시라고 신신 당부 드렸고.
사성암은 오산 정상 부근의 깎아지른 암벽을 활용하여 지은 사찰인데 서기 544년에 연기 조사가 세웠단다.
원래는 오산사라고 부르다가 의상,원효대사,도선,진각 국사 등 4명의 고승이 수도하여 사성암이라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암자 주변에는 우뚝 솟은 기암괴석이 있는데
그 중에서 풍월대,신선대, 소원바위 등 12비경이 빼어나 명승 제 111호로 지정하였다고..
이 오산 사성암은 섬진강과 주변 평야, 구례읍과 7개 면과 지리산 연봉들을 한 곳에서 모두 볼 수 있는 곳이었다.
난 봄에 처음 왔을 때 홀딱 반했었다.
섬진강과 벛꽃이 마음을 잔뜩 홀렸었다.
오늘은 섬진강을 덮은 운무가 나의 마음을 다 가져가 버렸다.
내려오는 길.. 사성암과 죽연마을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까? 하다가
사성암 입구에 죽연마을 1.9키로라는 표지판을 보고 산길로 내려가 보기로 결정하였다.
조심 조심 내려가면 되겠지. 했는데 낙엽덮힌 내리막 길이 장난이 아니었다.
미끄럽고 가파르고..
후회를 덕지 덕지 하며 걸어내려간다. 아까 할머님한테는 꼭 버스 타라고 해 놓고는...
두어번 미끄러져 별이 몇개 왔다 갔다 했다.
최대한 조심해서 살살 내려온다.
긴장을 잔뜩한 탓에 감나무 밭이 나오자 나도 모르게 큰 숨이 쉬어졌다.
이제 살았구나 하는 마음.
여행 중에는 크고 작은 결정을 해야 할 때가 있다.
순간의 결정이 위험으로 몰고가기도 한다. 명심해야 할 사항이다
죽연 마을 버스 정류장 앞. 순두부 집에서 점심을 먹는데
이 동네 맛집인지 2시가 가까웠는데도 사람들이 꽤 많다.
해물 순두부는 담백하고 맛있었다.
주인장은 무척이나 친절했고..
오산 등산하며 한 긴장이 저절로 풀린다.
점심을 맛나게 먹고 시간이 충분해서 이 죽연 마을을 어슬렁 거려 보기로 하였다.
마을은 따듯하고 밝고... 분위기가 좋았다.
동네 어르신들도 이구동성으로 살기 좋은 마을이라고 하신다.
이 마을의 유명한 무우루라는 카페를 찾아갔지만 휴무다.
두부집 주인장 말로는 주말에만 연단다.
이 무우루 근처에 죽연사라는 사당이 있었는데 여기도 굳게 잠겨있었다.
죽연 마을을 어슬렁거리다
산동가는 버스 시간에 맞추어 택시를 불러 타고 구례 공영버스터미널로 갔다.
택시비 5,250원. 가까운 거리다.
구례의 명소 사성암.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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