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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 올레길.

둘째날-5코스 신그물부터 6코스끝까지..

2011년 2월 25일

게스트하우스 앞마당에선 어제 밤늦게까지 노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모범셍답게 10시 조금넘어서 방에 들어와 취침을 했고...

어제 함께 놀은 친구들은,

막 백수가 되어 그 기념으로 국토순례를 떠나온 38세 H,

집과 학교밖에 몰랐다가 마음먹고 제주도자전거여행을 온 25세J,

글구 부모님이 제주도로 삶의 근거지를 옮기는 바람에 제주도탐색에 들어간 20세 말에관한 공부를 한J, 이상 남,

그리고 뭐든 사진을 찍어두고 싶은 꽤 근사한 사진기를 소유한 20대 후반의 H양,

또 집주인 양반-서울사람인데 이 게스트하우스를 하기 위해 집 물색만 6개월을 발로 뛰면서 했다고... 제주도를 자기처럼 구석 구석 다녀본 사람있으면 나와보라고 한다.

위 다섯사람과 난 초면이라는 사실을 잊고 치킨과 맥주와 한라산 소주로 수다를 떨었다. 이 때 안 사실 두개.

아 그냥 수다가 떨어지는구나와 한라산소주가 참 깔끔하고 맛있다라는 것. 그리고 왠지 타인에 대한 애정이 듬뿍 생겼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혼자 텔레비젼을 끼고 드라마를 보면서 코를 드르렁 골면서 자고 싶다!

그런데 이 첫날부터 난 한번도 혼자인 적이 없었다.

새벽(?) 7시. 조용한 숙소에서 살금살금일어나 간단히 씻고 라면끓여먹고 커피타마시고 짐을 꾸려 길을 나서니.7시 30분이다.

해는 벌써 저만치 떠올라 있다.

어제의 향연도 좋았지만 오늘 이렇게 혼자 길 떠나는 맛도 짜릿하니 좋다. 그 혼자만의 길이 3시간여.... 그동안 친구들에게 전화를 해서 이건 사람이 하나도 없는게 철학자 다 되겠다고 투덜 투덜...

그러나 그러자마자 홀연히 나타난 Y. 

웬지 익숙한 차림의 여성이 내 앞에 혼자 걸어가길래 말을 걸었었는데 그것이 인연이 되어 내내 같이 걷게 되었다.

그녀와 난 일정도 똑같았다. 24일부터 28일까지...

그리고 아침에 떠나온 장소도 비슷했다. 신그물...어쨌든 걸었다. 중간에 오름하나 올라주고 내려와서 해녀의 집에서 성게 칼국수 먹어주고

날씨가 좋다 못해 덥다. 또 땡볕이고. 마치 한여름을 걷는 느낌이랄까>

칼호텔까지 가서 분위기 잡고 향이 풍부한 커피도 한잔 마셔주고....

오늘 걸은 길은 비교적 순탄하다. 관광객이 많이 몰려오는 서귀포일대라서 일까?

서귀포항까지는 순조롭게 갔는데 이 때부터 Y의 발상태가 심상치 않다. 쩔둑거려 삼매봉가기전의 외돌개게스트하우스가 예쁜 모습으로 보이길래 오늘의 일정을 끝내려고 했더니 방이 없단다.그래서 다시 걸어간 곳이 삼매봉-이 곳에선 서귀포시내와 바다가 멋진 전경으로 보인다.- 삼매봉에서 다시 내려와 외돌개까지 갔으나 우리의 허접한 발상태로는 더이상 갈 수가 없다.

외돌개 올레 사무소에서 안내를 받아 좋다는 서귀포 시의 모텔에 픽업을 요청해 가다. 방하나에 25,000원. 방은 아담하니 작았지만 깨끗했고 갖출건 다 갖추었다. 

둘다 모두 몸상태가 정상은 아니다. 밖에 나가는 것도 싫었지만 간신히 일어나 모텔옆 호프집에서 고등어구이와 함께 맥주를.... 뜨끈한 온돌방에서 지지면 나아질까? 기대해보며 잠에 빠져든다.

☆ 오늘의 숙소 : 서귀포시 대림 모텔, 일박 방하나에 25000원

 

 

 

 

 

 

 

 

 

 

 

 

 

 

 

 

 

 

 

 

 

 

 

 

 

 

 

 

 

 

 

 

 

 

 

 

 

이 5코스는 사람이 드물었다. 홀로 걷는 무료함을 달래면서 내 그림자를 찍어보았다.

 

 

 

쇠소깍에서

 

 

 

 

 

 

 

 

 성게칼국수 면발도 쫄깃거리고 국물도 맛있다. 동네 아주머니가 소개해준 곳. 가격도 다른 곳에 비해 착하다. 1그릇 5천원

 

 

 

 

 

 

 

 

 

 

 

 

 

 

 

 

 

 

외돌개를 마지막으로 오늘의 일과를 접었다. 그러나 5코스 80퍼센트, 6코스 전부다를 걸은 우리는 패잔병이었다.

 걸음은 절름거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