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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걷기 이야기

무등산 옛길을 걷다.

가을의 끝자락.

두꺼운 패딩이 친근하게 느껴지는 11월 두째 주, 어느 날 한통의 메일을 받았었다.

무등산 옛길을 걸을거라는 걷기 동호회의 안내메일이었다.

순간 아주 충동적으로 광주행 왕복 KTX열차표를 예약해버렸다.

몇해 전 노는 토요일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그 때는 그 토요일을 집에서 그냥 보내는 것을 용납 못한다는 생각으로 주말마다 집을 뛰쳐 나오곤 했었다.

울 집.광명에서 걷기 시작해서 팔당까지 가서 걸어 돌아오기도 하고 자전거를 끌고 이리 저리 달려보기도 하고...

그러던 내가 언제부턴가 시름 시름 그 황금같은 놀토를 집안에서 뒹굴거리고 있었다.

좀 생기가 나면 어두운 영화관에서 다른 인생을 만나기도 했지만...

단풍이 유난히 아름답다는 올 가을도 그렇게 시름 시름 지나가 버리는 것이 마음에 걸렸을까?

'무등산 옛길'이라는 단어를 읽자 마자 난 정말로 빠르게 가기로 결정해버린것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걷는 것이 자신없던 나. 그리고 친구들에게 연락해서 이것 저것 준비하기가 귀찮았던 나.

그냥 홀로 걷기로 했다.

2010년 11월 13일(토) 새벽 5시 30분 광명발 KTX를 타기 위해 4시 30분이라는 초인적인 시간에 일어나 후딱 후딱 씻고

작은 배낭을 하나 걸친채 집을 나섰다. 지난 몇달간 이 시간에 일어날 생각조차 못했는데 일어나서 거리를 나서보니 상쾌한 새벽공기가 온몸을 휘감았다. 광명역엔 생각보다 꽤 사람들이 북적거린다.

자 이제부터 사진을 보며...

 

새벽의 광명역에서....

새벽의 상쾌한 기분을 온몸으로 느낀 것도 잠시. 기차를 타자마자 난 정신없이 곯아 떨어졌다. 역시 KTX야. 잠에서 깨어 게슴츠레한 눈을 떠보니 어느새 광주 송정역이었다.

역 대합실에서 집에서 가져온 사과 하나와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신하고 역주변을 두루 두루 살피기 시작하였다.

관광 안내 소책자라도 하나 건질까?해서.. 실은 무등산 옛길에 관한 안내 팜플렛이 역에는 있을 줄 알고 인터넷 서핑을 하지 않고 무작정 떠나왔었던 것인데 역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역을 뒤로하고 도로를 건너 160번 버스를 타고 일단 시내로 들어가기로 했다. 시내 광주일고 앞에서 무등산 등산의 시작점인 증심사행 버스(54번)로 갈아타고 종점까지 가다.

기차역에서 무등산까지 가는 길은 광주 송정역에서 전철을 타고 증심사역까지가서 버스를 타는 것이 빠르다.

그런데 난 버스를 타고 가면서 광주의 떨리는 느낌을 실감하고 싶었다.

광주 학생항일운동의 기운.,5.18광주민주화 운동의 현장..평범한 지방도시의 건물들 사이로 스쳐지나가는 금남로,5.18광주민주화 운동 기념공원... 등의 간판들이 심장을 울린다. 이래서 난 광주에 있는 무등산을 찾았던가?

증심사 버스 종점.이 곳에서 일단 하차.

무등산 증심사 입구 안내도.. 이 곳은 광주 시민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는 곳인 듯.엄청난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고 입구엔 화려한 등산용품 전문점이 늘어서 있었다.

아. 내가 원한 곳은 이런 혼잡한 곳이 아닌데.... 마침 등산객 한분에게 무등산 옛길을 물어보니 여기가 아니고 35번 버스를 타고 산수동으로 가란다. 정말로 가뿐하게 등산객으로 혼잡한 증심사를 떠나 35번 버스에 몸을 실었다.

35번 버스를 타고 산수2동 주민센터앞에서 내리니 요렇게 무등산 옛길 표지판이 보였다.

사거리에서 오른편으로 턴 하자 마자 건너편에 있는 초등학교. 광주 장원초등학교다.

초등학교를 건너보며 직진해서 주욱간다.

이런 작은 터널 하나를 지나고.

터널안엔 무등산의 하이라이트 서석재의 주상절리 모자이크가 있었다.

이 곳에서 길을 건너면 무등산 옛길 산수동 초입이다.

무등산 옛길 산수동 초입의 수지사입구. 이 곳이 1구간 시작점이다.

이 시작길의 매력은 소박하고도 친근한 마을길을 지난다는 것.

옛길의 흔적..

 

이것도. 또 하나의 흔적.

수지사. 절이라고 하기보다는 평범한 민가가 어울릴 듯.

요런 골목길을 지나..

어느 집앞엔 연탄재 하나와 숯덩이들이 나와 있어 향수를 자극하기도 하였다.

길....

흙길이다.

 

이런 집도 지나서..

다시 흙길이다.

무등산 옛길 표지판. 300미터마다 이 표지판이 있어 번호를 보고 거리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잘 놓여진 표지판 덕분에 혼자 걷는 길도 잃을 염려는 없다.

걷다 보니 멀리 광주 시내의 모습이 보였다.

 

 

 

요 길이 바로 황소 걸음길이란다.

 

길옆엔 단풍으로 물든 산이 있었다.

단풍산이 다가와 안긴다.

 

티벳 장족 마을에서나 봄직한 원색의 천조각...

길...

길옆엔 갓과 배추를 심은 가을을 품은 밭도 있었다.

 

잣고개...

잣고개위. 난 이 곳에서 보온병에 커피를 타서 한잔 마시고 삶은 고구마 한개로 심심함을 달랬다.

가을의 끝자락이 느껴지는 마른 들깻대 꾸러미들... 옆의 고추밭도 늦가을의 스산함이 배어있다.

죽죽 뻗은 나무 숲길을 통과하다.

 

소금장수 길.

소금장수 묘.. 요 네모난 바위위에 돌을 세번 두드리고 절 세번을 하면 걷는내내 다리가 안 아프다고.

아쉽게도 요 옹달샘 물은 음용불가.

이제 흙길에서 다른 흙길을 따라 걷기 위해 도로를 건너야한다.

이 무등산 옛길 1구간엔 순환도로가 나 있는데  이 도로를 달리는 버스. 1187번이다.광주역에서 탈 수 있다.

도로를 건너면 바로 무진고성 동문터가 나온다.

동문이 있었던 흔적.

동문지.

다시 길.

이 통나무 엮은 다리도 건너고.

달리는 차보다 천천히 걷는 우리가 더 행복합니다.

  

 

 

 

 

 

 

 

 

 요 다리는 연인의 길 약속의 다리라고... 다리의 이름은  청암교. 나는 산길을 빠져나와 이 다리를 건넙니다.

 청암교에서 바라본 호수

 이 곳이 청풍쉼터

난 산수동 초입에서 이곳까지 2.4km를 1시간동안 어슬렁 어슬렁 걸었슴다.

 

 

 

 

 

 

 

 진짜 멧돼지가 나오는 것인지... 실감이 안납니다.

 요런  벤치

 요 의자도..

 옛 사람들이 쉬어가던 산골 동네입니다. 화암촌

 

 이런 쭉쭉 뻗은 나무길도 있고

 가을의 끝자락에서 어렵게 만난 노란꽃

 

 

 길을 내기위해 나무들을 잘라버린 흔적들임다.

길 끝에서 다시 도로를 건너간다.

원효사까지가 무등산 옛길 1구간이 끝난나. 이 1구간은 비교적 작은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는 완만한 코스이며 도로를 끼고 걷는 길이라 다소 소음이 있지만 혼자 걷기에는 심리적 안정감이 있는 길이다. 이 곳에서 부터 서석재와 입석재까지가 2구간인데 이제 도로에서 많이 벗어나 완전한 숲속의 고요함을 느낄 수 있는 길이다. 그리고 가파르게 올라가는 오르막길이 많고 그 길들이 돌이 깔린 길이라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은 힘든 길이될 듯. 그러나  나에겐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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