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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넷째날-10코스 화순_모슬포 올레

2011년 2월 27일(일)

폭우가 쏟아진다는 예상과는 달리 아침에 일어났을 때 주변만 꾸무룩할 뿐 비는 내리지 않았다.

7시.일어나 보니-어제 정말 주체할 수 없는 피곤과 왼쪽 수술받았었던 발목부분의 통증,이 것 때문에 사실 많이 걱정했었다. 다시 잘못된 것은 아닌가?하고. 또 무릎바깥쪽 근육도 많이 당기고 허리도 뻣뻣하니 그랬었다.-피곤은 간데없이 날라가 버렸고 장시간의 잠과함께 모든 몸의 이상증세가 사라져버렸다.

어? 이건 좋은 조짐!

짐을 싸가지고 내려온 지하식당으로 내려간 우린 당당하게 사람들 틈속에 끼어 아침을 먹었다. 근데 아니 왠걸? 사골우거지국에 아침이 정갈하고 맛있게 나온거 아닌가? 그런데 다 먹고 나서 알아보니 게스트하우스 투숙객은 직원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우리가 먹은 식당은 일반 투숙객 식당이란다. 아무튼 잘 먹었다. 그대신 게스트하우스 아침식사가 어떻게 나오는 지는 모르겠다. 아침을 먹고나서 시계를 보니 8시 10분. 셔틀버스가 출발하는 시간은 9시 30분.

비가 안오는 틈을 타서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셔틀을 포기하고 도로로 나가 5번 버스를 타고 이동하기로 하였다.

5번버스(950원)로 중문까지가서 그 곳에서 화순가는 시외버스(1000원)를 타고 화순에서 내림.

화순 일주도로 가에서 내려 바닷가로 걸어가니 비가 부슬 부슬 내린다.

9시. 화순 금모래 해수욕장 도착. 바다쪽으로는 멀리 형제섬이 보이고-오늘은 내내 이 형제섬이 우리가 가는 길을 따라다녔다.-내륙 쪽으로는 산방산이 한눈에 들어오는 아름다운 풍경이 그 곳엔 있었다.

화순 해수욕장 끄트머리에 곧바로 연결되는 퇴적암지대. 거대한 퇴적암이 기기묘묘한 형태로 펼져져 있어 정말 이 10코스도 잘 왔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퇴적암지대를 감탄하면서 걷다보니 사구언덕이 나온다. 그 곳에 도착하니 비가 세차게 내렸다. 이제 우산으로 안될 듯 싶어 신화레져의 버기카 사무실에서 비막음을 하면서 커피를 한잔 얻어마셨다. 어린 학생들이 손님대접을 참 잘한다. 비는 오는 데 날씨는 후덥지근하다. 신화레져사무실을 등지며 걸으니 곧바로 산방연대가 나온다. 제주도에서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용머리 해안의 친근한 모습도 보이고.. 용머리해안의 간이 식당에서 어묵한개를 먹어주고 일회용비옷도 샀다. 아무래도 배낭이 젖는 것이 신경에 쓰인다. 또 내 몸이 젖는 것보다 카메라와 핸드폰이 젖어 작동을 멈출까봐 걱정도 되고. 이 용머리 해안에서 사계화석 발견지를 지나가는데 비바람이 세차서 카메라를 꺼낼 엄두가 안났다.

그리고 나서 송악산. 이 송악산도 내가 좋아하는 제주의 장소 중 하나. 좁고 깊은 아구리가 있는 송악산 분화구의 첫인상이 아직도 강렬하게 남아있는곳. 또 이 곳은 태평양 전쟁 말기에 일본군이 만든 진지 동굴이 해안 절벽을 따라 숭숭 뚫려있어 근대사의 아픔이 느껴지는 현장이기도 하였다. 멀리 가파도와 마라도가 보인다는데 오늘은 비가와서 분간을 못하겠다.

그래도 형제섬은 한눈에 보인다. 이 송악산을 빙 웨둘러 걷다보니 향이 좋은 솔풒도 지나게 되어 산림욕을 절로 하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 밭길을 걷다 본 백조일손지묘. 한국전쟁 발발 후 전국적으로 보도연맹원을 학살할 때, 모슬포를 중심으로 한 제주도 서부 지역의 예비 검속자 210명이 이 곳에서 학살되었단다. 2001년 2월, 유족들이 희생자 시신과 유물들을 재발굴하면서 그 전에 일부 메웠던 현장을 모두 파헤쳐 놓아 큰 구덩이가 형성되어 있었다. 몇년전에 갔을 때만 해도 그냥 밭가운데의 구덩이일 뿐으로 보여 스쳐 지나갈 뻔 했으나 이제는 잘 정비해 놓고 사건 개요을 설명하는 안내 간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런데 이 앞에서 나의 디카 밧데리는 수명이 끝나 더이상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되었다.

사실 짐을 그냥 지고 다니면 밧데리를 교환할 수 있는데 오늘 Y의 발상태가 안좋아 이동이 삼촌이라는 짐 이동 서비스를 받으면서 많은 짐을 그 곳에 넣어 버렸다.-이동이 삼촌 짐 1개 6,000원. 그런데 이 이동이 삼촌이 나중에 알고보니 올레팀에서 탈퇴시켰단다. 뭔 사유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대신 이동이 뭐라고 하는 서비스가 올레 정식 멤버로 있는데 좀 더 쌌다. 1개 5000원.-

그리고 그 앞의 알뜨르 비행장.  알뜨르는 '아래있는 넓은 들'이라는 뜻의 제주어. 대륙 침략을 위해서 항공기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일본은 중국과 일본의 중간 거점인 제주도에 1926년부터 대대적인 비행장 건설 공사에 들어갔단다. 10여년 만에 20만평 규모의 비행장을 건설한 일본은 중일전쟁 후 오무라의 해군 항공기지를 이곳 알뜨르 비행장으로 옮기고 규모를 40만평으로 확장했단다.

이 알뜨르 비행장주변은 검은 기름진 흙속에 감자밭, 배추밭 등이 있어 마음의 풍요로움을 느끼게 하는 길이다.

알뜨르 비행장을 슬렁 슬렁 걷다보니 오늘의 마지막 코스 하모해수욕장이 나왔다. 이 해수욕장은 예전에 몊이가 많이 잡히던 곳이라 멸케해수욕장으로도 불린단다. 모래가 곱고 수심이 얕은 편. 조선시대 네덜란드인 하멜이 표류한 곳이라고..

우린 이 곳에서 발을 벗어놓고 조금 쉬다가 종점인 모슬포 홍마트라는 곳까지 가서 택시를 타고 흑돼지고기가 맛있다는 행운가든으로 갔다.-아까 송악산에서 부터 함께 걸은 분당에서 온 모자와 함께.-4명이 6인분을 시켜 한라산 소주와 함께 먹는데 한라산 소주의 맛도 깔끔하고 쫄깃하고 고소한 돼지고기의 맛도 일품이다. 그리고 함께 먹는 느낌도 행복하고...

주인장은 또 우리에게 엄청난 양의 귤을 봉지에 담아 주셨다. 그리고 우리의 마지막 숙소 산방산 온천게스트하우스까지 태워주시기도 하였고.  온천앞에서 분당모자와 전화번호를 주고받으면서 인사를 하고..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놓고-게스트하우스는 침대가 주욱 늘어서있고 이층침대 네개당 발이 쳐져있는 구조였다. 그리고 식당이 있는데 아침,저녁을 3000원에 사먹을 수 있단다. 또 7000원정도를 주면 저녁에 바베큐파티에 참가할 수도 있고.

온천입장권을 2장 나누어 준다. 저녁, 아침으로 온천을 할 수 있다. -온천 입장료가 한번에 11000원인데-잠도 자고 괜찮을 듯. 그리고 인터넷도 무료로 할 수 있고 입구엔 귤도 박스에 넣어놓아 오며가며 먹을 수 있게 해 놓았다.

마지막 하룻밤 정도 이용하면 괜찮을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