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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대륙 남미를 가다 2

엘 찰텐 마을을 걷다.

2019년 12월 17일(화)비오고 바람불고.

쓴돈

12.17()

숙박비 4

6,480

11,620

 

점심

860

 

 

커피

110

 

 

스카프와 마그넷

230

 

 

마트

386

합계:8066

12.18()

우쉬아이나 숙박비 2

4,600

 

 

엘칼라파테-우쉬아이아 항공

5,400

 

 

우쉬아이아-부에노스아이레스 항공

4,900

 

 

점심

720

합계:15,620

엘 찰텐에 도착한 날 국립공원 안내소에서 하루 반짝 맑고 이틀동안 비온다고 예고하더니 딱 맞아 떨어졌다.

밤새 바람소리가 심상치가 않았다. 내 침대위의 미국 여성은 잠을 한잠도 못 잤단다. 바람 소리에....

난 바람소리를 느끼면서도 잘 잤다. 방안이 따듯하여 잠이 더 잘 온 듯. 무려 꼼작 안하고 15시간이나 자 버린 것이다.

어제 피츠로이를 좀 빨리 걸었더니 오른쪽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가서 샤워하고 이층에서 걸어 내려올 때 난간을 잡고 내려와야했었다, 그리고 온 몸이 멍이 든 거 처럼 아팠었다.

그런데 잠이 보약인지 잠에서 깨고나니 온몸이 개운해져 있었고 어떤 근육통도 남아있지 않았다.

이 호스텔은 조식을 주지 않는다. 아래층 부엌으로 가서 나에게 남아있는 사과와 야채 그리고 바게트 빵 등으로 아침을 먹었다.

커피 조차 없어서 내 캐리어를 뒤져 인스턴트 커피 하나를 타서 먹고...

짐을 다 꾸려 이사갈 준비를 마쳤는데도 호스텔을 떠나기가 주저된다.

바람이 너무 심해 집 바로 앞의 커다란 나무가 거의 해드뱅잉 수준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5분거리건만 짐을 들고 걸을 수 있을 런지....

호스텔에 사람이 너무 많아 로비에 앉을 자리도 없다. 그냥 짐을 지고 끌고 나와 버렸다.

마침 바람이 뒤에서 불어 캐리어가 저절로 굴러가고 있었다. 나의 육중한 몸도 휘청거린다. 파타고니아의 바람은 진짜.

도착한 호텔은 안온했다. 로비도 넓고 방도 욕실 딸린 트윈룸이라 혼자 널럴하게 쓸 수 있겠다. 4일간의 나의 공간.

라지에타가 방안을 덥히고 있어 따듯하고.. 체크인도 바로 해주어 10시 조금 넘은 시간에 나만의 공간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노트북을 들고 로비로 나와 앉으니 이 넓은 로비가 다 내 공간이다. 호스텔에서는 로비의 의자 하나 차지하기가 쉽지 않더니..

오전 내내 글쓰고 책읽고 그러면서 지냈다. 밖의 바람과 비속으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두시가 넘으니 배가 고파 힘이 없어졌다. 할 수 없이 나갈 채비를 한다. 호텔 매니저한테 싸고 맛있는 레스토랑을 물어서 찾아갔는데 뜨거운 야채스프가 정신을 혼곤하게 만들었다. 부엌을 쓸 수 없는 이 호텔에서는 뜨거운 음식을 해먹을 수 없어 살짝 아쉬웠는데 야채스프 하나로 다 해결된 듯하다. 점심을 먹고 동네를 걸어다녔다. 다리도 건너 보고 아직 발길이 안 닿은 길도 걸어보고.

걷다가 호스텔에서 만났던 중국 여성을 만났는데 그도 나처럼 그냥 걷고 있단다. 어제 나와 같이 피츠로이를 다녀와서 오늘은 쉬고 있다고... 비가와서 동네 걷기도 못하겠고 해서 호스텔로 돌아간단다. 그와 헤어져 국립 공원 안내소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피츠로이 산위에서 서로 사진을 찍어 주었던 산둥아저씨를 또 만났다. 자기도 오늘은 쉬면서 동네를 어슬렁 거리는데 비가와서 못 걷겠단다.

그는 아주 고급차를 렌트하고 있었다. 나보고 호텔까지 데려다 줄테니 타란다. 호텔이 가까워 괜찮다고 하는 데도 막무가내다.

자기사는 산둥과 한국이 너무 가깝다고 자꾸 이야기를 한다. 버스터미널에서 내려달라고 하여 그와 작별을 하였다.

버스 터미널에서는 우리 나라 여성 두명을 만났다. 그들은 텐트 들고 토레스 델 파이네를 갔었는데 비가 와서 고생을 많이 하고 하나도 못 봤다고..이번에 엘 찰텐을 왔는데 또 오늘,내일 비가오니 피츠로이도 힘들겠다고. 더 있을 시간은 없고... 그들에게 날씨 운이 안 따라 주고 있다. 그들과 조금 수다를 떨다가 바람을 맞으며 또 걸었다. 동네를 슬렁 슬렁 걸었는데도 1만보가 훨 넘어버린다.

호텔엔 한국여성-동갑내기 친구 두명-이 더 들어왔다. 그들과 내가 엘 칼라파테에서 공수해온 와인 한병을 같이 마시기로 하였다.

그들을 기다리며 로비에 있는데 칠레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부터 계속 만난 독일여성이 나에게 말을 건다. 나를 계속 만나고 있다고..

자기는 6개월가량을 여행하는데 팀 여행이 싫어서 혼자 다니고 있단다. 나보고도 자기와 비슷한거 같다고...

둘다 짧은 영어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왠지 잘 통하는 듯하다. 반가운 마음에 이름을 물었더니 너 여기에 며칠 더 있을 거니까 며칠 후에 알려주겠단다. 자신은 어제 피츠로이를 안가고 Laguna Torre를 갔다 왔단다. 내일 피츠로이를 가려고 한다고 하자 내가 말렸다. 내일 비 올 확율 60퍼센트 이상이니 모레가라고... 인터넷 날씨도 안보고 숙소 예약도 안하면서 장기여행을 잘 하고 다니는 독일 여성이다. 나이는 60대 정도인 듯 한데....

오늘은 정말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하고 만난 사교의 날이었다. 밤에는 와인 한병으로 폭풍 수다를 떨기도 하였고..



2019.12.18.(수)

그 전날 너무 많이 잠을 자서인지 어제밤에는 늦도록 잠이 안왔다.

오늘도 바람불고 비가 와서 일찍 일어나 봤자 할 일은 없다.

늦은 조식을 먹으러 식당엘 가니 안나(어제의 독일 여성)가 앉아 있었다. 합석하여 아침을 먹는다. 그녀는 이 곳 엘 찰텐이 너무 좋단다. 이리 저리 아무데나 걸어다녀도 좋고, 콘도르 전망대는 벌써 두번이나 다녀왔단다.  2주정도 있어 볼까 한다고..

나도 여기가 너무 좋다고 맞장구를 쳤다. 조식은 종류가 많고 다양했다. 달걀도 구워준다. 호스텔을 다녀 보니까 이 달걀요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얼마나 좋은지 실감이 난다.

아침 먹고 또 오전은 책읽고 인터넷 검색하고 그동안의 일정표 수정하고... 그러면서 보냈다.

그러다가 이래선 안되겠지? 하면서 챙겨입고 길을 나선다. 비가 간간이 뿌려지고 있었고 바람도 세차게 불고 있었다.

오늘은 왕복 2시간짜리 트래킹. 콘도르 전망대를 갔다 오기로...거센 바람을 맞으며 간 콘도르 전망대는 엘 찰텐 마을이 다 보이는 계곡이었다. 가는 길이 멋지다. 맑은 날에는 피츠로이도 보인다는데 일출 명소이기도 하고...

그런데 안나가 많이 봤다는 콘도르는 안보인다. 콘도르가 나를 싫어하는지 다들 봤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안 띈다.

내친김에 콘도르 전망대에서 30분 정도를 더 걸어가니 호수와 강이 아름다운 또 다른 전망대가 나온다. 이 길도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그러나 바람이 너무 불고 비까지 뿌려 오늘은 고달픈 길이 되어 버렸다. 바람에 휘청. 높은 언덕에서 굴러버릴 뻔 하였다.

동네로 다시 귀환하니 2시가 거의 다 되어 버렸다. 이 시간에 밥하는 집이 별로 없다. 간신히 한 레스토랑을 찾아 점심을 먹었다.

비싸기만하고 맛은 별로다. 식당 밥값이 비싸 부엌이 있는 지난번 호스텔이 인기였나보다.

점심을 먹고 내일 장거리 트래킹할 Laguna Torre 입구를 확인하러 갔다. 어슬렁인 오늘도 2만보 가까이 걸은 셈.

호텔로 돌아오니 바람 때문인지 온몸이 곤하다. 정신없이 잠을 또 자버렸다. 저녁 나절에 일어나 밀린 스페인어 공부도 하고.. 정신을 차려본다.



















지금있는 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