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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2021.3.15~4.8)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 3(2021.3.22~3.24)

살아보기 8일차

2021년 3월 22일(월)맑음 하늘이 참으로 예쁘다.
여기에서는 7시가 넘으면 눈이 떠진다. 집에서보다 한시간이 이른 셈. 
아침을 버섯달걀볶음과 식빵 두개를 구워 커피랑 먹었다.
아침까지 먹고 느적거리다. 11시가 다되어 털고 나왔다. 오늘은 당동계곡까지 가볼 예정이다. 산수유 공원을 지나서 원좌마을을 지나서 계곡을 낀 당동마을까지 걸었다. 어디를 가든 사람은 없고 나혼자다.
길에 앉아있는 할머니들한테 당동 마을을 지나 성삼재까지 가려고 한다니까 혼자는 위험하다고 말린다. 길이 찾기가 힘들단다.
가는데 까지 가보고 돌아오리라 마음먹고 길을 걷는다.
당동 마을은 원래 25호 정도가 있었으나 교통이 불편하고 살기가 어려워 지금은 13호 정도만 남아있단다. 이 13호도 거의 음식점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지리산 깊숙한 마을이다. 조용하고 한적하니 좋기는 하다. 당동마을에서 성삼재가는 길을 알아볼까? 하고 올라가다 포기하고 그냥 내려오게 되었다. 걸어오는 내내 사람들을 만날 수가 없다. 이제 내려오면서 "산동애가"의 마을 상관마을을 거쳐오게 되었다. 산수유처럼 꽃다운 열아홉 처녀 백부전(본명은 순례)이 지어 불렀다고 전해지는 애달픈 노래. 큰 오빠와 둘째 오빠가 일제 징용과 여순사건으로 희생되고, 셋째 오빠마저 끌려가게 될 상황에서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오빠 대신 처형장으로 끌려가게 된다.는 산동애가. 현대사의 비극이다.
천천히 걸어 중동 초등학교를 지나는데 학교앞에서 자전거를 타는 어린이들이 의외로 많아 귀촌인구가 꽤 되는구나를 느꼈다.
어느새 오후 2시가 다 되어버렸다. 나들이 장터에서 다슬기 수제비를 점심으로 선택하였다. 며칠전부터 먹고 싶었는데..... 담백하니 간도세지않아 맛있다.
로컬마켓에서 지난번 맛있었던 산수유 맥주 2캔과 안샘 대접할 웰컴푸드로 산수유 머핀 하나를 사들고 들어왔다. 노고단이 말갛게 보이는 내방 뷰. 방에만 있어도 행복하다. 덤으로 로비에서 쿠폰으로 아메리카노 한잔. 내 거실에서 행복한 커피 한모금. 찐 행복이다.
두어시간 쉬다가 오후 5시쯤 홀린듯이 또 나가 걷는다.
그리고 안샘의 지리산 방문. 나에게 지리산 가족이 다시 생겼다.

살아보기 9일차

3월 23일(화) 맑음.

오늘은 또 다시 반곡 마을로 갔다. 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안샘과 함께이다.
좋은 경치를 벗과 함께 누리는 기쁨이란!
산수유는 많이 지고 있었지만 반곡 마을의 아름다움은 여전했다. 특히나 오늘은 홍준경씨의 시를 몇편 더 찾았다. 시인이 있어 더욱 정겨운 마을. 지난번 안갔던 아래 데크길을 갔는데 너른 반석이 있어 더욱 운치가 있다. 구례의 화가 이강희씨의 벽화도 반갑다.
반곡마을에서 물레방아가 있는 하위 마을을 들렀다. 하위 마을 입구의 카페 "꽃길로"는 너른 전망과 따스한 햇살. 예쁜 인테리어로 마음을 끄는 곳이었다. 지난번 지나갔을 때 내려오면서 커피한잔 하려던 것을 월계마을 쪽으로 발길을 돌려 들르지 못했던 곳이었다. 우리는 이 곳에서 집구경도 하고 커피도 마시고 발을 벗고 해바라기도 하면서 푹 쉬었다. 뭔가 신선놀음을 하는 느낌이다.
그리고는 물레방아 밑으로 내려와서 계곡을 끼고 상위 마을로...산수유 마을에서 제일 높은 하늘아래 첫동네.. 지난번 가지 못했던 길을 가니 더욱 좋다.
그리고 산밑 계곡에 가득찬 노란 산수유가 더욱 장관이다.
천천히 사진찍고 천천히 우리 동네로 내려오니 어느새 3시가 다되어 있었다. 중동마을의 진미식당은 텅비어있어 주인장이 없다. 전화 해보니 오일장에서 장보고 있는 중이란다.
할 수 없이 더 아래로 내려와 나들이 장터안의 국수집엘 갔는데 이미 마감이란다.
더 찾아보기 귀찮아 앞의 봉성피자에서 피자 한판을 사서 호텔로 돌아와 맥주랑 마신다. 피자는 담백하고 맛있었다. 이제는 방에서 노고단을 바라보며 휴식을 취할 일만 남았다. 매일 매일 몸과 마음이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10일차

2021년 3월 24일 (수) 맑음
황샘이 거창에서 왔다.
오늘도 반곡마을 거쳐 상위 마을로....새로운 친구가 올 때마다 자랑하고픈 지리산 자락의 명소 코스다.

산수유 꽃길 메인코스.
매일 가도 질리지 않고 새로운 아름다음을 나에게 선사해 준다.
자연은 질리지 않는 걸까?

가을 산수유 열매. 가을에 다시 와도 좋을 듯!

점심으로 먹은 중동 초등교 앞 진미식당의 묵은지 닭도리탕. 산닭을 주문과 동시에 잡아 요리해 주었는데 쫄깃하고 맛있다. 특히 묵은지가 맛있다.
이제 벚꽃의 계절이 왔다.

홍준경 시인 집에서

카페 꽃길로 마당. 오늘도 여기에서 쉼을 하고 커피를 마셨다.
꽃길로 화장실 문.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란다. 마을 화가가 그린 거라고
머위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