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2021.3.15~4.8)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 5(2021.3.29~31)

살아보기 15일차 2021년 3월 29일 미세먼지 극심.
지리산 자락으로 온지 처음으로 극심한 미세먼지로 산 능선이 보이지 않았다.
오늘 멀리서 오래된 친구, 후배들이 오는데 많이 속상했다.
청정 구례를 보여 주고 싶었는데....
미세먼지 핑계로 친구들이 올 때까지 방에서 뒹글거리고 있으려다가 좀이 쑤셔서 동네를 산책하러 나갔다. 방호정을 찍고 상관마을을 걷고 오늘은 그 옆 사포 마을까지 걸어보았다. 걷는 길이 내내 힐링이다. 마을마다 맑은 계곡물이 흐른다.
이 동네 산책 매일 같은 길을 걸어도 좋다.
로컬 마켓에서 상추 등을 사와 점심으로 상추와 쑥부쟁이 나물을 넣어 비빔밥을 만들어 먹었다. 맛있다.
오후 3시 친구들 3이 도착. 내방이 활기로 꽉찼다. 바리 바리 싸들고 와서 풀어놓는데 먹을 것이 산더미다.
이 친구들은 2박3일의 짧은 일정이라 마냥 노닥 거릴 틈이 없다.
차한잔 마시고 마을로 고고! 매번 걸어다니던 상위마을을 차를 타고 슝~ 갔다.
하위 마을에 주차해 놓고 걸어 올라가는데 아직 산수유의 흔적은 남아있었다. 그러나 사람들은 다 떠나버려 이 마을길에는 우리 뿐이다. 노란빛은 덜하지만 여전히 마을은 아름다웠다. 걸어 올라가면서 보는 저 멀리 보이는 계곡의 풍광도 좋고..
산수유 절정기의 흥정거림이 빠져 호젓함이 더욱 느껴지니 그 또한 괜찮다.
친구들이 좋아하니 그것도 좋고....
이제는 다시 차를 타고 반곡마을로... 사람들이 떠난 반곡 마을도 노란 빛은 덜하나 호젓하게 걸을 수 있으니 좋다. 변함없이 있는 너른 반석이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친구 A가 미나리 전을 해주려고 반죽을 가져 왔단다. 우리에게는 후라이팬이 없고.. 후라이팬도 사고 짧은 벚꽃놀이도 할겸 구례읍으로 갔다.
가는 도중 배가 고프다하여 화엄사 근처 해성식당으로 차를 돌려 그 곳에서 버섯 전골을 먹었다. 난 이번이 두번 째인데도 나물과 버섯전골이 다 맛있다. 친구들도 만족하고..
맛있는 음식으로 기분좋게 배가 부르니 다들 즐겁다. 이제 후라이팬을 구하러 구례 오일장으로 갔다. 장날이 아닌 오일장은 문이 다 닫혀 한산하다. 다행스럽게 그릇전은 오픈중. 인덕션 용 후라이팬 하나을 산 후 우리는 근처 서시천변을 걸어 벚꽃놀이를 하기로 하였다. 배도 꺼질겸. 희디 흰 벚꽃이 꽃비처럼 떨어져 내린다.
몽환적이다..
이제 차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데 어두컴컴한 밤이다. 구례로 온지 꽤 되었는데 어두울 때 돌아온 것은 처음인 듯. 구례의 야경이 신기하다.
밤에는 미나리전을 해먹으며 게임. 우리가 처음 만났던 20대 초반으로 돌아간 듯하다. 역시 차가 있으니 이리 저리 바쁘게 돌아 다닐 수 있었던 듯.
걷기 16,600보

  •  

살아보기 16일차. 30일 오늘은 어제 보다 미세먼지 상황은 나아진 듯. 산 능선이 선명히 보인다.

친구들의 일정이 짧아 오늘은 바삐 움직이기로 하였다.

화엄사 위 연기암까지 차를 타고 올라가기로 하였다. 베스트 드라이버 S의 실력이 돋보이는 길. 불과 며칠 전에 오른 연기암이지만 여전히 호젓하고 좋다. 공기도 훨씬 맑은 듯 하고.

연기암에서 다시 차를 타고 화엄사로 내려와 지난번 갔던 모과나무 기둥이 매력인 구층암으로 먼저 갔다.

화엄사의 이곳 저곳을 다시 걷는다. 이제 홍매는 붉은 흔적처럼 남아 있었다.

화엄사에서 쌍산재로... 윤스테이로 인기 만점인 쌍산재는 평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 호젓하게 즐길 수 있어 좋다. 그러나 차한잔이 포함된 입장료 1만원은?

들어가 볼 만은 하다. 꽃들이 화사하니 더욱 분위기가 좋다.

쌍산재를 나오니 오후 2시가 넘어 버렸다. 우리가 가려고 한 한우 식당은 브레이크 타임이다. 할 수 없이 오일장의 한 식당에서 밥을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지난번 오일장이 열릴 때 갔던 백련 산방. 맛은 쏘쏘! 양은 많다.

오늘 우리는 욕심을 내기로 하였다. 하동의 쌍계사까지 가기로... 이유는 벛꽃길을 달리려고...벚꽃은 지고 있지만 아직은 그 터널이 화려하여 꿈을 꾸는 거 같았다. 쌍계사. 산위로 산사가 빼곡이 들어찬 절이다. 선종 절. 그래서인지 입구의 부도밭이 꽤 크다. 붉은 빛의 도화가 꽤 도발적으로 피어있는 산사다. 가기 전의 벚꽃길이 화려한 절이고. 진감선사비가

절의 가치를 높여주고 있다.

우리는 욕심을 더 부려 하동의 최참판 댁까지 가기로 하였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라는 섬진강 길. 달리는 내내 마음이 들썩거린다.
드라마 촬영지로 만들어진 최참판댁은 섬진강을 굽어보는 언덕위에 위치하고 있었다.

입구에 상권이 길게 형성되어있어 꽤 인기있는 장소임을 알려준다.
우리가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매표소가 마감되었다고 그냥 들어가란다.
사람들이 떠난 최참판댁도 한가하게 거닐 수 있었다.
이 곳의 가장 압도적인 장소는 최치수가 거주했을 듯한 사랑채. 사랑채 누마루에 올라 보면 섬진강과 너른 들판이 다 내려다 보인다.
오늘의 마지막 일정은 숙소로 돌아가는 길인 섬진강 벚꽃길. 양쪽의 벚나무들이 맞닿아 터널을 이루는 길은 꿈속을 가는 것 같다.
저녁은 마트에서 돼지고기를 사다 A가 솜씨를 발휘해 김치찌개를 끓였다.
맛있다. 그리고 어제한 게임이 또 시작되었다. 즐겁다. 오래된 친구들과의 놀이.

쌍산재

 

살아보기 17일차. 2021년 3월 31일.
오늘은 친구들이 떠나는 날.
아침식사는 역시 한식의 대가 A가 우렁각시처럼 맡아 여느 한정식 안 부럽게 차려주었다. A의 필살기 된장찌개가 맛있다. 아침을 거하게 먹고
떠나기 전 우리 숙소 앞 산수유길을 걷기로 하였다. 방호정을 지나 상관마을을 거쳐 나들이 장터로 향하는 길.
내가 애용하는 산책길을 친구들과 함께 걷는 기분이란? 그저 좋다. 평화롭고.
동네 산책을 마치고 친구 A의 전 동료가 산다는 구례 예술인 마을로 향했다.
가는 벚꽃길이 여기도 환상이다. 구례속의 유럽 같은 동네. 따스하고 반짝이는 햇살이 더욱 아름답게 보이는 마을. 생과일 쥬스도 얻어먹고 집구경도 하고....
이 동네 독일식 빵집에서 먹은 빵과 커피가 맛있다. 지리산 둘레길에 있어 둘레길 걷다가 들러도 좋을 듯.
예술인 마을에서 우리는 당동마을에 있는 한옥가든으로 점심을 먹으러 갔다.
흑돼지구이. 소문보다는 그저 그랬다. 점심을 먹고 친구들은 떠나고. 다시 혼자 남았다.
혼자 남은 쓸쓸함을 없애기 위해 몸을 움직인다. 청소를하고 방을 정리하고....
그러다 보니 어느새 5시가 다되었다. A와 J가 남기고간 김치찌개와 밥 그리고 빵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다시 윗동네 산책. 이제 이 동네에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