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2021.3.15~4.8)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 4(2021.3.25~28)

2021년 3월 25일.맑음.
어제 우리가 생각한 오늘은 당동마을을 통해 성삼재를 통해 노고단으로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4월말까지 이 길이 입산금지란다.
그리고 우리의 체력이 자신도 없고.. 핑계김에 다른 일정으로...
방송에 나와 유명해진 현천마을로 걸어가기로...
유유 자적 천천히 걸어가다보니 원촌마을.- 꽤 큰 마을이다. 면사무소도 있고 보건소도 있고 초등학교도 있는 마을이다. 초등학교 앞 정자에서 커피도 마시고 가지고 같 빵도 먹으면서 보니 아이들이 체육 활동하는 모습이 싱그럽다.
원촌초등학교. 학생이 20여명이란다. 멀리서 아이들이 통학을 하는데 정부에서 택시비를 대주어 택시가 통학을 시킨단다. 이 학생들 대부분이 다문화 학생들이란다. 이 아이들이 없으면 이 마을에서 아이들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다고..
이제 초등학교를 떠나서 현촌 마을을 향해 걸어간다. 하늘은 푸르고 공기는 맑고..
걷는 걸음이 상쾌하다. 길가의 들꽃들도 아름답고..
현천마을. MBN의 자연스럽게 에 등장한 마을이라 입소문을 탄 듯.
입구의 인공 저수지가 생경스럽지만 안쪽으로 들어가니 산촌 마을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그리고 한적한 아름다움이 있고. 사방이 머위밭이다. 귀한 산자고 꽃이 기품있게 여기 저기 피어있기도 하고....산수유는 많이 져 노란 빛이 덜하긴 하였다.
현천 마을에서 우리는 천은사로 방향을 틀었다. 택시를 불러...
천은사 가는 길 벚꽃이 한창이다. 개화가 15일 앞당겨졌다고...
천은사. 밖에서 보면 절집들이 다 숨겨져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면 그즈녁한 산사가 있다. 우리는 산사의 둘레길을 걸었다. 그리고 산사의 안으로 들어가니 홍매와 벛꽃. 그리고 동백이 어우러져 매혹적인 정경이 펼쳐져 있었다.
천은사는 인도 승려인 덕운선사가 감로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절이었단다. 경내에 이슬처럼 맑고 차가운 샘물이 있어 감로사라 했는데 이 물을 마시면 흐렸던 정신도 맑아진다하여 많은 스님들이 몰려들어 한때는 천명이 넘는 스님니 지내기도 했으며 고려 충렬왕 때에는 '남방 제일 선찰'로 승격되기도 했단다. 그러나 임진왜란으로 불탄 뒤 중건할 때 샘가에 큰 구렁이가 자주 나타나기에 잡아 죽였더니 샘이 솟아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샘이 숨었다 하여 천은사라 이름 바꾸었는데, 이상하게도 이름을 바꾼 뒤부터 원인 모를 화재가 잦고 재화가 끊이지 않았다. 주민들도 절의 수기를 지켜주는 뱀을 죽였기 때문이라며 두려워 했다고...
이 소식을 들은 조선 4대 명필의 한 사람인 원교 이광사가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물 흐르는 듯한 체로 써서 걸었더니 이후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새벽녘 고요한 시간에는 일주문 현판 글씨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은은하게 들린다고 한다..
천은사 안에는 천은제라는 저수지가 있다. 물이 꽤 깊고 크다. 저수지를 둘러보는 데크가 만들어져 있어 걸어본다. 하늘거리는 진달래가 물가에 있어 운치를 더한다.
천은사에서 걸어내려오며 만개한 희디흰 벚꽃을 즐기다 택시를 불러 우리의 아늑한 거처로 돌아왔다.

오늘도 꽤 많은 걷기를 하였고..

천은사 입구 밥집에서..

 

12일차  2021년 3월 26일(금) 맑음

오늘은 조금 일찍부터 서두르기로 했다.
주말이라 늦어지면 사람들로 인해 시달리기 때문에....
아침은 직원식당으로 가 쿠폰을 내고 먹었다. 지하1층의 소박한 직원 식당은 국과 여러가지의 반찬 등 먹을 만했다. 우리가 밥을 안하니 편하고..
밥먹고 다시 방으로 올라와 커피를 내려먹는다. 그리고는 택시를 불러 화엄사로 고!. 오늘 우리는 택시를 타고 화엄사 위 연기암까지 올라가기로 하였다. 연기암은 화엄사의 가장 위 부분 암자. 암자치고는 꽤 규모가 컸다. 저멀리 섬진강의 줄기도 보인다.
연기암에서 안온함을 느끼게 하는 곳은 유일하게 단청을 칠하지 않은 관음전.
우리는 관음전옆에서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커피를 마시니 이 또한 신선놀음이다. 공기는 다른 곳과 확연하게 다르다. 폐속 깊숙이 공기를 마셔본다.
천천히 연기암을 둘러보니 뜬금없는 마니차가 있다. 금빛 마니차. 뜬금없지만 우리는 '옴마니밧메홈'을 외고 돌아본다.
티벳에 여행했을 때 마니차를 돌렸던 것이 생각났다.
이 연기암은 신선한 공기와 저멀리 섬진강이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이다.
이제 우리는 계곡길을 따라 화엄사로 내려온다.
화엄사에서 제일 먼저 들른 곳은 구층암. 정감있는 산사의 건물에는 자연 그대로의 모과 나무가 기둥으로 받쳐져있어 운치를 더한다. 마루에 올라가 다리를 뻗고 쉬어본다. 그리고 각황전, 대웅전, 원통전 .... 홍매화는 여전히 남아있다. 여전히 아름답고...
지난번 안갔던 사사자 삼층석탑으로 올라가 보기로 하였다. 석탑은 보수 중이었지만 화엄사 경내 그리고 섬진강 줄기가 보이는 전망이 이 곳 또한 좋다.
보름전의 화엄사보다 벛꽃의 화려함이 더 가미된 화엄사. 역시 좋다.
우리는 이제 산사를 떠나 입구에서 안샘의 오빠를 만나 버섯전골이 주메뉴인 산채 정식을 먹으러 갔다. 입구의 해성식당. 나물 본연의 맛이 좋고 모든 반찬이 깔끔하다. 그리고 주메뉴인 버섯 전골은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고... 맛집 인정.
점심 후 우리는 이곳에 내려온지 3년차인 안샘 오빠네 집을 구경하러 갔다. 꽃들과 따듯한 앞마당과 뒤 정원이 있는 집. 눈을 들면 지리산의 노고단이 보이는 집. 그리고 집을 나서면 화려한 벛꽃과 연록색 수양버들이 마음을 흔드는 서시천 산책로가 있는 집. 그집 뒷마당에는 미나리 머위 신선초 부추, 루꼴라 등 먹거리가 가득이다.
우리는 욕심사납게 나물들을 뜯어 저녁거리를 장만하였다.
직접 덖은 국화차와 팬지차도 향그럽다.
안샘 오빠의 운전으로 달린 섬진강 벛꽂길. 가도 가도 화려한 흰색의 터널이다. 황홀한 길. 올해가 100년만에 벛꽃 개화시기가 보름이나 빨라진거라고...
벛꽃 상춘객들의 차가 도로에 밀리자 우리는 서둘러 돌아와 서시천 벛꽃길을 걸었다. 사람들이 없어 한적하게 즐길 수 있는 벚꽃길이다. 지리산의 자락을 바라보며 즐기는 벚꽃길이다.
오늘은 꽃속에 파묻혔다.
저녁은 오늘 뜯은 봄나물로... 싱그러움이 가득한 밥상이다..

지리산 13일차   2021년 3월 27일(토) 비
오늘은 비 소식이 있다.
그리고 황샘이 서울로 떠나는 날이다. 꽃속에 파묻혀 지낸 3박 4일이 후딱 지나가버렸다.
떠나기 전에 솔봉을 트래킹하기로 하였다. 가족호텔 뒤 산책로를 출발하여 지리산 온천랜드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하였다. 올라가자마자 꽃들이 다 떨어져 연초록의 어린 잎들이 나오고 있는 매화 숲이 있고 아직 여기 저기 지지않은 산수유가 있다.숲길로 올라가면서는 소나무 밑에 진달래들이 하늘거려 몽환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있었다. 우리는 솔봉 벤치에 앉아 가지고 간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저멀리 고리봉을 바라보았다. 신선하고 아름다운 우리들만의 카페다.
이제 솔봉을 떠나 몽환적인 솔진달래 숲을 걷는다. 하산은 온천랜드로... 문이 닫힌 온천랜드는 한적하다. 퇴락했고...
길건너 혜림회관에 가서 황샘과의 마지막 점심을 산채정식으로 먹는데 모든 나물 반찬들이 다 신선하고 맛있다.
밥을 먹고 나오니 비가 추적 추적 내린다. 비를 맞으며 방호정의 벚꽃을 즐기러 간다. 비가 오는 방호정은 더욱 운치있고 흐느러지게 핀 벚꽃은 더욱 화려했다.
방호정을 끝으로 오늘의 일정은 끝.
호텔에서 잠시 쉬다가 남원가는 버스 타려는 황샘을 배웅하려 나갔다가 다시 동네를 어슬렁.
오후 3시 반경. 오늘의 모든 할일을 마무리 한다.
방에 있으려니 호텔 측에서 호박전을 가져다 주었다. 비오는 날의 따듯한 배려.
매번 감동이다!

비오는 날에 전해진 호텔 측의 따듯한 전. 감동이다.

14일차 2021년 3월 28일(일) 비온 후 갬.
오늘은 구례 5일장이 있는 날이고 일요일이다. 그리고 벚꽃이 절정이고...
원래는 구례읍으로 가서 봉성산 둘레길을 걷고 오일장을 보고 목월 빵집에도 들르려고 했으나 사람 많은 곳을 피하고자 일정을 바꾸어 버렸다. 일부러 사람들을 찾아 다닐 필요는 없으니까.
대신 사람이 아예 없는 동당 마을까지 걸어갔다 오기로 하였다.
오늘 안샘이 오빠네 집으로 가는 날이라 안샘과 하는 동네 산책이 마지막이다.
실비가 내리는 촉촉한 날씨,
연한 새싹들이 나와 너무나 싱그러운 길이다.
산수유는 색바랜 형태로 남아있고 벚꽃이 한창이다. 그리고 매화는 완전히 떨어져버렸고... 가는 길 내내 한적하고 아름답고 평화롭다.
커다란 지리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들로 계곡들은 풍성하고..
행복한 산책길을 끝내고 나들이 장터까지 와서 새알 팥죽을 점심으로 먹는다,
그리고 휴식.
오후 3시 안샘은 픽업 온 오빠차를 타고 구례읍으로 떠났다.
난 아랫 마을에 커피 원두를 사러 간 김에 아랫마을을 또 둘러보았고....
오늘도 꽤 많이 걸었다. 19,000보가 넘어버렸다.
방으로 돌아오니 청소가 깨끗하게 되어 있었고 이브자리도 새거로 교체되어 있었다. 기분 좋은 하루..
저녁은 상추쌈과 쑥부쟁이 나물로...
밤에 산 뒤에서 휘영청 보름달이 떠올랐다. 그 김에 맥주 한잔!

지리산에서 내려온 풍부하고 맑은 물들로 계곡이 활기를 띄고 있다.

점심으로 먹은 새알 팥죽

우리 호텔 커피숖의 전경. 통창으로 푸르름이 가득이다.
비갠후에 벚꽃은 건재
휘영청 보름달이 산뒤에서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