흡수골에서

LONG

8월 13일(토)]

울란바타르(겨울궁전→캐시미어 가게→백화점→유비→공항)→무릉→하트갈

쾌적한 침대에 쾌적한 방임에도 잠을 설쳤다.

온수는 새벽녘에 잠시 나오다가 아침엔 다시 끊겨버렸다. 샤워를 다시 하려다가 포기.

12시 못미쳐 첵크아웃을 하고 짐을 맡기고 세진이와 함께 ‘겨울궁전’으로 갔다. 겨울 궁전은 생각보다 볼거리가 많다. 복드칸의 각국으로부터 받은 선물-동물 복제 등-과 150마리의 표범가죽으로 만든 게르펠트가 인상적이었다. 전체적으로 유물 보존에 성의를 다하는 느낌이 들었다. 수준급의 탕카도 꽤 전시되어 있다. 사진찍는데 10,000T라 몰래 몇장찍고 외관을 나와서 찍었다. 선물가게를 둘러보니 별로 당기는 것은 없다. 겨울궁전 근처 캐시미어 가게에서 숄,목도리 등을 사다.

다시 택시를 타고 백화점으로... 백화점 5층엔 민예품가게가 있으나 여기서도 시큰둥. 백화점 1층 패스트 푸드점에서 스테이크로 점심을 먹다. 점심 후 세진과 헤어지고 우린 달라이레츠 식료품 시장으로 갔으나 이곳에도 우리가 원하는 것은 없다. 그냥 요구르트와 쵸코 스프레드를 사서 유비로 향하다 보니 소나기가 내린다. 비를 피할겸 노천카페에서 커피를 시켰으나 달디 단 인스턴트 커피였다.

비가 그쳐 유비로 돌아오는 도중 빵집에서 그만 mp3를 순식간에 도난당하고 말았다. 어이가 없어 화도 나지 않는다. 색의 바깥 주머니에 넣은 것이 화근이었다.

5시 30분 유비 도착 로비엔 사람들로 가득차 앉을 자리도 없었다. 김씨에게 흡스골 게스트하우스를 소개받고 짐을 찾아 그냥 공항으로 가기로 하였다.

유비에서 6,000T에 공항까지 데려다 주었다.

공항도착 18시 10분. 인천발 비행기 손님들로 공항은 북적댔다. 한가한 국내선 로비에서 한가롭게 일기를 쓰며 기다리다. 비행기는 운좋게도 제시간에 떴다.

낮게 뜬 비행기에서 본 몽골의 산하는 사람사는 흔적이 안보이고 나무 한그루 없다. 넓디 넓은 언덕들이다. 21시 50분 무릉 도착. 무릉은 네모반듯하게 구획정리가 잘 된 도시였다.

돌아갈 비행기를 확인 받고 우리는 흡스골의 MS게스트 하우스-김씨가 소개해 준 게스트 하우스-에서 나왔다는 남자를 따라 일단 무릉마을로 가게 되었다.

무릉의 바타 게스트 하우스에서 일박.

*공항→하트갈 픽업비 1,000T

8월 14일(일)

무릉→하트갈 (픽업비: 일인당. 8,000T)

무릉의 바타게스트 하우스의 침대는 바닥에서 냉기가 올라왔다. 비장의 온열팩을 붙이니 냉기가 사라져 아침까지 푹 잘 수 있었다.

이 곳 날씨는 두꺼운 잠바를 꺼내 입어야 할 정도로 쌀쌀하다.

어제 이 곳까지 우리를 픽업해준 남자는 오늘 흡수골까지 픽업해 주기로 했는데 10시가 다 되어도 나타나지 않는다. 빵과 잼으로 아침을 먹고 동네 구경겸 하트갈 행 교통을 알아보러 나왔다. 숙소앞에서 얼마안가 시장이다. 시장의 규모가 제법이다. 물어 물어 차자간 버스정류장에서 짚차를 찾아 가격을 물어보려는 순간 어제의 그 애가 나타나 우리를 낚아채 간다. 우리는 일인당 2,000T씩 깍아 협상을 다시 하고 11시 40분쯤 일본남자 둘과 하트갈로 향했다.

하트갈 가는길은 평범했지만 어느새 나무가 듬성듬성한 산이 나타나 기분이 새롭다. 두루미와 비슷한 새들이 날고.... 야크가 많다. 여자 기사가 모는 승용차는 시속 20km로 천천히 조심스럽게 간다. 먼지가 무지 많은 차다.

2시 50분 하트갈 MS게스트하우스 도착. 짐을 꺼내니 먼지가 가득하고 나의 까만 바지도 하얗게 변해 버렸다. 무지 춥다. 있는대로 옷을 다 꺼내 입고 배정받은 게르안에 불을 피웠다. 커다란 게르안에 침대 두 개, 탁자, 그리고 난로가 있고 풀이 자란다. 생각외로 아늑하였다. 사람들은 다 친절하고 인상이 좋았다.

커피와 빵과 홍차 무료 제공이고 뜨거운 물 샤워도 가능하단다. 단지 한시간 전에만 이야기 해 준다면...

오늘은 그냥 동네나 둘러보면서 지낼 생각이다. 동네를 둘러보러 나가는데 비가 후두둑 떨어진다. 비옷을 입고 나가니 바로 앞이 인포메이션 센터다. 동네길들은 넓직 널찍하고 야크들이 그 사이를 거닐고 있었다.

작은 슈퍼에서 쌀과 달걀과 보드카를 사고 동네를 돌아 흡수골 호숫가를 거닐었다. 참 마음이 편안하고 아름다운 곳이다.

게르로 돌아오자 마자 비가 다시 후두둑 떨어진다. 어렵게 불을 피우기 시작하는데 연기가 게르안에 가득하였다. 그래도 어찌 어찌 불피우는데 성공.

밤에 백반 한그릇을 시켰는데 밥가지고 온 아가씨가 연기에 기겁을 하였다. 이어 사람들이 와 천장을 쑤석이고 난로안을 손보니 금방 연기가 사라졌다.

밥과 온 스프가 마치 우리의 맛있고 얼큰한 소고기 국같아 입맛에 맞았다. 이 곳에서의 음식에 희망이 보인다.

난로에 불이 이글거리는 게르안은 퍽이나 편안하였다.

난로의 불은 잠자리에 든지 한시간만에 꺼졌지만 우리의 침낭을 덮고 이 집의 두꺼운 솜이블을 덮으니 그다지 춥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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