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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가다

흡수골 말투어 세째날....

 흡수골 호수에서... 마부 누나의 집에서 하루밤을 묵으면서 그 집에서 만들어주는 만두 등 음식도 먹고 다시 우리의 ms게스트 하우스로 말을 타고 돌아오늘길. 마부는 호숫가에서 나뭇가지를 태워 밥도 해주었다.

느끼하지만 그래도 먹을 만한 뜨끈한 밥. 그의 집에 가서 또 양고기와 블루베리 잼을 얻어먹고 사진촬영도 하면서 놀다. 

 우리의 마부 감바네 누님의 딸과 함께

 흡수골

 

 감바는 호수가에서 불을 지펴 양고기를 썰어넣은 밥을 지어주었다.

 

 

 

 말타고 산위에서 본 흡수골

 감바네 가족들... 폴라로이드 사진을 찍어달라고 다 불러들였다.

 우리의 마부 감바네 집에서 대접받은 블루베리 쨈과 양고기

 동네 구멍가게- 달걀을 사러 돌아다녔지만 가게 마다 달걀이 한알 두알이 고작이었다. 가게를 지키는 아이들의 표정이 순진하다. 

  MS게스트하우스의 우리 겔 앞의 유럽 청년들의 텐트 이 텐트에서 그들은 성능좋은 침낭 덕에 팬티 차림으로 잠을 잔다고 자랑한다 

 

 무릉에서 가장 유명하고 효험있다는 오보- 우리도 이곳에 올라가 소원을 빌었다.

산위에서 본 무릉

8월 18일(목)

말투어 3일째

말을 타서 피곤해서인지 10시간 이상 잔 듯하다. 이 집 식구들이 일어나서 이불을 개는 것을 보며 일어났다. 호숫가에 나가 세수를 하고-물론 비누는 쓸 수 없다. 수자원 보호를 위해서-- 수태차와 버터바른 빵을 언덕에 또 올라갔다. 언덕에서 볼일을 보고 ‘어워’에게 인사도 하고 다시 한번 전망을 둘러보고 내려오니 감바가 가자고 한다. 어제 사진을 안찍어준 젊은 부부의 사진을 찍어주고... 그들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꽃단장을 하고 왔다. 정말 애절하게 사진을 원하는 모습에 마음이 찡할 정도다.

10시 출발. 온 동네 사람들이 배웅을 한다. 착하고 순박한 사람들이다.

처음부터 달리기 시작하였다. 이젠 걷는 것 보다 달리는 것이 좋다. 말은 잘 길들여졌다. 갈 때는 두시간 걸렸던 거리를 단 한시간만에 주파하였다. 첫날 묵은 허름한 게르가 보여 손을 흔들어 인사를 하곤 다시 달렸다. 호수의 끄트머리에서 숲길로 들어선다. 그리곤 절벽으로 올라가는데 나의 흰말은 먹보라서 절벽의 풀을 뜯어 먹으려고 자꾸 호숫가 쪽으로 가서 진땀을 흘리게 만든다. 신경이 쓰여 아름다운 경치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말고삐를 오른쪽으로 잡아 끌며 신경전을 해야만 하였다. 한참을 진땀을 흘리며 가다보니 평평한 평지가 나왔다. 서양남자 혼자 마부를 고용해 간다. 인사를 하곤 우리도 말에서 내려 호숫가에서 점심을 먹었다.

점심으로 나뭇가지로 군불을 피워 감바가 쌀죽-말린 양고기를 썰어넣은-을 끓였다. 선영이는 비위가 맞지 않는다고 야간이지만 내색하지 않고 한그릇씩 먹었다. 고기는 도저히 못 먹겠고 쌀죽은 먹을 만 하였다. 죽 끓일 때 감바는 쌀을 씻지 않는다. 그러면 어떠랴. 푹푹 끓이는데... 점심을 먹고 우리는 아찔한 산길을 계속 올라가야만 하였다. 한참을 오르다가 어워가 있는 곳에서 호수를 내려다보며 쉬다가 이제는 급경사진 내리막길을 내려가게 되었다. 도저히 말을 타고 내려갈 자신이 없는데 감바도 말에서 내려 말고삐를 잡고 내려오란다. 짐꾼말은 어려서인지 겁을 먹고 안내려갈려고 버둥거린다. 나혼자 내려가기에도 버거운 급경사길을 말까지 끌고 내려가려니 걱정스럽다. 그래도 3일간 친해졌다고 말은 착하게 잘 내려온다.

오늘 험한 산길에도 감바는 우리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 피곤해하고 힘들어하면서 관절염으로 다리를 절룩거리기까지 하며 오히려 짐꾼말을 우리에게 맡기기까지 하였다.

산길을 내려와서는 평지를 달리게 되었다. 이제야 들꽃도 보이고 버섯들도 보인다. 호수의 물이 햇빛을 받아 보석처럼 반짝거렸다. 오늘도 햇살이 쨍하고 덥다.

우리가 첫날 걸었던 아름다운 호수가 보인다. 호숫가에서 잠시 쉬다가 다시 완만한 평원을 달려 하트갈에 도착하였다.

하트갈에 도착하자 감바는 자기 집에 가잔다. 우리는 흔쾌이 승낙하고..감바의 집은 오두막이 두채이고 게르가 한 채 있었다. 깔끔한 집안살림은 아니었고 부인이나 딸, 손자들의 옷차림이 꾀질 꾀질하다. 우리가 왔다고 갓 담근 라즈베리쨈과 빵 수태차를 내온다. 감바는 속주머지 속에 소중히 간직한 내가 찍어준 즉석사진을 가족들에게 보여주며 자랑하였다. 눈치빠른 나는 가족들에게도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하고... 가족들은 옷을 갈아 입는 등 사진을 찍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한차례 사진 찍어주는 이벤트를 하고나니 삶은 양고기를 내놓고 먹으라 한다. 몽골에서는 흔할 줄만 알았던 양고기를 아이들이 군침을 흘리건만 감바는 자신과 우리만 먹게하여 민망하였다. 양고기는 의외로 맛이 좋았다.

감바집 식구들의 배웅을 받으며 우리는 다시 말을 탔다. 그러나 예의 어린 짐꾼말이 휘청거리며 날뛰는 바람에 선영이의 말 누렁이가 덩달아 날뛰어 선영이가 낙마하고 말았다. 다행이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모두들 엄청 놀랐다. 우리도 가슴을 쓸어내리고..

말을 타고 MS게스트하우스에 입성. 우리의 2박3일에 걸친 말투어가 끝나고 말았다. MS에서는 우리가 묵었던 게르를 다시 준다. 우리 게르앞의 서양아이들의 텐트는 여전히 있었다. 프랑스인들인데 밤에 꽤나 시끄럽게 논다. 그들은 얇은 등산용 텐트안에서 아침마다 다 벗고 팬티바람으로 나와 우리를 놀라게 하였다. 우리는 장작불에 두꺼운 솜이블을 덮고도 추운데.... 나중에 그들 보고 물었다. “너희들은 잠 잘 때 안 춥냐? 난로도 없는데...” “ 아니 우리 침낭이 무지 좋은 거야. 영하 20도에서도 따스한...” “침낭이 어디건데?” “ 노스 페이스!” 그들은 다시 텐트안에 들어가 침낭을 가지고 나와 보여준다. 그다지 부피도 커보이지 않는데 그렇게 따듯하다니.. 순간 난 그 노스 페이스 침낭에 필이 꽂쳤다. 비싸 여전히 사지 못하고 있지만.

우린 소고기국을 두그릇 시켜놓고 보드카 작은 것을 마시면서 하트갈 컴백을 자축했다. 이제 이 곳 MS게스트하우스가 내집처럼 편안하다. 뜨거운 물 샤워로 피곤을 풀고. 어느새 달이 차서 휘영청 보름달이 떠오른다.

한편에선 몽골인들의 술취한 울부짖음이 들리고 한편에선 프랑스인들의 술취한 웃음소리가 왁자하니 퍼지면서 몽골 호수 지방의 밤이 깊어가고 있었다.

8월 19일(금)

흡수골 호수 트래킹.

불을 피워 스프를 끓여 아침을 먹고 일기도 쓰고 책도 읽는 등 뒹글거리다가 11시쯤 집을 나섰다. 감바집을 찾아 관절염 파스를 가져다 주려했으나 비슷 비슷한 집들로 도저히 못찾겠다. 동네를 한바퀴 돌다보니 멀리 언덕 위에 아워가 갖은 치장을 다하고 서있었다. 힘겹게 그 곳에 올라보니 하트갈 전경과 흡스골 호수의 전경이 다 보인다. 어워는 이곳에서 꽤 유명한 듯. 방문객들이 많다. 어워에 100원짜리 동전을 하나 던지며 여행의 마무리가 잘 되길.. 그리고 한국에서의 복잡한 삶의 평정을 기원하였다. 어워에서 내려와 싸온 도시락을 먹고나서 넓어진 평원을 걸어 내려오니 웬걸. 우리가 첫날 걸었던 길이었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첫날 회귀점이었던 리조트를 지나 더 걸어가자니 한 이탈리아 청년이 장하이에서부터 걸었다며 계속 걸어가고 있었다. 이 곳에서 장하이까지 20km. 굳이 말을 타지 않더라도 걸어서 장하이도 가능하겠다. 한참을 걷다 호숫가로 나가보니 건너편에 장하이가 보인다.

이 때가 3시 40분. 다시 되돌아오다. 보트가 보이길래 하트갈까지 가자니까 안간단다. 이 주변에서만 도는 보트라면서.. 대신 말을 타고 가라면서 1인당 3,000T란다. 얼떨결에 말을 타게 되었다. 마부는 말 렌트비에 가이드 피 1,000T를 더 요구한다.- 지난번 말 투어 할 때 우리는 가이드 포함 말 3마리를 하루에 1만 6천 투르릭에 빌렸으니 비싼 편인데 그냥 타고 말았다. -

말은 더러워 파리가 꼬였고 난폭했다. 안장도 엉성하고 또 소년 가이드도 미숙하고... 30분정도 말을 타다 우리는 포기하고 말았다. 소년 마부에게 우리가 더 이상 안타고 걸어가겠다고 했더니 시무룩해지면서 자기는 하트갈까지 가겠다고 한다. 우리는 가능한한 기분 상하지 않게 웃으면서 만류하고... 걸어서 선착장까지 가서 훈제 생선을 지난번 산 것 보다 더 큰 놈으로 한 마리 샀다. (3,000T) 그리고 가게에서 홈메이드 라즈베리 잼을 하나 사고.

오는길에 상점에서 보드카도 사고 양파도 사서 오늘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낼 준비를 하였다. 숙소로 걸어오다 보니 선글라스가 없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보드카산 상점으로 가는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하였다. 상점까지 뛰어가니 근처의 청년들이 너 안경 상점에 있다고 얼른 들어가 보라고 난리다. 착해보이는 상점 아가씨가 반기며 안경을 건네 주었다. 우리가 떠난 후 안경 가져가라고 소리쳐 불렀었단다. 어느정도 비가 잦아들기를 기다렸다가 우산을 쓰고 돌아오는데 검둥이가 졸졸 따라온다. 넓은 초원위에 검둥이와 나. 몽골에선 들판에 돌아다니는 개를 조심하라고 해서 순간 가만히 서서 검둥이를 경계하는데 검둥이는 내앞에 넙죽 엎드려 꼬리를 흔든다. 그리곤 나를 안심시키려는 듯 앞장서 MS게스트 하우스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무조건 경계하고 배척하려했던 내 자신이 무색한 순간이었다.

마지막 뜨거운 샤워를 하고 활활 타오르는 장작난로에다 밥을 해서 생선과 고추장과 양파와 보드카로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오늘이 몽골에서의 마지막 밤이어서인가? 유난히 이 곳이 편안하다.

친절하고 순진한 이 곳 사람들이 좋다. 대부분 울란의 대학생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러 방학을 이용해 이 곳에 온 학생들이었다. 목욕물 데워주는 아주머니도 좋고. 요리하는 아주머니도..쿨한 매니저 지미도.. 또 다시 즉석카메라로 이 사람들을 찍어주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번 여행에서 몽골인들에게 사진 선물을 많이 안겨 주었다. 이들은 사진 찍는 걸 무척 좋아한다.

주방아주머니들에게 우리에게 남은 관절염 파스를 이별 선물로 주니 너무나 고마워한다. 그리고 예쁜 하이나에겐 립글로스를 주었더니 흥분하면서 좋아하고...

선물주는 기쁨이란...

잠이 잘 안와 몽골민속기행책을 랜턴으로 비추어가며 모처럼 흥미있게 읽었다. 몽골처럼 다니기 힘든 곳을 구석 구석 다니며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책을 쓴 저자에게 찬사를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