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11일(월) 서울에서는 맑았는데 속초 오니 비가 왔다.
속초.
속초는 내가 사랑하는 여행지다.
산과 바다가 멋진.
거기엔 내가 좋아하는 낙산사도 있고 설악산도 있고...
광명역에 속초행 우등버스가 있을 때는
꽤 자주 속초를 찾았었는데
코로나 이후 적자에 허덕이던 버스가 없어져버렸다.
동서울터미널까지 가는 것이
심리적으로 번거로워 선뜻 길을 나서지 않았었는데...
이리 살다가는 영 광명을 벗어 날것 같지 않아 그냥 질러버렸다. 먼저 속초의 바닷가 숙소를 예약하고
오늘은 서둘러 일어나 동서울 터미널로 향했다
도착하자마자 키오스크에서
예매한 버스는 11시 10분차였다.
나에게 남은 시간은 13분
뭘 할 시간여유는 없다.
장거리여행에 대비해 화장실을 가주는 것이 고작이었고.
단 두좌석이 남아 내가 한자리를 사서 내옆의 자리가 비워있을 줄 알았는데 한 나이 지긋한 여인이 탔다.
타자마자 그녀는 상당히 분주했다.
커다란 소리로 궁시렁거리기도 했고
큰 소리로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기도 했고..
과자 등이 잔뜩 들어있는 커다란 가방을 내앞자리에 꾸겨 놓고는 양해도 구하지 않는다.
난 괜찮지만 그의 가방에 내발이 닿을까봐 걱정이 됐을 뿐.
홍천 휴게소에 버스가 쉬어 갈 때까지는
별말없이 서로 숙면하며 갔다.
홍천휴게소에서 화장실 타임을 하고 돌아오면서 나는 커피한잔을 사 들고 버스에 올랐다.
내 옆자리 그녀는 호두과자 한봉지를 사들고 와서는 자꾸 권한다. 자기 혼자는 다 못 먹는다며.
호두 과자를 얻어 먹는 바람에
나의 커피도 나누어 먹게 되었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녀는 자기는 동생네 집에 가는 건데
나보고 속초에는 왜 가는 거냐고 물었다.
혼자 삼일동안 여행할거라니까
눈이 커지면서
멋지다고 난리다.
급기야는 전화번호까지 달라고 하면서
다음에 여행갈 때는 자기를 데리고 가란다.
이 따부터 끊임없이 이야기를 하며 가게 되었다.
심지어는 지극히 개인적인 것도 질문을 서슴치 않고 한다.
'나이가 어떻게 돼요?'
'회 좋아해요? 고기 좋아해요?'
그녀는 대구가 고향이고 공부는 서울서 했단다.
아들이 셋있고 남편과는 사별했고.
버스안에서 미팅하는 기분이었다.
양양에서 부터는 성난파도가 치는 바다뷰를 보면서 속초로 왔다. 아! 속초에 왔구나를 실감하면서...
속초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옆자리 그녀는 동생이 마중나왔다며
서울가서 전화하겠다며 서둘러 내렸다.
난 터미널 앞에 늘어서있는 택시 하나를 잡아 타고
숙소로 일단 갔다.
숙소는 체크인이 네시라 들어갈 수가 없었다.
대신 이층에 짐보관소가 있어서 짐을 맡길 수가 있었다.
벌써 두시 .
점심을 먹으러 택시기사가 알려준 근처 물곰탕집을 갔다.
세시까지 영업인데 오늘 주문이 마감되었다고 써있었다.
그래도 모른척하고 밥을 먹을 수 있냐고 하니 주문을 빨리 하란다. 물곰탕을 시켰다.
담백하고 물컹한 곰치탕이 맛있었다.
먹는데 온몸에 땀이 송글거렸다.
점심을 먹고나서
이제 해변을 걷는다.
오늘은 너울성 파도 때문에 더욱 역동적인 바다다.
내킨김에 연금정까지 가서 연결되는 방파제까지 걸어보았다.
돌아오는 길에 속초 등대 전망대도 올라가보고
다시 숙소로 돌아와 체크인을 하고 방에 들어갔는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필요한 것은 다 있는 숙소였다.
비대면 숙소.
문자로 입실정보가 다 와서 사람을 만날 수 없다.
간이 주방과 세탁기와 건조기도 있다. 방은 일단 마음에 드는데 뷰가 없는 방을 배정받아서 너무나 아쉬웠다.
내게 방 뷰는 정말 중요한데...
방에서 잠시 쉬다가 어두워지는 바닷가를 걸었다.
사람들이 평화롭게 바다를 즐기고 있었다.
저녁산책길에 사온 속초 수제 맥주로 속초 여행 자축을 해본다.
이제 내일 갈 설악산 산행을 위해 잠을 청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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