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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구례

가을 구례 8(노고단)

2021년 11월 5일(금) 구름이 많다.

오늘도 마치 출근하듯이 버스를 탔다.

지리산 온천 앞에서 구례가는 9시 버스. 버스 시간은 정확하다.

서울처럼 길이 막히는 일이 없다보니 시간 계산이 정확한 거 같다.

9시 30분경 구례 공영 터미널 도착. 그런데 화엄사 가는 버스가 방금 떠났다. 

구례읍을 어슬렁 거리며 약국에서 소화제 하나를 사서 먹는데 약국이 엄청 바쁘다.

이 구례읍을 다녀보니 꽤 큰 약국들이 여럿 있었다. 병원의 수 보다도 약국의 수가 훨 많은 듯.

지방에 연령층이 높다보니 약을 사려는 사람들이 많아선가 보다.

 

거리를 걸으면서 방앗간도 보고 빵집도 보고. 무슨 식당들이 있나도 보고....

소도시의 거리를 어슬렁 거리는 것. 나의 소소한 재미이다. 

10시 20분 화엄사 입구를 거쳐 노고단 가는 버스가 있었다.

화엄사 입구 버스 정류장에서 화엄사까지는 2키로를 걸어야한다. 

그냥 내쳐 노고단으로 가기로 하였다. 터미널에서 이미 노고단 가는 버스표를 끊어 내버렸으니까.(버스비 편도 5,000원)

버스 안에서 긴급히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노고단 탐방을 예약했다.

https://reservation.knps.or.kr/

 

국립공원관리공단 예약통합시스템

 

reservation.knps.or.kr

성삼재 버스 시간표. 화엄사 입구를 거쳐 간다. 

버스는 화엄사 입구에서 몇 몇 사람들을 태우고는 곧장 떠났다. 시즌이 시즌인지라 버스안은 사람들로 가득찼다.

천은사를 지나 산길로 올라가는데 천은사 앞에서 버스가 서는 건 아니다. 천은사 쪽의 단풍이 아름답다.

약 40분 소요.

성삼재에서 내려보니 주차장이 가득 찼고 사람들이 넘쳐났다. 봄의 성삼재는 사람들이 없었는데...

수학 여행온 학생들도 많아 커다란 관광버스가 주차장에서 한몫했다.

그러나 사람들이 이리 몰려들었는데 성삼재나 노고단이나 단풍은 없었다.

서리 맞아 단풍도 들기 전에 말라 비틀어진 퇴색한 나뭇잎들이 떨어져 있거나 붙어있거나 할 뿐이다.

그래도 시원하게 펼쳐져 있는 산의 무리들이 마음 속을 확 트이게 한다.

성삼재 마트에서 물도 사고 따듯한 커피도 사고 김밥도 사서 가방에 넣고는 산행을 시작하였다.

그동안 많이 걸어선가. 걷는 걸음이 산뜻하다. 늘 뒤쳐져 걸었던 내가 남들을 다 따돌리고 앞서간다.

한 때는 이 곳에서 자고 먹고 하면서 새벽같이 산길을 떠났을테지만 코로나로 지금은 밖의 장소만 허락할 뿐이다.
요기가 인터넷에서 예약한 바코드를 찍고 들어가는 곳이다.
모진 바람에도 살아 남은 구상나무
노고단 정상에는 노고단이라고 써놓은 비석이 있었지만 그 곳에서 사진을 찍으려는 줄이 너무 많아 포기하고 그 앞의 방사탑만 찍오본다.
날씨가 흐리고 단풍이 없어 다소 썰렁하긴 했지만 노고단의 매력은 이 넓게 펼쳐진 산들을 내려다 보는 것이다.
노고단으로 올라오기 전에 성삼재 분식집에서 산 충무 김밥. 요거이 4,500원이나 한다. 그 허술함에 깜놀.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수학 여행 온 학생들, 그리고 관광객들이 너무 많아 김밥을 한 구석에서 먹고는 서둘러 내려왔다.

성삼재로 돌아오니 1시 50분. 구례로 돌아갈 버스가 3시 20분이니 시간이 널럴하다.

한강에서나 만났던 끓이는 라면이 이 곳에도 있어 일단 라면을 끓여 먹고.. 따듯한 커피도 한잔 하면서 다리 쉼을 하였다.

맛있었는데 사진이 맛없어 보이는 라면.

열심히 사진 찍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성삼재에서 내려다 보니 바로 밑에 내가 묵고 있는 가족호텔이 보인다. 

그대로 내려가면 금방일텐데.... 사실 이 윗동네 당동마을로 가는 길이 있긴 있단다. 성삼재에서 3.4키로...

그러나 길을 잃기 쉽단다. 혼자가기에는 무리다.

3시 20분 구례 행 버스. 꽉차서 떠난다. 아래로 내려오면서 단풍은 아름답다. 그러나 사진을 찍을 수가 없으니...

버스는 다시 역으로 천은사를 지나고 화엄사를 지나서 터미널에 도착하였다. 3시 57분.

4시발 산동가는 버스(이 버스는 남원까지 간다.)를 아슬아슬하게 잡아탈 수 있었다...

산행을 했는데도 정신과 몸이 멀뚱 멀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