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4.25(목) 흐린 듯 하지만 맑음
산토 도밍고 숙소
Alberge casa del santo(교구청 운영. 8유로 철제 침대가 다닥다닥 붙어 있지만 규모가 크고 깨끗하며 샤워실 풍족하고 뜨거운물이 잘나온다.
오늘 아침에는 처음으로 불을 맘껏 밝히고 떠날 채비를 할 수 있었다. 트윈룸의 특권이... 일어나서 대화도 나눌 수 있었고...
어제 사 놓은 요구르트와 사과를 먹고 또다시 짐을 챙겨 떠ㅈ난다.
6시 30분 출발. 이 알베르게가 좋았지만 하룻밤의 인연이니..
간밤에 비가 내려 길이 엄청 질척 거려 발을 떼기가 힘들었다.
그렇지만 날은 맑아 시원하게 확 트인 풍광이 너무나 아름답다.
길을 질척거리지만 않으면 약간의 오르막이 있을 뿐 걷기 좋은 길이었다. 노란 유채꽃밭과 연두색과 초록색 밀밭이 끝없이 펼쳐지고 하이얀 구름과 푸른 하늘이 마치 천생을 걷는 느낌 마저 들게한다. 쌍무지개도 세번이나 봤는데 사진에 잘 나오지는 않는다.
오는 길 내내 바도 하나 없는 길이다. 쉴만한 벤치도 없고...
Ciruena 마을 가기 전 언덕위에서 승용차 가판대가 있어 뜨거운 커피 한잔과 어제 삶아 가지고 나온 달걀 두개를 먹을 뿐이었다. 이 마저도 바람이 너무 불어 급히 철수.
걸어내려오는데 새로 조성된 마을 Ciruena 마을이 보인다.
이 마을 입구에서 부터 내 등산화가 덜렁거리더니 굽이 빠져버렸다. 10연년전 히말라야 트래킹을 위하여 야심차게 고어텍스로 구입해 히말라야만 두번 가고 집에 모셔둔 등산화인데 그 사이 삵아 버린듯. 포루투갈까지 한달여를 잘 버티다가 가버렸다. 산티아고만 잘 버텨주면 멋진 이별식을 해주려 했는데...
시루에나 마을엔 바가 있을테지만 마을입구에서 너무 멀다. 길은 마을을 들르지않고 초입에서 빠져 나가게 되어 있고..
그냥 내쳐 길을 걷는다. 길은 선선한 바람이 불고 넓은 평원에 하얀 구름에 밀밭과 유채꽃밭이 환상적인 색감을 보여준다. 저멀리 눈 쌓인 산들도 보이고...너무도 이쁜 길이다. 자꾸 카메라에 손이 가게되는....
산토 도밍고까지 겨우 겨우 너덜거리는 등산화를 신고와 알베르게 바로옆 스페인 등산장비가게에서 메이드인 스페인 시루카 등산화를 구입하였다. 새신발이라 걱정이다. 길이 들지않아 발이 아플까봐.
11시. 우린 또다시 알베르게 오픈 시간에 침대를 배정받았다. 규모가 크고 시설이 잘되어 있는 교구청 알베르게다. 입구 침대라 바꾸어 달래서 창문옆 한갖진 곳에 자리잡았다. 일찍 도착한 특권이리라.
침대 배정 후 알베 근처 레스토랑에서 까미노 밀을 먹는데 양도 푸짐하고 맛도 좋다.
그리고 신발사고. 샤워하고(따듯한 물이 팡팡나와 온몸의 피로를 풀어 주는 듯) 쉬고. 단순한 일상이다. 내가 좋아하는....
빨래를 널러 뒷마당에 갔더니 역시나 수탉을 키우고 있었다.
산토 도밍고에는 전설이 있단다. 예전에 한가족이 순례길을 떠나 이곳에 도착했는데 이가족의 아들한테 마음을 뺏긴 마을 처녀가 고백을 했다가 거절당하자 성당의 은수저를 아들의 배낭에넣어 도둑으로 몰았단다. 이 당시에 도둑질은 사형이라 아들은 사형대에 올랐는데 가족들은 슬퍼하면서 다시 순례길을 떠났단다. 순례를 마치고 오던길을 되돌아 다시 이곳에 온 가족들은 아들이 매달린 채로 살아 있는 것을 보았다고. 산토 도밍고 성인이 아들을 받치고 있었단다. 영주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살려달라고 했으나 영주는 코 웃음 치며 스튜에 들어있는 닭이 살아 돌아 오면 들어 주겠다고 했단다. 그 순간 정말 닭이 푸드득거렸다고...
가족들은 아들과 함께 고향으로 돌아갔고. 이 이후 산토 도밍고에선 닭을 키운다고. 이 알베르게에도 닭을 키우고 있었다.
오늘 이 마을은 축제가밌다. 그리고 저녁 7시에는 산토 도밍고 탄생 1000주기 미사(전대사-그동안의 삶을 용서해 준다는 미사)가 있었다. 미사전에 주요인물들과 주교님신부님들의 시가행진이 있었는데 거리엔 그 행렬을 구경하기위한 인파들로 가득찼다. 우리 교구청 알베르게 앞에도 지나간다. 우리도 그 구경 행렬에 가담. 지나가는 신부님들과 주요인사들에게 환하게 웃으며 맞이하니 그들도 꼬레아? 하면서 웃어준다.
악대들도 지니고.. 마지막 시민들의 행렬에 붙어 대성당으로 들어가는데 주요행사 때만 열린다는 용서의 문으로 들어갔다. 이제 나의 모든 잘못이 용서 받은 것인가?
간신히 들어간 성당안은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앉을 자리 조차 없을정도로 사람들이 가득찼다. 서서 있으려니 다리가 엄청 아프다. 그런데 조금 있으니까 외국인이라고 자리가 나니 우리보고 앉으라고 권한다. 친절한 사람들이다. 미사 후 신부님의 축복도 받고 신자인 유언니와 오늘 만난 백마리님은 엄청 감동. 상당에서 나와. 용서의 문에서 기념촬영도 하고 바에가서 와인 뒤풀이도 하였다. 오늘 짧게 걸었지만 의미있는 하루였다.
쓴돈
숙박비 16유로(1인 8유로)
점심 30유로(1인 15유로)
등산화 109.5유로
합계 :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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