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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2021.3.15~4.8)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 6(2021.4.1~4)

 

지리산에서 살아보기 18일차
2021년 4월 1일(목) 구름이 꼈지만 미세먼지는 양호
혼자 맞는 아침. 커텐을 제치니 고리봉과 만복재의 능선들이 펼쳐져 있다.
이 숙소의 멋짐은 이 뷰이다.
오늘은 딱히 뭔가를 해야할 일이 없다.
그냥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동네를 어슬렁거릴 예정이다.
오전내내 빈둥거리다가 11시쯤 늘 다니던 길들을 걷는다. 방호정을 지나 상관마을 사포 다랭이 마을. 등등. 상관마을에서 한 할머니한테 씀바귀, 쪽파 쑥 등을 사가지고 돌아왔다. 씀바귀나물을 무치고 쑥국을 끓이고 파전을 해 먹을 계획을 짜본다.
방으로 돌아오니 2시가 넘어 버렸다.
오늘 사온 푸성귀들을 요리하는 건 나중으로 미루고 친구들이 남기고 간 먹거리 들을 꺼내 푸짐한 점심을 먹는다.디저트까지 완벽하게...
얼마전에 빌려놓았던 토지 1권을 다시 잡아본다. 전권을 읽어 볼까? 했던 처음이 작심이 무색해졌다. 비록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지는 못했지만 이 아름다운 지리산 자락을 매일 걸어 몸과 마음을 정화시켰으니 그것으로 됐다.
저녁나절에 아랫마을을 산책했다. 공기좋고 한가한 이 마을에서 마음껏 걸을 수 있다는 것. 마음이 가득차오른다.
매화와 산수유가 가고 목련도 가고 벚꽃은 지기 시작하고 이제 이 마을에는 복사꽃이 화려하게 피어오르고 있다.

벚꽃은 아직은 화려하지만 지고 있다.

복사꽃은 한창이고

조팝나무도 꽃으로 덮혀있다

이제 이 동네 농부들은 겨우내 버려 놓았던 땅을 갈고 있었다.
부지런한 농부의 땅에서는 채소들이 자라고 있고
토종 흰 민들레
철쭉이 내밀고 있다.

동네 할머니가 다듬은 파와 쑥. 그리고 씀바귀

복사꽃

지리산에서 살아보기 19일차
2021년 4월 2일(금) 맑지만 구름 다수. 미세먼지 양호.
오늘은 새벽부터 집을 떠나 오는 동네 친구 밍키가 오는 날이다.
KTX첫차를 타고 온 밍키는 남원에서 내려 귀인을 만나 이 지리산 온천 오는 버스를 잘 타고 왔단다. 아침 8시 반에 도착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함께 아침을 먹고 우리는 지난번부터 가고자 했지만 혼자서는 엄두가 안난 지리산 둘레길 산동~난동 코스를 향해 걸었다. 커피도 내려 보온병에 담고. 과자도 한봉지 가방에 넣고.... 차를 이용하지 않고 호텔에서부터 걸어서 들어가는 둘레길... 이 호텔의 매력이다.
걷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 구례수목원이 나왔다. 여기 저기 봄꽃이 피어 눈과 마음을 현란하게 하는 수목원. 나무들도 연록새으로 치장해 마음을 더욱 흔들고 있다. 수목원만 돌아다니는 데도 한참이다. 간신히 수목원을 벗어나니 진귀한 야생화가 가득한 숲길. 작은 꽃들을 찾는 재미가 꽤 큰 길이다.
개울 물소리가 있는 숲길을 벗어나니 이번에는 편백나무 숲이 기다리고 있다.
가슴 가득히 숲의 공기를 넣어본다. 그리고 나무 밑에 마련된 평상에 누워 하늘을 보기도 하고...누워 보는 하늘과 나무가 청량하다. 괜스레 체조도 몇가지 해본다.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편백나무 숲을 끼고 걷는 길은 저 밑에 푸른 논들이 보이는 하늘길이다. 길은 잘 닦여있고....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코스 난동 마을. 정말 예쁜 마을이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꽃들이 마을을 장식하고 있다. 멋들어진 집들도 한몫을 하고...
우리는 이 난동마을을 끝으로 오늘의 걷기를 마무리하였다.
택시를 불러 우리의 지리산 온천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혜림회관에서 늦은 점심을... 미루어 놓았던 둘레길 걷기를 하니 몸과 마음이 뿌듯하다.
밍키가 와서 할 수 있었던 일.

주름잎

봄맞이

자주괘불주머니
애기똥풀
핑크 목련
개별꽃
말발돌이
수선화
족두리풀
모과꽃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 20일차
2021년 4월 3일(토) 비
오늘은 구례 장날이다. 버스를 타고 구례장에 가서 장구경을 하기로 하였다.
장날이라 그런지 버스도 가득찼다. 지난번 탔을 때는 버스안에 사람이 없어 전세 낸 거 같았었는데.....
오늘은 어디에서 내려야하나?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사람들이 많이 내리는 정류장에서 같이 내리면 되니까? 그리고 어떻게 가나? 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장바구니를 든 할머니를 뒤쫒아 가면 되니까.
모든게 순조로운 길찾기다.
비가옴에도 장은 활기를 띄고 있다. 산나물들이 여기저기 가득하고....지난번 장날에는 보이지 않았던 두릅과 엄나물도 많다. 신선한 나물들 때문에 괜스레 심장이 띈다. 그러나 우리는 다음 일정이 연기암과 화엄사였기 때문에 뭔가를 사는 것을 못하였다. 대신 친구에게 보낼 두릅과 엄나물을 사서 택배로 보내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시골장의 백미 모종상들이다. 각종 채소들과 화초들이 즐비하다.
이 오일장에서 가장 활기를 띄는 곳이 어물전이라는데... 구례 오일장은 어물전도 상당히 크다. 종류도 다양하고.. 더 둘러보고 싶었지만 발길을 멈춘다.
시장앞에서 택시를 잡아타고 연기암으로 곧장 올라가 본다.
구비 구비 올라간 비오는 연기암. 운치가 캡짱이다.최애 장소 관음전도 우리만의 차지이다. 한참동안 앉아 있는데 저 밑에서 물안개가 가물가물 피어오른다.
인적드문 연기암. 마음을 흔들고 있다.
우리는 카페 흰구름 가는길에서 차를 한잔 마시며 또 비오는 산사의 감성에 젖는다.
계곡길을 따라 화엄사로 걸어 내려온다. 돌길이 비에 젖어 미끄러울까 걱정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내려오는 내내 대숲이다. 비에 젖어 더욱 운치있는...
지난번에는 안보였던 단풍잎들이 이제는 거의 다 나와 연초록이 너무 예쁘다.
잎이 나와보니 온통 단풍잎들. 가을 단풍철에 너무 예쁘겠다.
역시나 구층암 툇마루에 앉아 멍때리고,,,
화엄사. 벌써 네번째인 화엄사는 올 때 마다 자태가 다르다. 변해있고..
홍매화는 이제는 다 사그라들었고 그대신 황매와 산 철쭉이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어느새 한시 반이 넘어버렸다.
뚜벅이인 우리는 계곡을 끼고 식당가까지 걸어내려오는데 아무도 걷는 사람들이 없는 이 길 또한 매력적이다. 연등과 계곡이 함께 하는 길.
우리는 입구의 식당 청매에서 산채정식을 먹는데 그 반찬 수에 놀랐고 달걀찜에 행복했다. 그 많은 반찬들을 싹쓸이 해 먹어버렸다. 그리고 지난번 부터 눈여겨봤던 "고택 찹쌀 생주"반주 삼아 먹는 점저.
이제 버스타고 호텔로 오는 길.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 기념관도 둘러보고...
구례 터미널까지 타고 가서 터미널에서 곧장 지리산 온천으로 오는 버스를 갈아 탔다. 오늘은 버스 시간이 딱딱 맞는다. 별반 기다리는 시간이 없이.

어물전
엄나무순

 

각종 모종들.
오늘의 주인공은 신록이다. 어느새 푸르름이 황홀하게 자리잡았다.
말발돌이
구층암 요사채의 모과기둥에 놓아둔 화분. 매번 바뀌는 화분들이 멋스럽다.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 21일차
2021년 4월 4일(일) 하루종일 비
오늘은 네번째 손님 밍키가 집으로 돌아가는 날이다.
아침에 지난 번 마을 할머니한테 사 쑥과 쪽파, 그리고 달래장으로 아침을 차리기로 하였다. 쑥국을 끓이고 파전을 해서 달래장을 얹어 먹는다. 그리고 씀바귀 나물. 첫번째 게스트로 온 숙샘의 김치 등으로 밥상을 차렸는데 푸짐한 아침상이 되었다. 구례쌀로 만든 갓지은 밥도 있고..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를 하면서 계획한 것이 현지 음식을 조달해 먹기였는데 이루어진 듯.
밍키는 밤 7시 남원행 기차를 예매했기 때문에 하루를 온전히 쓸 수 있었다.
미루어 놓았던 산수유 마을 산책을 하기로 하였다.
호텔을 나설 때는 비가 안 왔는데 방호정을 거쳐 산수유 공원을 지났을 때 비가 많이 내렸다. 어찌할까 하다가 문화관에 가서 우산 좀 빌릴 수 없냐고 했더니 우산은 없다고 하며 1회용 우비를 건네준다. 너무나 고맙다. 사례를 하려하니 한사코 안 받고... 덕분에 비오는 산수유 마을(반곡,하위,상위마을)을 운치를 느끼며 산책하듯이 걸어다닐 수 있었다. 푸르름이 가득한 비오는 계곡마을은 너무도 감성적이었다. 노란 산수유가 없어도 이리 좋을 수가! 사람이 거의 없어 우리 뿐이다.
오늘 동네 탐방의 마지막 코스. 북카페. 차한잔을 마시며 비오는 산수유 계곡을 바라보는 기분이란? 오늘 비오는 계곡을 거닐면서 찾아낸 야생화도 뜻밖의 선물처럼 많았다.
돌아 내려오는 길은 훨 빠르고 쉽다.
익숙하면서 여러번 다니던 길. 많이 다녀도 좋다.
중동마을 옛날집에서 밍키가 사주는 산채 흑돼지구이로 점저를 먹는다.
역시나 먹성좋은 우리는 나물반찬 등 모든 것들을 싹슬이 하다 못해 더 달라고 해서 먹었고... 오늘의 식사는 여기까지..
쉬다가 밍키는 택시를 타고 남원역으로 떠났다.
다시 혼자 남았다. 내일 올 친구들을 위해 객실 청소도 부탁해 해 놓았다.

살갈퀴
산괴불주머니
금낭화
긴병꽃풀
골담초
보리수
산옥매
개별꽃
대잎현호색

 

랩탄스 주름잎
쥐손이풀잎

 

탱자나무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