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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

또 다시 돌아온 이스탄불.. 그리고 귀로

1월 18일(금)

 오늘도 느지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톱카피 궁전으로 갔다. 눈이 없어진 궁전은 그런대로 스산한 멋을 지니고 있었다.

 눈이 없어지니까 오래된 성벽과 돌이 잘게 깔린 골목길과 톱카피앞의 제 1정원 등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드러내보여 나름의 분위기를 전달해 준다.

 궁전앞 매점에서 작은 가죽 지갑 하나를 샀다.

 다시 어슬렁 거리며 걸어 내려와 아야 소피아 앞의 궁궐 하마미(터키탕)로 갔다. 이 하마미는 현재 정부 직영의 카펫 상점으로 운영되는데 목욕탕 내부가 상당히 넓어 길을 잃을까 걱정될 정도였다. 전체가 대리석으로 되어 있는데 천장과 각 방의 수도 꼭지 등이 인상적이고 몸을 담굴 탕은 없는 것 같다. 처음과 끝이 옷을 갈아 입는 방이고...

 이 곳의 카펫은 정찰제로 꽤 다양한 품목을 가지고 있었다.  H가 저렴한 것으로 하나 샀다. 산 카펫을 숙소에 가져다 놓고는 그랜드 바자르로 갔다. 환율은 또 떨어졌다. 50불을 환전을 하고는 생선튀김 샌드위치로 점심을 먹고는 다시 걸어서 이스탄불 골목 골목을 구경하며 블루 모스크로 다시 갔다. 블루 모스크는 다시 가니 예전에 춥고 어리 둥절하여 미처 못 보았던 모습들이 이것 저것 보인다. 내부의 이즈닉 타일이 여백이 없이 아름답게 채워져 있었고 푸른 색의 타일들 역시 다른 모스크에 비해 화려하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블루모스크에서 나와서 탁심거리를 걷다가 카펫가게에 들려서 킬림하나를 더 사고 또 도자기도 사서는 숙소에 가져다 놓고 다시 거리로 나선다.

 이제 우리가 간 곳은 에미노뉴 선착장. 가는 길에 또 카펫가게에 잡혀 들어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는 또 차를 얻어 마셨다. 

  에미노뉴 선착장은 퇴근길의 시민들로 무척이나 붐볐다. 그리고 그 시민들에게 팔 고등어 샌드위치를 파는 소형 배들이 여기저기 흔들거리면서 고등어를 숯불에 굽고 있어 우리도 그 유명한 고등어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어 먹어본다. 갓 잡은 고등어를 구워 넣은 샌드위치는 참 맛있었다. 비린내가 하나도 안난다.

걸어서 갈라타교를 건넜다 갈라타교는 인도가 차도만큼 넓었고 다리 난간에서 낚싯대를 늘어뜨리는 꾼들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갈라타교를 건너면서 바라본 바다와 톱카피궁전과 선착장에 불을 밝히고 정박해 있는 배들과 모스크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어울려 한폭의 그림을 그려내고 있었다. 

 다시 갈라타교를 건너 혼잡한 에미노뉴 선착장을 벗어나니 한적한 트램길과 성벽이 있는 골목길이 나왔다.

 7시 30분 숙소로 돌앙왔다.

 내일은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이 될 것이다.

♥ 터키는 관광 자원과 농수산물 자원이 풍부한 나라이다.

 사람들도 그다지 게으른 것 같지 않고..

 카펫가게의 청년은 보통 사람들의 평균 임금이 200불 정도라고 한다.  그것도 일자리를 구할 수 없어 실직자가 많다고...

 환율은 뒤죽 박죽이다. 우리가 처음 이스탄불에 도착했을 때 환율이 1불에 1480000L이었는데 떠나올 때 환율은 1불에 1340000TL이었다. 처음에 바꾸지 않아서 입은 손해는 우리 셋이 합쳐서 약 70000원가량이된다. 만나는 터키사람마다 터키 경제가 어렵다고 하였다. 그래서 왜 그런지 물어보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정치하는 윗 사람들의 호주머니에 많이 들어가서 그런다고 노골적으로 대답한다. 부패가 만연되어 있고 누구나 그것을 느끼는 것 같다. 그래서 왜 선거를 통해 바꾸지 않냐고 물었더니 뽑아놓으면 그 인물이 또 부정을 한다고 한다. 사람을 잘 판단할 수 없다고... 해결책은 무엇일까?

1월 19일(토)

 이스탄불에서의 마지막 날이다.

 이것도 규칙적인 생활의 하나일까? 오늘도 8시쯤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아침을 먹으로 내려가 콘플레이크를 주문하니 식당의 청년이 무척 좋아하며 'I'm happy!'를 외친다. 오믈렛이라는 간단한 음식을 만드는 것도 귀찮았었나 보다. 우리는 웃으면서 내일도 행복하게 해주자고 했다.

 한 인간에게 간단한 일 하나로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다면 얼마든지 해 줄 수 있다는 마음이 든다. 하하하!!!

 어제 산 H의 팔찌를 교환하러 톱카피 궁전의 정부 상점으로 갔다. 톱카피 궁전으로 가는 길은 언제 가도 좋다. 고즈넉한 멋과 옛 향기와 이국적인 아름다움이 합쳐진 길이다. 가보니 정부 상점은 닫혀있고 불만 켜져있다. 문을 두드려 H의 팔찌를 보이며 알이 빠졌다고 하자 들어오라고 한다. 그렇지만 환불도 안되고 같은 물건도 없단다. 우리는 그냥 가죽지갑만 하나 더 사가지고 나왔다. 트램길을 따라 에미노뉴로 걸어가니 출근길의 시민들로 약간 분주하다. 실케지역엔 어제 보지 못했던 역사가 서 있었다. 이 곳이 오리엔트 특급 열차의 종착역이란다.

 보스포러스 크루즈를 편도에 1500빈에 끊어 탔다. 배는 10시 30분에 출발한다. 배안엔 중국,일본,한국 사람 천지다. 일전에 투어하다 만난 한국사람일행도 다시 만났다. 여전히 한국인 남자 가이드는 시큰둥하고 피곤한 표정이다.

 갑판에 나가니 사람들이 사진을 찍느라 경황이 없다. 보스포러스대교를 지나면서 루멜리 요새가 거의 완벽한 형태로 보여졌다. 그리고 해안가엔 이스탄불 부자들의 저택들이 주욱 이어져 있었다. 저택앞엔 개인 요트들이 매어져 있었다. 그리고 대문이 상당히 크고 정원이 잘 다듬어져있다. 좁은 해협엔 고깃배들이 수십척 떠있고... 저렴한 가격에 훌륭한 구경을 할 수 잇는 정말 좋은 투어이다.

 11시 40분쯤 뷰익크다레라는 유럽쪽의 선착장에 사람들이 우루루 다 내린다. 우리는 다음 선착장에 내리려고 배안에 남아있었다. 그러나 돌아보니 우리와 아까 선착장에서 만났던 한국여성 한명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12시쯤 마침내 종착역이다. 점신차려 보니 아시아 쪽 아나돌루 선착장이었다. 호아망히 내려 유럽쪽으로 갈 배나 버스를 알아보니 1시 15분에 떠나는 것 밖에 없단다. 동네를 돌아보니 완전한 향토 내음이 풍겨지는 우리네 시골 동네의 모습이었다. 산 위에 우뚝 아나돌루 요새가 서 있었다.

 1시 15분 우리는 제톤이라는 바위크다레행 작은 배를 탔다.

 배안이 움푹 파여 마치 물 속에 앉아 있는 것 같아 잠수함을 탄 느낌을 주는 배이다. 20분쯤 후 바위크다레에서 내려 길 건너에서 네미노뉴행 버스를 탔다. 버스표를 구하지 못해 기사의 묵인하에 본의 아니게 무임승차를 하고 말았다.

 버스길은 뱃길 못지않게, 아니 훨 좋았다. 해변가를 달리는 서스에서 아주 행복하게 주변을 구경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돌마바흐체 궁전을 보여준 버스는 약간 체증이 있어 1시간 가량 소요되었는데 버스안에서 우리는 터키의 풍습을 느낄 수 있었다. 터키도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미풍이 있는 것이다. 좌석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모두 머리가 희끗한 노인들이다. 마침 좌석이 나왔길래 한 할아버지에게 자리를 양보하니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미소를 띄고 쳐다본다.

 이 버스는 갈라타교를 건넜는데 해변에서부터 낚시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지만 갈라타교는 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양쪽에 낚시하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미끼도 없이 한번 낚시줄을 던지면 10여마리씩 작은 물고기들이 달려온다. 보는 재미도 쏠쏠한데 잡는 재미는 더 좋을 것 같다.

 에미노뉴에서 내리니 선착장엔 ㄱ등어 굽는 냄새가 진동하고 생필품을 파는 벼룩시장이 넓게 열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다. 

 토요일 오후의 활기가 넘친다. 우린 고등어 샌드위치를 하나씩 사먹는데 오늘은 살이 두툼한 구운 고등어와 두껍고 매운 양파만을 끼워준다. 수 많은 사람들이 하나씩 사서 광장에서 소금과레몬수를 뿌려 맛있게 먹고 있었다. 구운 고등어를 빵에 끼워 먹는다는 발상 자체가 재미있다. 갓 잡아 올린 고등어라서 그런지 신선하다. 

 춀라 교회를 가려다가 시간이 늦어 포기하고 맥도널에서 차를 한잔 마시고 이집션 바자르에서 아이쇼핑을 하며 마지막 여행을 즐겼다.

 터키석 귀걸이와 펜던트를 반값에 깍아 사고 호두도 사고 무화과 말린것도 샀다. 숙소로 걸어오는 내내 마지막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숙소에 돌아오니 우리방에 한 사람이 들어왔다. 사람은 없는데 가방이며 발래줄이며가 기등성제품으로 상당히 고수의 여행가 같다.

 짐을 꾸리고 저녁을 먹으러 가니 식당주인이 꽤나 반기며 오늘은 케밥이라며 메뉴를 알려준다. 올리브유에 볶은 밥과 닭고기, 양고기 꼬치, 토마토 스프, 빵 등 엄청 푸짐한 저녁이었다. 

 군것질로 배가 푸른 상태였지만 예의상 열심히 먹어주었다. 마지막 만찬임을 알았는지 어미 고양이와 새끼고양이 한마리가 우리 주위를 얼신거리더니 심지어는 무릎위에까지 올라와 앉았다. 

 내가 깜짝 놀라 일어나자 이 곳 사람들은 '습 습'하며 고양이를 불러댄다. 오늘은 한산하던 식당이 가득찼다. 다시금 손님들이 몰려왔나보다.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바에서 맥주를 마시며 마지막 밤을 보냈다. 우리 방에 들어온 사람은 50대의 캘리포니아 아주머니였다. 지금 현재 4개월째 여행 중인데 유럽과 북구쪽을 여행하고 이제 막 이스탄불에 도착하였단다. 인도가 다음 여행지이고 1년간 여행할 계획이란다. 빈틈없이 준비를 하고 다니는 활달하고 씩씩한 여성이었다. 잠시 나이를 의식하며 의기 소침했던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많이 따듯했던 이 이스탄불에서 몹시 추워한다. 우리의 담요를 넘겨주었다. 다음 여행지에 대한 기대를 하는 모습이 마치 소녀처럼 발랄하다. 

 그토록 곯아 떨어지면서 잠이 들었던 내가 오늘 밤엔 뒤척거리면서 잠을 설치고 있다. 마지막 밤이라서일까?

1월 20일(일)

 떠나는 날이다. 

 그래도 습관처럼 8시에 일어났다.

 짐을 마지막으로 꾸리고 아침을 먹으러 내려갔다. 우리는 콘플레이크를 먹으면서 한번 더 식당에서 일하는 청년에게 기쁨을 주었다. 

 9시 15분 어제밤에 예약해 놓은 공항까지 데려다 줄 버스가 왔다.

 버스는 한 군데 더 들러 두명을 더 태우고 해변길로 접어들었다. 한가로운 해안가에 몇명의 사람들이 조깅을 한다. 그리고 미처 보지 못했던 테오도시우스의 성벽이 거의 완벽하게 남아 떠나는 우리를 배웅하는 것 같다. 이스탄불은 10일이나 있으면서도 하루 하루가 다르게 볼거리가 많았다. 그리고 인터 유스호스텔에서 아침,저녁을 주니 마치 집처럼 편안했고...떠나려하니 아쉬움이 많다.

눈쌓인 톱카피궁, 갈라타교의 낚시꾼들, 고등어샌드위치를 만드는 연기 자욱한 에미노뉴 선착장. 치즈 등 먹거리가 잔뜩인 이집션 바자르. 성소피아 성당. 블루모스크. 술레마니에 사원 등등등... 모두가 생각이 난다. 

 다시 올 것을 다짐하며...

 공항까지 태워다 준 기사는 월급을 받지않고 팁으로 일한다며 운전석앞에 써 놓았다. 어제 우린 분명 1인당 5000빈씩이나 냈는데 정말 황당했다. 그러나 떠나는 마당이라 3명이서 2000빈을 주었다.

  생각보다 일찍 공항에 도착했다. 10시 20분쯤. 체크인을 하고 면세점을 도니 예전의 방콕보다 물가가 더 비쌌다.

12시 20분. 비행기를 타니 뜻밖에도 전혀 몰랐던 사실이 있었다. 비행기는 아랍 에미레이트의 두바이 공항을 들렀다 가는 것이었다. 뜨겁고 맛있는 식사를 하고 4시간여만에 두바이에 도착하였다. 여행자에게 입국이 허용안된 아랍에미레이트의 공항에 내렸다. 면세점은 터키의 아타튀르크 공항보다 비쌌다. 사우디가 금이 싸다더니 면세점에까지 금을 팔고 있었다. 

공항의 장식용 나무도 금괴로 만들어져 있다. 두건을 내리쓴 아랍인들도 보이고, 각국의 공항만 다녀도 재미있는 것 같다.

언젠가 터키를 다시 찾는 날 그 때는 터키 동부쪽을 여행하고 싶다.

 

 에미노뉴 선착장의 어부..

 부르사에서

 이스탄불의 카펫가게에서

 고등어 케밥을 파는 배...

 실케지역-오리엔트 특급열차의 종착역

 보스포러스 크루즈 선착장.

 보스포러스 해협

 보스포러스해협에서 본 돌마바흐체 궁전

 보스포러스해협에서 본 돌마바흐체 궁전

 테오도시우스의 성벽

 테오도시우스의 성벽

 이스탄불의 부잣집들..

 아나톨루 요새

 갈라타교의 낚시꾼들

 에미노뉴 선착장의 벼룩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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