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태국이야기

깐짜나부리...

1월 22일(토)

오늘은 마지막 여행지 깐짜나부리로 가는 날이다.

가기만하면 되기 때문에 조금 여유가 있다. 뜨거운 물을 얻어서 커피를 타고 식빵과 함께 아침을 먹었다.

어제 쎄븐에서 산 곡물식빵은  왜 이제 발견했을까 싶게 마음에 든다.

뜨거운 물을 얻으러 내려갔다가 울나라 중년부부를 만났다. 한달만에 4개국을 다녔다고... 엄청 강행군을 한 듯. 피부도 까맣게 탔다. 그래도 굉장히 건강하게 잘 다닌다.

처음 태국공항에서 만난 남매도 4개국을 다닐거라는데...

서양사람들과 울나라 사람들의 여행스타일이 다른거 같다.

짐을 챙겨들고 내려와 주인 할머니한테 버스 터미널길을 쉽게 가는 방법을 물었더니 자꾸 350밧하는 여행사 미니버스를 이용하란다. 좀 비싼감이 있지만 편히 가려고 그러라고 했는데 그만 좌석이 없단다.

다행이다 생각하고 나와 숙소앞에 대기하고 있는 툭툭을 타고(25밧)- 물론 걸어가도 되지만 꾀가 생겼다.-버스 터미널로가니 곧장 수판부리가는 버스가 있다. 아까 주인 할머니 말가는 달리 좌석은 널럴하다.버스비는 60밧이고 1시간 40분 소요. 길은 평화로운 논들이 펼쳐져있고 물이찬 빈논에는 왜가리(목이긴 흰새)떼가 군무를 선보이고 있었다. 10시 40분 수판부리 도착. 이 소도시는 꽤 깔끔하고 정돈되어 보인다. 버스터미널도 정갈하다.

여기서 곧장 깐짜나부리버스로 갈아타니 10분후에 출발한다. 수판부리에서 깐짜나부리까지는 잘 닦인 길이었다. 2시간 10분 소요. 버스터미널에서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까지 쌩태우를 이용하였다. 블루게스트하우스 입성. 수도승같은 욕실딸린 소박한 방을 150밧에 묵기로 하다. 잘 가꾸어진 울창한 정원이 마음에 든다.

갑자기 더워져 정신이 없고 배가고파 정신이 없어 짐만 던져 놓고 식당을 찾아 헤매었다. 소박한 타이식당에서 숯불에 구운 닭과 찰밥, 그것도 모자라 닭날개 튀김 한조각, 또 식빵한조각과 달달한 냉커피까지 마시니 살것 같다.

배고픔을 해결하고 나서는 콰이강의 다리를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20여분 소요.먼저 제 2차 세계대전 박물관을 그냥 봐주고.. 그 다음엔 콰이강의 다리로... 울나라 단체 여행객 뿐만아니라. 세계 각 나라의 여행자들까지 몹시 붐빈다. 조용한 시골동네에 있다가 여기 오니 잠시 정신이 벙벙해진다.

그래도 전쟁의 상처와 영화속의 감동이 있어 특별한 감흥이 온다. 집에가서는 콰이강의 다리 영화를 다시 봐야겠다.

나도 사람들 속에 섞여 사진을 찍다. 수많은 우리나라 단체객들이 있었지만 난 그들과 말을 하지 않았다. 그 대신 타이 대학생들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면서 히히덕 대었다. 뭘까?

내일 탈 완행열차 시간도 알아보고 기차역도 알아본다. 굳이 깐짜나부리 역까지 가지 않더라도 이 리버콰이 브릿지역에서 타면 될 듯. 물론 우리 숙소에서 깐자나부리 역이 더 가깝지만 난 일찍 여기로 와서 좀더 놀다 기차를 타고 싶다.

다리앞엔 뜻밖에도 보석시장이 번성하고 있었다. 이 깐짜나부리와 보석과의 상관관계는?

걸어서 숙소로 돌아오다. 어느새 6시가 넘어버렸다.

숙소에서 맥주 큰걸로 달랬는데 작은 걸 갔다 준다. 마시다 보니 다행이다. 큰걸 해결하지 못했을 듯.

그리고 인터넷을 하러 숙소앞으로 갔다. 한시간에 10밧이라는 착한 가격. 또 하루가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오늘 본 깐짜나부리의 게스트하우스 밀집지역의 분위기는 좀... 온통 술마시는 사람들이 카페마다 가득차고 동네 아가씨들의 차림과 행동도 수상하다.

그래도 서점을 잘되고 있다. 진작에 영어를 잘 배워뒀어야 이럴 때 책을 사서 읽어 좀 덜 심심하게 다닐 수 있었을 텐데...

2월 23일(일)

벌써 일요일이다. 치앙마이의 일요시장의 거대한 물결에 밀려다녔던 일이 꿈같은 날이 되어버렸다.

이 수도승방같은 방이 의외로 편안한 느낌을 준다. 뜨거운 물을 얻어 커피를 타서 식빵가 함께 먹고..

8시에 숙소를 나와 쌩추또 유엔군 묘지로 갔다. 아주 정갈하게 잘 관리되고 있는 무덤들은 얼핏보기에 아름답기까지 하였다. 그러나 안에 들어가 그들의 면면을 보니 다 20대 초반의 꽃다운 나이였다. 생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전쟁의 희생양이 된 것이다. 그 것도 이역만리에 와서..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누구를 위한 전쟁인가?

작금의 우리도 틈만나면 전쟁 운운하는데 무슨일이 있더라도 전쟁은 막아야겠다.

유엔군 묘지에서 조금 걸으니 바로 깐자나부리 역이다. 자그마한 역은 한산하였다. 한 서양인 여자만이 넉놓고 앉아 있을 뿐이다.

기차시간이 10시 50붕이므로 시간이 여유가 있어 리버콰이 브릿지로 걸어가기로 하였다. 농촌의 한가로운 풍경이 걷기에 괞찬았지만 그 집들에서 뛰쳐나오는 개들 때문에

할 수 없이 찻길을 택해야만 하였다. 그러나 내가 생각한 길이 아니라 엉뚱한 큰길이 나와 순간 당황하였다. 아침부터 엄청 많이 걸어 드디어 콰이강의 다리로 오다.

이 때가 9시 40분. 그러나 아직 기차표를 파는 역무원이 없다. 다리 밑 플로팅 레스토랑에서 갓 갈아서 내려준 커피를 우아하게 마시는데 가격은 엄청 비쌌다. 맛은 좋았지만.. 서빙해준 아가씨 왈 '본커피'라는 것이 타이에서 가장 고급스럽고 맛 좋은 커피라고... 고급 커피숍에서는 다 본커피라는 원두를 쓴단다. 집에 갈때 한봉지 사가야겠다. 커피를 마시고 기차역으로 가는데 뜻밖에 10시 10분밖에 안되었는데 기차가 와 있다. 시간표에는 10시 57분이라고 했는데...

순간 서둘러 티켓 박스에 갔으나 티켓을 파는 역무원이 없다. 무조건 기차에 올라 기차에 가득차 있는 승객들한테 어디에서 표를 샀냐고 했더니 자기들은 방콕에서 사가지고 왔단다. 그러더니 역무원을 불러주었다. 그는 자기한테 사면 된다고... 알고보니 이 기차는 방콕에서 부터 운영하는 투어기차였다. 운이 좋았다고나 할까?

왕복 120밧, 어제는 편도에 100밧이었는데...

역무원은 타이말로 중요한 사실을 자세하게 설명까지 해주고 사람들을 가끔 웃기기도 한다. 그리고 탐크라쎄 같은 절벽에 매달린 역에서 사진 찍으라고 알려주고 경치 좋은 곳이 있으면 또 알려준다. 그리고 싸이욕 너이 폭 포까지 데려다 준다. 가이드 북에는 남똑역까지만 가고 거기서 부터 2키로를 걸어야 싸이욕 너이 폭포까지 갈 수 있다는데 철로를 더 놓았나 보다. 싸이욕폭포에서 두시간의 시간을 주면서 밥도 먹고 수영도 하고 걷기도 하면서 즐기란다. 두시에 깐짜나부리로 돌아갈 기차를 타야한다고..

기차안의 승객들은 거의 방콕에서 온 관광객들인데 여행의 들뜬 분위기가 기차안의 분위기를 업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즐거웠다. 그리고 유쾌했다. 덕분에 나도 즐겁고...

근데 정작 싸이욕 폭포는 별로였다. 건기라서 그런지 수량이 적어 더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단체로 온 서양관광객들은 비키니 수영복을 입고 나름 즐긴다. 그리고 타이 가족들은 계곡 구석 구석에 음식을 늘어놓고 먹으면서 쉬고 꼬마들은 폭포밑의 웅덩이에서 물장구를 치면서 즐거워하고 있다.

작년 여름에 본 구채구의 폭포들 중 하나만 이 곳에 갔다놔고 이들은 하늘에 절하면서 좋아할 듯. 아니면 북한산 계곡도 여기보다는 훨 나을 것 같았다.

두시간이라는 주어진 시간이 짧을 것 같더만 나에게 이 곳은 너무도 할일이 없다. 나처엄 혼자 온 서양 할배도 그런 듯 그와 나는 정말 이방인 처럼 주변을 배회하고 있었다. 애써 걸을 거리를 찾으려 싸이욕 동굴로 갔는데 그 것도 넘 허무하다. 괜히 땡볕에 우산쓰고 걸어보다가 만다. 그래서 아까 나처럼 배회하고 있는 할배에게 말을 걸어보는데 그는 의외로 아주 퉁명스러웠다. 나도 그냥 만다. 내가 익히 알고 있는 나라 이름도 아니었고. 다른 말들도 잘 안통했다.

두시 30분. 싸이욕에서 기차 출발. 아까 그렇게 많던 관광객들이 다 어디 갔는지 없다. 기차는 썰렁하게 헐렁해졌다. 물었더니 그들은 한번만 타고 버스로 이동한다고..

다시 돌아오는 길. 기차길 바로 옆에 나무들이 있어서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나무잎들이 잘려 기차안으로 들어온다. 먼지와 함께 섞여 눈이 아프고...

그러나 아까 시끌했던 분위기에서 없었던 여유가 풍경을 느긋하게 감상하게 해주었다. 산과 들 모두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인 아름다운 풍경이다. 그래서 도시인인 방콕사람들이 열광하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탐크라쎄역에서 다시 카메라를 들이대고 군데 군데 아까 찍었던 곳들을 다시 찍어본다.

오후 4시 20분 콰이강의 다리역에 도착. 6시간의 여행이었다. 다리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들뜬 분위기였다. 다들 한번씩 다리를 건너보고 기차가 지나가면 손을 흔들고 사진을 찍기에 바쁘다. 나도 한번더 다리를 거닐다. 다시 숙소로 걸어오다. 온통 먼지 구덩이의 몸을 먼저 씻고 내일 갈 방콕행 버스를 예약하고. 또다시 인터넷을 하러 나오다. 여기에서 숙소앞 길 거리 커피집 아주머니, 그리고 이 인터넷 가게 아저씨와 이틀 단골을 맺었다. 괜히 그들에게 나 내일 떠난다고 광고하고 있다.

너무 익명으로 산 여행길이 쓸쓸해서일까?

내일은 다시 방콕으로... 돌이켜보니 남의 나라 태국을 마치 내 나라처럼 헤집고 다닌 듯....

 

 

 

 

 

 

 

 

 

 

 

 

 

 

 

깐짜나부리 콰이강의 다리역에서

깐짜나부리 나의 숙소 블루스타게스트하우스

깐짜나부리 나의 숙소 블루스타게스트하우스

깐짜나부리 나의 숙소 블루스타게스트하우스(내방 10번방)

깐짜나부리 나의 숙소 블루스타게스트하우스

 

깐짜나부리 연합군묘지

깐짜나부리 연합군묘지

깐짜나부리 연합군묘지

깐짜나부리 연합군묘지

깐짜나부리 연합군묘지

깐짜나부리 역

 

 

 

 

 

 

 

 

 

 

 

 

 

 

 

 

 

 

 

 

 

 

 

 

 

'태국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치앙마이이야기두번째.  (0) 2011.01.31
치앙마이이야기...  (0) 2011.01.30
매홍손이야기 두번째  (0) 2011.01.23
빠이에서 매홍손으로..  (0) 2011.01.22
빠이 2  (0) 2011.0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