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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나먼 대륙 남미를 가다 2

전체가 공원인 멘도사 3-

2019년 11월 30일(토) 쨍하는 날씨 31도.

쓴돈

11.30.()

체리와 호두

200

 

 

물과 쥬스

150

 

 

시장 간식 피자와 맥주

150

 

 

버스 충전

100

총 멘도사 버스 400

 

저녁식사(스테이크 등)와인과 후식 포함.

1,285

10퍼센트 포함

 

 

 

합계:1,885






내가 지금 지내고 있는 멘도사는 있으면 있을수록 정이 가는 도시다.

지금 있는 이 집도 손님도 없고 주인장도 홀로 사는 남자라 조금 껍껍하긴 하지만, 주인장인 다니엘은 내가 지내고 있는 2층에는 잘 올라 오지 않고 최대한 나의 사생활을 존중하는 편이라 4일째 아무 문제가 없다. 집자체도 깨끗하고 쾌적하고...

 동네도 깔끔한 중산층 주택가라 안전한 듯 하고.. 그래도 집집마다 문은 철저하게 잠그고 철창도 많이 해 놓았다.

심지어는 구멍가게 조차 철창을 닫아 놓고 물하나를 사도 철창 구멍사이로 주고 받는다.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데...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번잡한 호스텔에서 잘 옮겨 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떠보니 8시가 넘어있었다. 꼼지락거리다가 9시가 넘어 아침을 먹고.

와이파이 빵빵한김에 남미 관련 영화 한편 다운받고.

11시가 넘어서야 길을 나선다.

오늘은 멘도사 도시 여행 첫날에 갔었던 산마르틴 공원을 다시 가기로 하였다.

그 때 피곤하기도 하고 너무 많이 걷기도해서 남미 독립의 영웅 산마르틴 장군이 칠레 원정대를 꾸려 출발했다는 장소.

글로리아 언덕을 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칠레 독립을 지원하기 위해 5,000명의 원정대를 출발했다는 글로리아 언덕에는 기념비가 있기도 했지만 무엇보다도 해발 1,000미터의 높은 이 언덕에서는 멘도사 도시를 다 굽어 볼 수 있는 전망이 있단다.

오늘 숲이 우거진 공원에서 힐링도 할 겸. 다시 공원을 향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호기심 많은 어린아이 마냥 집앞을 나오자 마자 버스를 타려던 계획을 버리고 동네의 여지껏 다녔던 길 반대 방향으로 걷기 시작하였다. 커다란 가로수와 집집마다 키운 꽃들이 예쁜 이 동네가 공원이었다. 동네를 걸어도 공원 산책이다.

중간에 과일과 야채를 파는 노점에서 체리도 한봉다리 사서 들고는 발걸음도 가볍게 걷는다.

거리 자체가 공원인데 거리 끝에는 작은 진짜 공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멘도사 강물도 한줄기 흐르고...

한 30여분 걷다가 정신을 차리고 목적지를 향해 버스를 탔다.

버스는 시내를 관통해서 가는 데 지난 번 문이 닫혀서 제대로 못 즐긴 중앙시장(mercado central)에 버스가 서 버렸다.

길가에 서 있는 사람들이 보따리 보따리 뭔가를 사들고 있고. 또 목적지를 이탈해서 얼른 내렸다.

멘도사의 시장은 열려있을 때 구경해야지 닫혀 있을 때가 많으므로...

시장은 이 동네 사람들로 벅적거리고 있었다. 상점마다 장사가 잘된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있을 건 다 있고..

시장 나온 김에 주전버리 하는 것도 우리와 똑같다. 조각 피자와 맥주등 음료를 파는 가게가 유난히 사람이 많아 나도 그 집에 서서 기다리다가 겨우 자리를 차지하여 피맥 대열에 낄 수 있었다. 다양한 연령대가 먹고 있었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았다. 그 분들도 피맥을 즐기고.. 옆자리에 앉은 할아버지가 자꾸 말을 건다. 알아 듣지도 못하는데.. 어느 나라 사람이냐는 말만 알아 듣고는 꼬레아라고 했더니 북쪽이냐 남쪽이냐를 묻고. 남쪽이라고 했더니 북쪽 대표 이름은 뭐냐고 묻는다. 김정은이라고 했더니 뭐라고 뭐라고 했는데 잘 모르겠다. 좋다는 소린지 나쁘다는 소린지.. 못하는 스페인어가 안타깝다.

할아버지가 내 손을 꼭 잡고 여행 잘하라고 하시고는 자리를 떠나셨는데 그 자리에 두 할머니가 앉으셔서는 피맥을 하시면서 나에게 건배를 권하셨다. 샬롯!을 같이 외치며 시원하게 한잔 마신다.

이 집에서 먹는 사람도 많고 그 사람들을 응대하는 직원들도 유쾌하고 친절하다. 모두들 웃으면서 맛있다고 말해주고...

나에게는 정말 맛있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그 정겨운 분위기가 맛있었다.

따듯했던 시장 체험. 몸 생각해서 호두도 한봉다리 사서는 이제 진짜 산마르틴 공원으로 간다.

한눈 팔지 않고 버스로 직행. 토요일이라 공원을 즐기러 온 차량들이 정말 많았다. 그런데 공원이 워낙 크다보니-내 생각에 도시의 절반이 산마르틴 공원인듯-사람이 어디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

지난 번 좋았던 호수 반대편을 걸어 보고 글로리아 얻덕으로 걸어가는데 가깝지가 않다. 한참을 걷다 버스를 잡아 타고 언덕 바로 밑에서 내렸는데 이 길이 찻길. 빙글 빙글 땡볕에 엄청 노동하면서 걸어 올라갔다.

표지판을 안 믿고 구글안내를 따른 것이 힘듬의 원인. 배신때린 구글. 그래도 올라가긴 올라갔고

올라가서는 매점에서 물 한병과 갓 짠 오렌지 쥬스 500미리를 단숨에 들이켰다. 그리고 나서야 기념비를 한바퀴 돌고..

멘도사의 전경이 다 내려다 보인다. 올라오긴 잘 한 거 같다. 멘도사 생각보다 큰 도시다. 그리고 숲으로 감싸인 도시였다.

걸어내려오는 길은 정말 빨랐다. 아까 이 길을 잘 찾았다면 고생을 안했을텐데...

언덕에서 내려오니 바로 밑에 동물원이 있는데 요즘 문을 닫았단다. 동물 보호 차원이라나...

동물원 앞에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나오는데 중간에 사람들로 벅적이는 큰 식당이 있어 맛집이려니 하고 서둘러 내렸는데 이제 문을 닫는단다. 저녁 8시에 다시 오라고...헉. 아주 중심가 아니면 지금 시간에는 밥 먹을 데도 없을 거 같다.

다시 버스를 타고 가장 핫한 중심가 독립 공원으로 갔다. 독립 공원 끄트머리에서 맛있고 좋은 음식 먹을 거 같은 사람들이 앉아 있는 고급진 레스토랑을 찜하고 들어갔다.

오늘은 이 도시에서 한번쯤은 먹기로 한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기로 한 날.

고급 식당이라 그런지 주문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 와인 한잔도 수많은 와인병 중에서 고르란다.

 잘 모르니까 웨이터한테 네가 알아서 그냥 가져다 달라고 했더니 난리가 났다. 세명의 직원들이 상의를 하더니 가져온 레드 와인.

내가 마신 와인 중에 최고다. 향도 엄청 좋고..맛도 드라이한데 드라이하지 않고.

그리고 스테이크. 인생 스테이크다. 요즘 고기만 먹으면 역해서 밀쳐버렸었는데 전혀 그런 거도 없다. 살살 녹는다. 두터운 스테이크가.샐러드도 신선하고. 정말 맛있게 먹은 혼자만의 만찬이었다. 맛있는 음식은 항상 친구들과 가족들 생각이 난다. 그들에게 대접하고 싶은 맛. 배부르게 먹고는 걸어서 집을 가기로 하였다. 운동겸 산책겸. 멘도사는 걷는길 자체가 공원이니까...

40분 정도를 슬슬 걸어서 집에 도착.

오늘 부모님과 친구들을 만나러 간다는 다니엘은 웬지 집에 있었다. 내일 만난다는 것을 내가 잘 못 알아들었나?

지인들 만나서 식사한다고 아침에 아주 들떠있었는데....

그런데 기운이 없어 보인다. 인사도 건성으로 하고...

나도 짧게 인사하고는 2층으로 올라와 버렸다. 

우리 동네길.

이 거리 좌판에서 싱싱한 체리가 500그람에 100페소, 약 2400원 정도였다.

공원에서 쉬면서 잘 먹었다는.

시장의 따듯하고 유쾌했던 피맥집, 피자를 다 먹기 직전에 촬영.

엠빠나다.-우리나라 만두 같은 것 속에 고기 등이 들어있다.-

 튀기거나 오븐에 구운단다. 이건 오븐.

차는 이렇게 많은데 사람들은 흔적이 별로 없다.

다니엘은 산마르틴 공원에 가면 토요일이라 사람들이 많을 거라 했는데

글로리아 언덕 올라가는 길

드디어 정상

정상에는 이렇게 투어 버스도 다니는데... 난 왜 고생을....

기사가 나를 보고 손으 흔들고 웃었었다.

옷이 맨날 이거 하나지만 매일 빨아입는다. 건조해서 금방 말라 버려 하나로도 충분.

사람들이 요 소 뿔을 만져 반들거린다. 행운이 있나? 나도 기어코 올라가 만지고 말았다.

여인들의 가슴만 만지는 사람들은 뭘까?

글로리아 언덕 전경

인생 스테이크.-정말 신선하고 맛있다.-친절한 직원이 골라 준 와인도

우리 동네 집들. 외관은 소박하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넓은 집들.

숲속의 동네 집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