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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구례

가을 구례 18(곡전재,운조루,수락폭포)

2021년 11월 17일(수) 맑음.

어제는 오산 트래킹의 후유증으로 온몸의 근육이 놀라 찌부등하였었다.

그래서 

핑계김에 쉬어간다고.. 오전 내내 방에서 뒹글거렸었다.

그러다 점심 때가 임박해서 동네 산책길에 나섰는데 

어느새 산수유 열매의 자태가 많이 보여 마을이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 그림은 구례 화가의 작품이다. 이 그림을 보고 이 가을 난 다시 산동을 찾았고..

화가가 찍은 장소는 상위마을인데 상위 마을은 며칠 후에 가 볼 예정이다. 

위의 사진들은 이 가족 호텔 주변을 서성거리며 찍은 것들이고...

오늘 난 미루어 놓고 미루어 놓았던 운조루를 가벼운 마음으로 가 보기로 하였다. 

누군가는 너무 퇴락해서 마음이 아팠다고 한 곳.

명당 중에 명당이라는 금환택지라는 곳. 

구례 터미널에서 토지면 가는 버스를 잡아 타니 10분도 안되어 내리란다.

버스 정류장 가까운 곳이 곡전재. 먼저 곡전재를 방문해 보기로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이 표지판이 보인다.

1929년 박승림이 건립, 1940년에 이교산씨가 인수하여 현재까지 그 후손들이 거처하고 있는 곳이다 

조선 후기 한국 전통목조 건축양식의 주택이란다.

부연을 단 고주집. 문살의 외미리 형식, 기둥 서까래 등이 매우 크고 지붕이 높은 것이 특징이라고...

당시 영,호남지역에서 발견되는 부농의 민가 형식 주택으로

문간채,사랑채, 안채가 모두 일자형으로 배치되었다.

이 집의 인상적인 것은 2.5미터 높이의 호박돌 담장이었다. 

이 호박돌 담장을 설치하여 집터의 환경을 금환(金環)의 개념을 도입한 점 등이

독창적이며 학술적 가치가 인정되어 향토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단다.

 

이 집은 입장료는 없고 기부금 1,000원을 통 속에 넣으면 된다.
기둥이 민가치고는 매우 크고 서까래도 높아보였다.
곡전재 안 뜰
이 집은 현재 사람이 살고 있는 집이어서 괜스레 남의 집 침입하는 느낌이 들어 자세히 보기가 민망스러웠다.
곡전재의 호박돌 담장.

이제 곡전재를 나와 마을 길을 조금 걷다보니 운조루 유물전시관이 나온다.

유물 전시관의 인상적인 내용은 이 오미리의 풍수 지리에 관한 것이었다. 운조루가 명당에 지어졌다는 것.

운조루가 있는 오미도은 "마을의 안산이 되는 오봉산이 기묘하고, 사방의 산들이 다섯 별자리가 되어 길하고, 물과 샘이 풍족하며, 풍토가 윤택하여 다섯가지가 아름답다" 라고 하여 오미동이라 불렀단다.

풍수적 형국은 마을 뒤편으로는 지리산 노고단의 남쪽 능선들이 이루어 놓은 포근한 계곡이 있고, 마을 앞으로는 이들 사이로 흐르는 개천들이 만든 넓은 평야가 펼쳐져 있으며, 섬진강의 큰 줄기가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르는 '배산임수'의 전형적인 입지환경을 갖추어 풍수리리의 큰 명당자리로 손꼽힌단다. 또한 마을의 앞쪽 섬진강 건너편에는 안산인 오봉산이 있고. 남쪽으로는 계족산이 주작의 역할을 하고 있다. 동쪽에 왕시루봉과 서쪽의 천왕봉이 있어 좌우의 청룡,백호로 불려진다

또한 

"한국의 풍수"(조선총독부 조사자료 21집, 민간신안, 제 2부)에 구례 오미동에 관한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1910년대 초부터 전국 각지로부터 이주자들이 모여드는 곳으로서 이곳에 100여호나 옮겨왔으며, 이런 추세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이는 이곳 어딘가에 유명한 명당이 있다고 전해지는 까닭이다. 비기(秘記)에는 이 지역에 3개의 명당이 있으며, 금환락지(金環落地)라는 것이 상대, 금구몰니(金龜沒泥),가 중대, 오보교취(五寶交聚)가 하대라고 불려지는데 이곳을찾아 집을 짓고 살면 크게 힘쓰지 않고도 하늘의 도움을 얻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다고 한다.

구례군 토지면 오미리는 금환락지에 해당하는 금가락지가 떨어진 장소라 하여 금환동으로 불려졌단다.

금환락지

풍수가들은 한반도를 미인 형국으로 보았고 지리산 자락의 구례를 미녀가 무릎을 끓고 앉으려는 자세의 중심부에 해당한다고 하였다. 이와 함께 미녀가 금가락지를 빼놓은 곳이 명혈(名穴)이 된다고 하였는데, 운조루의 자리가 명혈에 해당한다. 가락지는 여성들이 간직하고 있는 정표로서 출산할 때와 같이 중요한 경우에만 빼놓는 것이 상례로, 금환락지라는 곳은 풍요와 부귀영화를 상징한다.

금환락지는 지리산의 선녀가 노고단에서 섬진강에 엎드려 머리를 감으려다 금가락지를 떨어뜨린 곳이라고도 하고 그때 비녀도 떨어뜨렸는데, 그곳을 금잠락지(金潛落地)라 표현하기도 한다. 토지면의 원 지명도 가락지를 토해 냈다는 토지면(吐指面)이였다고 하는 바, 풍수형국에서 비롯된 지명이다.

--이상 운조루 유물 전시관에서...

 

운조루 앞. 해자처럼 물이 있었다.
타인능해(他人能解) 운조루 문앞에 있는 쌀 뒤주에 써 있는 글-"쌀이 필요한 사람은 누구라도 열어 쌀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

운조루의 이 뒤주에는 쌀이 약 2가마니 반이 들어갔는데

운조루 1년 소출의 약 20퍼센트인 36가마니를 주변 사람들을 대상으로 베풀기 위한 용도로 썼단다. 

운조루 사람들은 이웃의 가난한 사람들이 주인 얼굴을 대하지 않고 쌀을 가져갈 수 있도록

사람들의 눈에 잘 띄지않는 사랑채와 안채 중간 지점에 통나무 속을 비워 만든 뒤주를 놓고 쌀을 채운 후

마개에다가 타인능해라는 글자를 새겨놓았다고한다.

 

건물 중 그나마 사람의 손때가 묻어 있었던 사랑채-운조루라는 명칭도 원래는 사랑채의 이름이었단다. 
운조루라는 사랑채의 이름도 이 도연명의 [귀거래사]에서 온거라고.

이 훌륭한 이야기거리가 있는 운조루 고택은 영조 52년(1776)에 낙안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지은 것이라는 데 

현재는 사람이 살고있지 않고 관리인이 관리를 할 뿐이었다.

그런데 전체적으로 너무나 낡고 퇴락해 보여서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겠다. 

국가에서든 지자체에서든 도움을 주어 복구를 시급히 해야할 것 같았다. 

유물전시관은 멋진데... 그리고 주변 한옥 민박들도 멋진데 운조루는 너무나 방치된 느낌이다.

 

운조루의 사랑채에서 차한잔을 마시고.. 나는 집을 나왔다.

입장료 1,000원이라는데 받는 사람도 없고 나에게는 잔돈이 없어 그냥 나올 수 밖에 없었다.

운조루를 나서며 돌아본 오미 마을. 너무도 포근하고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마을에는 이렇게 지리산에서 내려온 차고 맑은 물이 흐른다.
너른 들판도 있고
이 마을도 감나무가 지천이다.
한옥 민박들도 많다.

마을을 돌아다니다 운조루 옆의 들녘식당에서 백반을 한다기에 들어가보니 맛집인지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1인백반은 안된다고 미안하단다. 쿨하게 퇴장.

버스 정류장으로 가 구례읍가는 버스를 금방 잡아탔다.

구례읍에는 1인식사가 되는 식당이 많겠지..

구례읍까지는 10분도 채 안걸렸다. 쉽게 1인 식사를 하고..

난 금방 연결되는 수락폭포행 버스를 타고 수락폭포로 향했다.

버스는 이동네 저동네를 돌다 수락폭포에 다달았는데 여기가 종점이다.

버스 종점 부근의 감나무밭에는 대봉감 수확이 한창이다.

지나가는 나그네인 나에게도 감 두개를 선뜻 주면서 맛보란다. 

달고 맛있다.

수락폭포 버스 정류장에서
감수확이 한창이었다.
내가 얻은 대봉 홍시. 몇입먹다 증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에 급히 찍어본다.

수락폭포는 버스 정류장에서 5분정도 걸으면 나왔다.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다.

나중에 중년의 부부가 와서 서로 사진을 찍어주긴 했지만 

그들도 떠나니 나혼자다.

 

수락폭포(높이 15미터)는 기암괴석 사이로 은가루가 쏟아지는 듯한 아름다운 풍광과 신경통,근육통,산후통 등에효험이 있다고 소문이 나면서 여름철이면 수많은 사람이 몰리는 곳이란다.

지금은 인적이 없다. 상점들도 다 문을 닫았고.. 그래도 화장실, 샤워실 등 편의 시설은 잘되어있다.

 

버스 시간이 되려면 한시간 이상 기다려야한다.

아까 그 부부의 차를 얻어타고 아랫마을까지만 가볼까? 생각했지만 코로나 시국이라 그만두었다.

그들도 떠날 때 한참을 머뭇거린 이유도 나와 같은 이유일터.

일단 걸어보기로... 삼성마을까지 호젓하게 걸어간다.  

나의 몸상태도 날씨도 길도 최상이다.

삼성마을에서 벽화 몇장을 찍고 택시를 불러 돌아왔다.

아까 수락폭포 마을회관에서 동네 아주머니들이 알려준 콜번호가 요긴하게 쓰인다.

 

걸어내려오는 길에서
걸어내려오는 길에서
오늘 밤 달이 꽤 차있었다. 내 방 창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