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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미래의 라다크를 찾아서.

시작.....

일상이 답답했다.

끊임없이 밀당하는 아이들. 글구. 경계심의 도수가 꼭대기에 있는 아이들.

날카로운 언어들이 여기저기에서 내리꽂혔다.

정신차려보니 나는 매일 매일 소리를 버럭 버럭 지르고 있었다.

주변은 칙칙하고 음습한 냄새들로 가득찼고... 몸은 물먹은 솜처럼 무겁게 무겁게 가라앉아있었다.

또다시 병이 도졌다. "아! 이 곳을 떠나고 싶다. "라는 병.

이 무거운 현실에서 유체이탈을 꿈꾸게 하는 떠남병.

그 때 우연히  "오래된 미래"(헬레나 노르베리 호지)-그녀는 언어학자이며 작가이자 사회운동가로 이 책을 통해 라다크의 삶의 방식에 대한 마음 깊은 찬사를 보냈고 동시에 라다크의 미래에 대해 우려를 전하기도 했다.-를 접하게 되면서 라다크 여행은 거침없이 준비되고 있었다.

먼저 항공권을 구하고.... 그러고나서 친구 k에게 "라다크로 가기로 했어..."라고 했더니 자신도 가겠단다.

k의 항공권도 구하고... 그러곤 또다시 답답한 일상에서 허우적댔었다. 

그러다 어느날 까마득하게 잊고 있었던 인도비자 생각이 났고 비자를 하려고 여기저기 연락을 해보니 현재 인도 대사관에서 하루에 비자 300개만을 해주기 때문에 개인 비자를 받아서 해줄 수 없단다. 

사이트를 뒤적여보니 대사관앞에서 밤샘했다는 글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현실의 번잡함을 외면하고 싶어 떠나려했는데 또 다른 번잡함이 나를 괴롭혔다. 

어떻게할까? 여행을 그만둬? 

그런데 뭔가가 나를 등 떠밀어 새벽 다섯시에 택시타고 인도대사관으로 향하게 하였다. 그러나 그 노력도 허사.

빈손으로 돌아온 나는 그래도 어떻게 되겠지. 설마 비자없어 인도를 못가겠어? 하는 낙천적인 마음이 스멀거리고 있었다.

새벽에 억수로 내리는 빗속을 허탕치고 걸으며 k에게 전화하니 단 한마디, 가지 말잔다.

참으로 쿨한 그녀다. 나도 그럴까? 생각도 해보고...

그런데 답답했다. 다시 이 땅 이 곳에서  여름을 날 생각이...

혹시나해서 인터넷을 기웃거리니 수수료를 더 받고 비자를 대행해주겠다는 여행사가 있었다.

그 곳에 얼른 가져다 맡기고 나니, "떠나는 구나!"라는 실감이 났다.

비행기도 장만하고 비자도 장만하고 그러고 나니 다시 마음이 널럴해졌다.

라다크에 가서 나는 무엇을 마음에 담아올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