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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2021.3.15~4.8)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1(2021.03.15~18)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코로나는 물러갈 줄을 모른다.

작년 한해 잔뜩 움츠려 집과 사람없는 동네 산을 오고 가며 숨죽여 살았었다.

이제 사람없고 자연 좋은 곳을 찾아 살아보고 싶어졌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지리산 더케이 가족호텔. 장기 체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곳이다.

친구들이 놀러올 수 있게 가장 작은 방이 아닌 그 다음 단계로 방을 잡았다. 20평형 전면. 노고단이 보이는 뷰가 멋진 방이다.

어딘가로 떠나면서 그저 그렇게 떠났었는데 이번에는 웬지 셀레인다. 지리산 자락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처음 시작은 친구들과 함께이다.

친구 3명이 승용차를 타고 구레로 함께 오는 것이다. 이들과 3박 4일을 함께 하기로 했고... 이 또한 너무 좋다.

첫날. 15일.

집앞에서 차를 타고 구례로 향한다. 기분 좋은 날씨고...

정안 알밤 휴게소에서 잠시 쉬며 티타임을 가졌고...

곧장 구례로.... 구례에 다가가면서 눈이 화들짝 떠진다. 노란 산수유 세상이 펼쳐진 것이다. 이런 황홀한 세상이라니....

오직 매화만을 생각하며 달려왔는데... 산수유 세상이 우릴 반기고 있었다.

우리가 묵을 지리산 k가족호텔 주변이 산수유 명소였다.

지리산 가족호텔. 리모델링한지 얼마되지 않아 엄청 깨끗하고 현대적이다.

그리고 장기투숙객을 위한 배려가 남달랐다. 웰컴 푸드로 찐고구마와 찐 밤이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

그리고 매일 갈 수 있을 정도의 온천 이용권, 카페 아메리카노 쿠폰 등... 리셉션의 친절도....

이 모든 것들이 한달살기를 두팔벌려 환영하는 듯 했다.

우린 짐을 풀고 마을로 걸어가 저녁을 먹었다. 호텔과 가장 가까운 밥집. 보통의 맛에 친절함은 그다지...

그렇지만 다른 모든 것에 들뜬 우리는 맛있게 먹었고... 저녁 식사 후 마을 산책을 하는데 그냥 좋다. 온세상이 향기가 나는 것 같고...

밤에는 구례입성 축하로 산수유 막걸리 파티를 열었다. 탄산수 맛이 강한 산수유 막걸리는 내 스타일은 아닌 걸로...

.마을 둘러보기 구례에 들어서자 산수유가 지천이다.

매화가 또한 남아 우릴 반긴다

동네 어슬렁

우리 방에서 본 뷰. 노고단이 보인다.

 

둘째날 16일

이번 지리산 자락에서 살아보기의 가장 큰 목적은 매화보기였다.

우린 매화가 지기 전에 서둘러 영접하러 가기로 하였다.

오늘의 첫번째 목적지는 화엄사- 여기에서 그 유명한 홍매화를 만나기로...

목적은 홍매화지만 화엄사 자체가 엄청 매력적이었다. 노고단으로 오르는 지름길이 나 있는 초입이라 늘 붐비는 화엄사.

신라 진흥왕 5년(544)에 인도 승려 연기가 세웠단다. 선덕여왕 11년(642)에 자장이 중창했고...천년이 훨 넘는 고찰이다.

화엄사의 중심을 이루는 두 영역은 대웅전과 각황전인데 큰 마당을 가운데 두고 정면에 대웅전, 왼쪽에 각황전이 높은 석축위에 장대하게 버티고 있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불전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의 각황전 거대한 규모이면서도 안정된 비례에 엄격한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위엄과 기품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빼어난 건축물이다.

우리는 각황전과 대웅전 사이에 있는 홍매화에 열광하였다. 찍고 또 찍고...

어느새 점심시간이다. 이제 밥을 먹으러 갈 시간.

우리가 찾아간 곳은 <지리산 수라간> 반찬들과 강된장. 그리고 김치찜. 다 맛있다. 주인장도 아주 친절하였고... 더 좋은 것은 식사 후 식당 앞 야외 테이블에서 따듯한 햇살을 받으며 매화뷰를 보면서 티타임을 가졌던거...

점심 후 우리가 향한 곳은 광양 매화 마을. 오늘 우리의 두번째 목적지다.

섬진강을 끼고 차가 달린다. 참으로 아름다운 드라이브 길이다. 가면서 본 끝없는 매화꽃. 이미 한풀 꺾였지만 아직도 그 화려함은 남아있다.

매화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꽤 있다. 그러나 사람에 치일 정도는 아니고.. 평일 여행인 탓일터.

화려한 매화꽃을 따라 정신없이 언덕을 오르니 저 멀리 섬진강이 아름답게 누워있다. 참으로 마음을 아리는 광경이다.

오늘 눈과 마음이 호사를 한다.

돌아오는 길. 시인이 될 거 같다.  저녁은 집에서 간단히. 와인 파티를 열었다.

신선놀음을 한 하루!

홍매화
각황전

 

지리산 수라간 앞 야외탁자에서

매화마을 입구 산나물 파는 아낙들. 봄을 부른다.

매화마을에서

세째날(17일)

지리산 둘레길을 걸을까? 하다. 노고단에 가기로 급 선회했다.

차를 이용하여 성삼재까지 가는데 꽤 시간이 걸린다. 구비 구비 오름길이고.. 운전한 숙샘이 고생이다.

성삼재에서 한시간 남짓 걸어올라간 노고단은 지리산의 정취를 느끼기에 충분했다. 우리는 뷰데크 하나를 골라 햇살을 온몸에 받으며 누워 있기도 했고...

내려와 입구의 정자나무 식당에서 흑돼지 구이로 점저를 먹었다. 맛있다. 특히 정아샘이 한턱 낸 거라 더욱.

지리산의 마을들을 둘러보는 드라이브도 좋은 하루!

3월에 남은 지리산의 눈

네째날(18일)

친구들과 함께하는 마지막 날이다.

오늘은 구례 5일장이 서는 날이다. 친구들은 오일장을 보고 집으로 가고...

5일장은 다른 어느 장보다도 크다. 산나물 등을 채취해 가져나온 할머니들이 곱게 화장하고 앉아 있는 모습도 정겹다.

서울로 올라갈 친구들은 집에 가져갈 산나물들을. 나는 당장 먹을 야채와 구례의 나물 쑥부쟁이를 담았다.

장날의 백미는 맛있는 거를 먹는 거 시장 입구 백년 산방에서 모듬 정식을 먹는다. 푸짐하고 맛있고...

이제 친구들이 떠날 시간이다. 나를 호텔까지 데려다 주고 떠나는 데 함께한 4일이 순삭이다. 아쉽고 아쉽다.

장에 나온 봄나물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