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1월 4일(목) 청명함.
어제의 뜻하지 않은 산행이 의외로 힘들지 않았던 거 같다. 오늘 아침 일어나는데 몸상태가 양호하다.
공기가 좋아선지 머리도 맑고...
연일 버스 타고 돌아다녀서 오늘은 차없이 지내는 날로 정해버렸다.
이웃동네 다랭이 논으로 유명한 사포 마을을 슬슬 걸어 가보기로 한다.
동네니까 꿈틀 꿈틀거리다 느즈막히 길을 나섰다.
길은 여전히 조용하고 인적이 없다. 동네도 사람의 느낌이 없다.
빨래 줄에 널려있는 옷가지들로 사람이 살고 있구나 싶고.
묶여있는 강아지들만 목청껏 나를 반길 뿐이다.
여기 온지 7일째. 묵언 수행 중이다. 혼자 걷고 혼자 버스 타고. 혼자 밥 먹고..
이렇게 말을 안하고도 살 수 있구나를 실감하고 있다.
그런데도 마음에 쓸쓸함이나 빈 구석이 있지는 않다. 이미 오랜 남미여행에서 익숙해져서인가?
햇살은 따듯하고 하늘은 맑고 청명하고. 걷기에 딱 좋은 날씨다.
사포 마을은 아름다운 다랭이 논으로 유명해지면서 화가들이나 사진 작가들이 쏠쏠히 찾아온다. 물론 관광객들도..
마을은 벽화로 장식되어 있었다.
간단한 오전 산책을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오기 전에 점심을 먹으러 식당엘 갔는데 혼자 먹을 수 있는 메뉴가 딱 두가지 뿐이다. 김치찌개와 청국장. 돼지 두루치기를 2인분 시켜서 1인분을 포장해가지고 오려는데 주인장이 오래 걸리는 메뉴라서 곤란하단다. 결론은 김치찌개.. 맛은 소소.
방으로 돌아와 커피를 내려 마시면서 오랫만에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음악도 듣고.. 창밖은 부드러운 햇살이 가득하다.
해질녁. 반곡마을로 산책을 또 나갔다. 질리지 않는 마을 산책. 여전히 인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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