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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가다

흡수골을 가다. 그리고 말투어로 호수를 돌다.

 8월 11일(월)

오랜만에 푹 잤다. 8시가 넘어서야 일어날 수 있었다.

이 숙소의 아르바이트 고등학생, 하이나가 계란 후라이와 빵과 쏘세지와 라즈베리 쨈을 가져다 주어 아침을 먹었다. 난로에다 스프를 끓여 빵과 함께 먹고, 이것 저것 준비를 한 다음 도시락을 싸가지고 길을 나섰다.

오늘은 해뜨는 방향으로 동쪽 호숫가를 걸을 것이다. 가이드 북에는 동쪽의 경관이 별로라지만 호수를 옆에 끼고 호숫가에 야크들이 한가로이 노는 모습을 보며 걷는 맛이 천국의 맛이다. 걷다가 폐허에서 노는 꼬맹이들과 어울려도 보고.

걷다가 보니 선착장이 보였는데 그 선착장 앞에서는 작은 시장이 서있었는데 그곳에선 훈제생선과 생라즈베리를 팔고 있었다. 선착장을 지나쳐 걷다 보니 산이 가로 막혀 있다. 산길로 접어드니 산은 습하고 소나무잎이 떨어져 있어 푹신 푹신하였다. 이름모를 버섯들이 지천이다. 버섯들에 대해 알면 따서 요리해 먹으련만...

여지껏 황량한 사막을 가로질러 온 우리에게 산은 또 다른 신선함을 안겨 주었다. 산길을 벗어나니 다시 호수가 보인다. 물빛이 제주도 우도의 그 맑은 연초록 그 물빛 같다. 야영장도 보이고... 오다가 마신 우유 탓인지 화장실이 급해 허둥거리다. 찾은 야영장의 화장실엔 엄청난 구더기들이 추위에 죽어 있었다. 테렐지에서 만났던 주연이는 이 곳 흡수골에서 말 타다가 왕파리에게 물려 곤욕을 치루었다는데...그러면서 흡수골에 가면 꼭 왕파리를 주의하라고 하며 긴팔 셔츠와 긴바지를 강추했었다. 그러나 이미 추위가 왕파리들을 없애버렸고 우리는 왕파리 때문이 아니라 추위 때문에 긴 옷을 입어야만 하였다. 말투어하는 한국 사람들도 만났고 몇무리의 서양사람들도 만났다. 우리는 아름다운 게르 캠프를 전환점으로 삼아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설산이 가까이 보이고 들꽃이 지천이고, 조약돌사이의 물이 투명한 곳에 게르캠프는 자리잡고 있었다. 비행기에서 만났던 키작은 일본 남자아이들도 이 곳에서 놀고 있었다. 정말 아름다운 곳이다.

돌아오는 길에 순록도 보았다. 차탕족인 듯한 사람들이 그들만의 특히한 뾰족한 게르를 설치해 놓고 그 근처에 순록을 묶어 놓았다.

훈제 생선을 파는 부녀에게 생선 한 마리를 샀다. 선착장에서 생 라즈베리도 한컵 샀다. 새콤하다. 그리고 물과 빵을 사서 내일 할 말투어의 비상식량으로 장만했다. 어느 가게에도 달걀은 없다. 몽골은 왜 닭을 안 키우는 것일까?

오늘은 7시간을 걸었다. 행복한 걷기 여행이었다.

저녁에 또 다른 아르바이트 학생. 수리고가 와서 불을 피워주면서 이것 저것 말을 한다. 2주후면 공부하러 울란으로 가야한다는 것. 졸업해서 결혼도 하고 직장도 가지면서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싶다는 것. 국경을 초월해서 평범한 모두의 소망인 것 같다. 수리고의 어머니는 가수고 아들이라고는 달랑 수리고 한명 뿐이란다. 집은 무릉이고 지금도 힘들게 일하고 있지만 방학이 끝나 울란으로 돌아가도 공부하면서 끊임없이 일을 하고 있는 그다. 우리에게 노래도 몇곡 불러 주었는데 어머니를 닯아서 노래도 잘한다.

오늘은 물을 데워 달래서 샤워장에 가 샤워를 하였다. 난로불에 밥도 하고..

훈제생선과 밥과 소고기 국으로 포식을 하며 정말 만족할 만한 만찬을 즐겼다.

이 훈제생선은 살도 꽤 많고 맛도 담백하다. 바이칼의 ‘오물’이라는 훈제 생선이 생각난다. 이 훈제생선을 이 곳 스텝들도 아주 좋아한다. 나누어 주니 환호성을 지르면서 좋아한다. 이들에게 이 생선은 상당히 비싼 생선인가 보다. 우리는 큰 한 마리를 2000T, 우리돈 2000원 못 미치는 가격으로 샀는데...

몽골 정말 매력적인 나라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지났음에도 생활방식이 변하지 않고 잘 살아가고 있는 나라다.

하늘의 별은 고비만큼 많지는 않지만 그래도 많고 맑다. 달이 반쯤 살이 쪘다.

8월 16일(화)

말 투어 첫날

추워서 잠이 깼다. 열심히 난로의 불을 지피고 누릉지를 삶아서 아침을 먹고,커피와 홍차도 마시고, 책도 보면서 이 게스트하우스의 지배인 지미를 기다렸는데 그는 10시가 넘어도 안온다. 어제 분명 10시에 말여행을 출발 할 것이라고 했는데.....

성급한 마음에 지미를 찾았더니 자기도 왜 마부가 안 오는지 모르겠단다.

11시경 드디어 기다리던 마부 ‘감바’가 왔다. 큰짐을 맡기고 최소한의 짐만 가지고 말을 타러 뒷마당에 갔다.

지미는 말 탈 때의 주의 사항을 상세하게 설명해 주고 우리가 갈 코스를 일일이 써서 감바에게 주었다. 그리고 발 패치를 끼워주고...체계적인 서비스가 잘 되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11시 40분 드디어 3일간의 말 투어가 시작되었다.

말은 테를지보다 쉬웠다. 짐 싣는 말이 따로 있어 짐을 지고 말을 타야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졌다.

우리는 아름다운 산길을 접어들었다. 인적은 없고 풍경은 아름답다. 말 투어를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고 몽골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말타기 1시간여 지나면서부터는 별반 겁도 나지 않는다. 점심을 먹고 나서부터는 천천히 걸어가는 것이 답답하여 말을 재촉해서 달리곤 하였다.

어느 아름다운 언덕에서 야영을 하는 프랑스인 두명을 만나 빵을 얻어먹고 차를 얻어 마셨다. 그 중 한명은 엔지니어인데 LG와 연관해서 한국에 갔었단다.

그들과 헤어져 다시 말을 타니 갑자기 바다와 같은 호수가 나타났다. 이 호숫가에서 야영을 하는 두명의 서양여인들을 만났고 그들의 가이드에게 차를 얻어 마시고 게르도 소개 받았다. 게르는 참으로 허술했다. 저녁에 게르 옆 식당에서 칼국수를 시켜 먹었는데 맛은 생각보다 괜찮다. 밀가루 반죽을 얇게 밀어 구워서 잘라 끓인다. 가게가 없어 이웃동네 게르캠프까지 갔으나 물값도 비싸고 맥주값도 비싸다. 빵은 없다. 돌아와서 두명의 마부들과 여행회화 책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감바는 8식구가 있는데 부인과 딸 3 아들 3이고 56세. 젊은 마부는 33세에 부인과 딸 1인 세식구란다.

게르안은 달랑 침대 5개만 있었고 게르펠트도 떨어져 나가 허술하기 이를데 없다. 돈벌기 위한 날림 게르인 듯 장작도 조금밖에 안 가져다 준다. 이불도 계속 재촉해서야 하나를 가져다 주었다. 순박한 맛이 덜한 게르이다.

이 게르 주인의 아이들에게 즉석사진을 찍어주니 어른들도 찍어달란다.

감바와 청년 마부는 말을 지켜야 하므로 노숙을 한단다. 게르안에서 장작을 피워도 추운데 나이 많은 감바가 측은하여 온열팩 하나를 주니 무지 고마워한다.

22시부터 자기 시작하여 내쳐잤다. 화장실 갈까봐 비싸게 주고 사온 맥주도 안마시고 잤다. 침대 밑으로 냉기가 올라왔으나 두꺼운 이불을 덧 덮으니 훨났다. 밖에는 개소리가 요란스럽고...

8월 17일(수)

말 투어 2일째.

새벽 6시 추위를 못 참고 불을 피우기 시작하였다. 이젠 불도 곧잘 피운다. 금새 훈훈해 졌지만 장작이 없어 그 훈기는 한시간을 넘기지 못하였다.

난로의 불이 완전히 사그라 들었을 때 일어나 시계를 보니 8시다.

어제 남은 빵과 함께 맥주를 한캔 다 마셔버렸다.

10시에 정확하게 감바는 왔다. 아침을 먹겠느냐고 해서 안 먹는다고 했는데도 이집에선 수태차와 함께 두 그릇의 볶음 국수를 가져다 준다. 한 그릇은 감바에게 주고 한 그릇은 되돌렸다.

오늘은 느긋하게 호숫가를 따라 말을 탄다. 한 시간 쯤 지나니 장하이다. 흡수골의 명소인 듯. 조금 더 가니 감바의 누님집이 나타났다. 이 집에서 요구르트와 버터바른 빵을 먹고 가족들 사진을 찍어주는데 어디선가 동네 사람들이 몰려오더니 서로 찍어달라고 난리다. 필름이 모자라 난색을 표했더니 이젠 애걸 복걸까지 한다. 한 장씩 안배하여 찍어 주니 너무도 순박한 얼굴로 활짝들 웃는다.

오늘 밤에는 이 집에서 묵기로 하고... 우린 다시 호수를 따라 출발하였다. 감바의 누님이 떠나기 전에 마른 치즈를 주어서 씹어먹고 다녔는데 아무 맛도 나질 않는다. 오늘 가는 길은 호수와 숲의 조화. 완벽한 아름다움이었다. 말을 타고 흔들 흔들 천천히 걷다가 조금 지루하면 말을 재촉하여 뛰고, 그렇게 아름다운 호수와 숲을 끼고 말위에 앉아 가는 것 바로 이 것이 신선 놀음 아닐까? 토일로 그트까지 갔다가 턴해서 돌아오는 길은 갈 때보다 훨 빨라 달렸다. 오는 길에 들른 남정네들로 붐빈 카페에서 마신 수태차는 수태차에 대한 여지껏의 정의를 수정할 수 있을 정도로 고소하고 맛있었다.

오늘은 날씨가 따듯하여 간혹 호수에서 수영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캠핑하는 사람들도 많고... 돌아오다가 어제 캠팽하던 프랑스인들을 다시 만났다. 이 사람 귀한 몽골에서 다시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다소 호들갑스럽게 반가움을 서로가 표시하고 헤어져 간다.

감바 누님네 집에 다시 가니 누님이 소 내장과 소고기를 삶아 먹으라고 내 놓는다. 그다지 역하지 않고 먹을만 하였다. 수태차도 마시고..

‘호쇼르’라는 튀김 만두를 저녁으로 먹을 거냐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하니 꼭 우리나라 주방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듯이 한다. 금방 뚝딱거리며 만들어내는데 만두속은 소고기,양파,쌀이다. 커다란 왕만두 3개를 먹고나니 느끼하고 배가 그득하다.

맑은 차를 마시고 싶지만 이들이 즐겨 마시는 차는 우유로 만든 수태차다. ‘호쇼르’를 먹고나서 1개남은 맥주캔을 들고 산책을 하려는 데 이 집 딸 어뜨코-17세-가 따라 나선다. 말이 안통해 몽골 회화책을 끼고 호숫가를 따라 걷다가 마주 보이는 언덕을 올라갔다. 언덕에 오르는 길-사실 길이 없다.-에 야생화가 가득 피어있다. 꼭대기에 오르니 나무로 된 어워(오보)가 있고 그 위에는 하얗게 된 말 머리가 두 개나 놓여 있었다. 우리도 돌멩이를 던져놓고 시계방향으로 돌아 남은 여정이 평안하길 기원했다. 꼭대기에 오르니 전망이 확트여 게르촌(여행자를 위한)과 전점이 있는 가정집 게르와 양떼들, 넓은 호수와 길들이 그림처럼 펼쳐져 보인다.

밑에 보이는 게르 캠프에선 양한마리를 잡아 파티를 하고 있었다.

몽골 남자들은 술을 많이 마신다. 그 것도 독주인 보드카를... 낯부터 취해 들판에 누워 헤롱대는 남자들이 이 곳에도 쉽게 눈에 띄었다. 딸들이 취한 아버지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애쓰고 있는 모습도 보이고... 삶이 외롭고 한적해서일까?

오늘 6시간 이상 말을 탔다. 피곤함에 대충 씻고 침대에 올라가 침낭속에 들어가 누웠는데 낯에 즉석카메라로 동네 사람들을 많이 찍어주었는데 또 찍어 달라고 온 아주머니가 있었다. 귀찮아서 못 알아 듣는 척하며 누워버렸다. 이 집은 동네 사랑방이다. 온 동네 사람들이 들락거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를 듣고도 잠속에 빠지더니 세상 모르게 잠이 들어버렸다.

자다 새벽에 잠시 눈을 떠보니 게르 바닥엔 이 집 아들과 남편, 그리고 감바의 누님. 두딸과 손자까지 모두 누워 자고 있다.

8월 18일(목)

 흡수골

 

 

 

 

 

 

 

 

 

 마부 감바의 누님네 겔르 이곳에서 우리는 하루밤을 신세졌다.

 감바의 누님. 밀가루 반죽을 해서 몽골식 만두를 만들어 주었다.

 몽골의 마유주 젓는 모습

 말타고 달리다 잠시 휴식을 취하다.

 누님네 가족들.

 

 

 

 

 

 감바의 오래된 가죽가방. 이 가방에서 냄비등 별의 별것이 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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