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2.11.(수) 비옴. 오후 세시경부터 맑아짐.
쓴돈
12.11(수) | 셔틀 왕복비 | 6,000 |
|
| 맥주와 물,커피 | 19,100 |
|
| 화장실 2번 | 1,000 | 합계:26,100 |
토레스 델 파이네의 상징. 토레스 삼봉은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오늘 동쪽라인 당일치기 트래킹에 다시 도전하기로 했다.
터미널에서 7시 15분발 버스를 타야하는데 비가 추적추적 온다. 비는 밤새 내리고도 모자라 계속 내리고 있다.
호스텔 사람들은 오늘도 역시 아무도 일어나는 사람이 없다.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일단 버스 터미널 가서 표라도 취소시켜 돈이라도 받아와야지 하는 마음에 터미널로 갔다. 일단 도시락과 비상 식량은 챙겼다.
스웨터와 고어 텍스 잠바를 입었는데도 냉기가 온몸을 덮치고 춥다. 점점 걱정이 깊어졌다.
터미널에 갔더니 또 역시나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나의 버스에도 사람들이 가득찼다.
다들 가는데 가보자 하는 마음이 든다. 일단 탑승. 버스안에서는 비구름에 가려 어떤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비가 너무 많이 오면 입구에서 돌아오지 뭐. 하는 마음으로 간다.
두 시간여만에 입구 도착.
혹시나해서 5일전에 산 티켓을 보여주며 사용할 수 있냐고 했더니 된단다.
티켓 안사도 되는 바람에 그럼 웰컴센터와 라스 토레스 호텔 바에서 커피나 한잔하고 오지 하면서 입구 셔틀(3,000페소)에 몸을 실었다.
셔틀에서 내려 웰컴 센터로 들어가는데 비도 오고 온몸에 냉기가 스며들어오는 듯 으슬 으슬 추웠다.
일단 뜨거운 커피 한잔 하고 생각해보자. 하며 주변을 둘러보는데 이미 않은 사람들이 비속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우리나라 부부는 엄청 커다란 배낭을 앞에 놔두고 10일간 O서킷을 돌거란다.
반쯤 남은 커피에 뜨거운 물을 더 달라고 해서 마시며 일단 속을 데우고 결심을 했다. 그래 가는데까지 가보자.
판쵸를 챙겨입으니 훨 훈훈해졌다.
사람들의 뒤를 따라서 비속을 걷기 시작했다.
비는 걷는데 방해가 되지 않을 정도로만 내렸고 걷기 시작하니 경쾌해졌다. 적당히 땀도 나고.
전날에 걸었던 서쪽과는 또 다른 멋진 풍광이다. 길게 내려오는 계곡도 멋지고 모습을 구름으로 가린 산도 멋지다.
우중 트래킹도 나름 장점이 있다. 햇빛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오늘은 유난히 한국사람들을 많이 만났다. 7명이나 된다.
서쪽 트래킹 때는 3일동안 복면을 쓰고 몇마디 나누다가 홀연히 가버린 여성 한명만 만났을 뿐인데...
광명에서 남극보러 왔다는 가족 두명. 그
리고 반포에서 홀로 다니는 남성 한분
세계여행 중인 청년 두명. 그들과 오랫만에 한국말 수다를 즐겼다.
이렇게 사람 만나고 경치 구경하다보니 어느새 칠레노 산장. 운치있는 작은 산장은 뜨거운 커피와 티가 무료였다.
정말 감사한 일이다. 직원들 다 친절하고...
아침에 싸온 샌드위치와 삶은 달걀. 그리고 파프리카 스틱을 뜨거운 커피와 함께 먹으니 든든하다.
이 산장에는 엄청 큰 소고기 햄버거를 판다. 내앞에 자리잡은 백인남이 입을 쩍 벌리고 맛있게 먹길래 맛있냐고 물으니 자기 이빨자국이 있는 햄버거를 나한테 내밀며 먹어 보란다. 웃으면서 거절하니 본인도 웃고.
커피가 무료인 이 칠레노 산장은 화장실은 유료였다.(500페소) 그러나 돈을 받으면서 미안해하고 고마워한다.
칠레노 산장에서 부터 오르막과 엄청난 돌길을 네발로 걸어 올라가야 삼봉이 보이는 전망대다.
가도 가도 나타나지 않다가 기진 맥진한 상태에서 나타나 사람의 혼을 빼놓는 전망대.
칠레노 산장을 떠나면서 비가 그치기 시작하더니 전망대가까이에서는 해까지 비친다.
여행의 신이 또 도와주는구나 싶었다.
구름에 가려졌던 삼봉도 어느새 모습을 보여주었고. 밑의 호수가 배경이 되어 너무도 경이로웠다.
트래킹을 할까 말까를 여러번 고민했는데. 일단 시작하니 이런 경이로움을 경험하는구나 싶었다.
그 풍광에서 느낀 감동을 사진이 담아내지 못한다. 내 사진기와 솜씨의 한계.
10여분 모습을 드러낸 삼봉은 다시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버스 시간이 걱정되어 서둘러 내려오는데- 올라갈 때는 정신 놓고 삼봉 볼 생각만으로 올라갔었다-엄청난 난코스의 길이었다. 내려와도 내려와도 칠레노 산장이 안보인다. 그래도 내려오는 길엔 세계여행 중인 K와 Y랑 함께 수다를 떨며 내려와 두려움이 덜해진 듯.
칠레노 산장에서 입장료를 안내는 바람에 남은 칠레 페소로 K와Y에게 맥주를 한턱 냈다.
알뜰하게 여행하는 그들은 산장의 맥주값이 너무 비싸다며 벌벌 떤다. 난 어차피 남은 돈 바꾸면 수수료 도둑 맞으니까 그냥 마시자고 하고...
산장에 따듯한 햇살이 가득해 탁자에 가져온 간식을 펼쳐놓고 시원하게 마시는 맥주는 일품이었다.
선경같은 풍광을 앞에 두고 마시는 맥주. 크~
칠레노 산장에서 부터 셔틀 타는 곳까지는 길이 비교적 수월했다.
햇살이 가득한 길은 올라갈 때 비 때문에 가려졌던 아름다움을 한껏 보여주고 있었다. 경치에 취해 내려오는 길이 행복하다.
오늘.아침 10시부터 저녁 7시까지 트래킹 도보수 45,000보. 빡센 하루였지만 황홀한 하루이기도 했다.
10시가 다되어 푸에르토 나탈레스로 돌아왔다. 너무 피곤해서 내일 엘 칼라파테 버스시간을 늦추려했더니 국제버스라 바꿀 수가 없단다. 이틀전에 해야한다고...
그래 그냥 일찍 일어나보자.
여우인 듯
'머나먼 대륙 남미를 가다 2' 카테고리의 다른 글
Glasiar perito Moreno(페리토 모레노 빙하) (0) | 2019.12.14 |
---|---|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아르헨티나 엘 칼라파테로... (0) | 2019.12.13 |
푸에르토 나탈레스에서 빈둥거리기 (0) | 2019.12.11 |
첫경험, 파타고니아 트래킹-토레스 델 파이네- (0) | 2019.12.10 |
토레스 델 파이네 트래킹의 전진기지 푸에르토 나탈레스 (0) | 2019.12.0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