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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가다

고비에서 울란바토르로..

LONG

8월 11일(목)

우브드항가이→우브르항가이의 수도 아르바이헤르→하르호링의 에르덴 조→남근석→하르호링을 벗어나 어느 게르.-울란바타르와 가까워졌다.


어제밤 우리가 묵은 게르는 그동안 고비에서 만나 게르 중 가장 쾌적한 게르였다. 안에 구비되어있는 가구도 제대로이고.... 그래서 어젯밤의 파티의 분위기를 더욱 업시켰을 지도 모르겠다.

꽤 많은 보드카를 마셨음에도 아침의 컨디션은 화장하다. 게르 밖으로 나가니 래미가 괜찮냐고 물어온다. 그들 모두 건재한 듯... 다들 서로를 걱정하며 안부를 묻는다.

고추장을 풀은 라면을 얼큰하게 끓여먹고 짐을 챙기고 나니 별다른 할 일이 없다. 씻을 필요가 없으니 시간 여유가 있다. 일기를 쓰다.

조금 있다가 독일인 마티아스가 들어와 전화번호와 이멜 주소를 적어갔다. 그는 고비여행이 끝나면 울란으로 가서 버스를 타고 흡수골로 갔다가 중국으로 간단다. 중국 여행 후엔 배를 타고 한국엘 갈 것이고... 어제 밤에 우리가 한국에 오면 연락하라고 한 말을 그는 잊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9월쯤에 서울에 온단다.--아무튼 지금도 비실거리는 그가 무사히 모든 여행을 끝내기를 바란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그는 울란에서 지독한 설사병에 걸려 결국 흡수골 여행은 포기 했단다.--

9시쯤 출발하자는 가나의 말에 짐을 들고 짚에 올랐다. 프랑스 부부팀이 먼저 출발하고. 우리가 먼저 출발하는데 우리의 일정이 변경되어 어제 친해진 마티아스의 일행들과 헤어지게 되었다. 그들도 몹시 서운해하고 우리도 내심 서운한 마음이 가득하다. 그러나 인생은 만나게 되면 헤어지게 되는 법. 정작 출발할 때는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헤어지게 되었다. 인연이 있다면 또 만나게 되겠지.

동료들과의 생활에 젖은 하루밤이 가나의 감을 떨어뜨렸는지 우리가 손짓으로 아침을 먹었냐고 물어도 가나는 못알아듣는다. 그가 아침을 알아서 챙겨 먹었으리라 짐작하고 길을 떠난다. 난 그와 의사소통이 안되니 오히려 좋다. 말을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저 미소 하나로 되는 사이. 그게 참 편하고 좋다.

확트인 아름다운 초원을 오늘도 달린다. 하늘은 여전히 아름답고... 깨끗하고 아름다운 하늘 때문에 사진기를 아무데나 들이대어도 작품이다. 오늘의 어제 숙소에서 만난 울나라 사람팀(5명)들과 함께 가게 되었다. 이들의 기사는 전날 술만 마시면 운전을 못한단다. 그러면 이 팀원 중에 한명이 운전을 대신해 왔다는데... 평소에는 착하던 기사가 술만 마시면 달라져 모두들 밤에 기사의 음주를 감시해 왔었는데 어제밤은 따로 자는 바람에 사단이 났단다. 이들의 기사 때문에 겪은 마음 고생을 우리는 전혀 겪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우리는 운전을 대신할 사람도 없는데... 가나의 철저한 프로 정신을 높이 사주어야 겠다. -- 몽골 기사들 중에는 이렇게 술을 마셔서 말썽을 일으키는 경우가 종종 있단다.--

12시쯤 우브르항가이의 수도 아르바이헤르에 도착하였다. 비교적 깨끗하고 세련된 도시였다. 여행객들이 로컬버스를 타고 내리는 모습도 보인다. 이 곳에서 사과를 사서 먹고 한국팀에게 부탄가스 하나를 얻었다. 부탄가스는 울란 이외에는 파는 것 같지 않았다.

다른 팀들은 오르홍 폭포를 보러가고 우리는 그다지 폭포에 관심이 없어 하르호링(카라코롬)으로 향했다.

하르호링은 몽골 2대 칸인 오고데항에 의해 수도로 정해졌다. 당시에는 유라시아 각지의 상인들과 물자 및 각국의 사신들로 붐볐단다. 13세기 쿠빌라이칸이 베이징으로 수도를 옮기기까지 몽골제국의 수도로서 20여년 동안 번성하였다지만 항바락(현 베이징)으로 수도를 옮긴 이 후 폐허가 되었단다. 1586년 그 폐허된 돌을 모아 에르덴 조 사원이 세워졌다.

3시 30분 에르덴 조 사원에 도착. 몽골 최초의 불교사원인 에르덴 조 히드에 대해 유비의 김씨가 볼거 없다고 해서 기대를 많이 하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그 폐허의 흔적이나마 보고싶어 달려왔는데 사운은 기대 이상이었다. 벽을 둘러 세워진 108M의 흰탑도 인상적이고 건물들도 몽골의 자연과 어울렸다. 티벳에서의 향수가 느껴진다. 주어진 시간 두시간이 후딱 지나갔다. 기다리고 있는 가나에게 허겁지겁가니 가나는 다시 운전해서 남근 바위로 데려다 준다. 바위 근처에는 도깨비 시장이 열려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었다. 풍성한 햇살은 몽골을 아름답게 치장해주는 중요한 핵심이라는 것을 이곳에서도 절실하게 느낀다. 넘치는 햇살아래 펼쳐진 난장도 어찌 이리 아름답던지.. 우리도 이 곳에서 은으로 된 만다라, 목걸이 등을 사고 말았다.

우리는 이 큰 도시 하르호링에서 묵으면서 우아하게 샤워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가나는 우리의 이 작은 소망을 일시에 뭉개버리면서 하르호링을 빠져나가고 말았다. 처음으로 포장도로가 나타나고 짚은 시속 70km로 시원하게 달린다.

그는 2시간을 달려 한 마을의 숙소에 우리를 내려 놓았다. 모처럼 숙소는 게르가 아닌 제대로 된 건물이었지만 방 내부가 축축하고 시멘트벽이 떨어져 나가는 등 황량하여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였다. 이 곳에 선영이가 중요한 여권과 돈이 든 가방을 놓고 나와 깜짝 놀라 다시 돌아가서 보니 다행이 찾을 수 있었다.

가나는 다시 짚을 이리 저리 돌린 다음에 가정집 겔을 찾아 주었다. 이 집엔 할머니,할아버지, 부부와 그들의 자식과 조카 9명 등 대가족이 살고 있었다.

아이들끼리 술래잡기와 인간줄다리기 등을 하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할아버지의 인상이 너무 좋아 마치 우리 이웃같았다.

밥을 해서 고추장에 비벼먹고, 당근,양파를 고추장에 찍어 먹었다. 아침밥도 남겨 놓고... 대충 정리를 하고나서 보드카를 반잔 따라 놓고 치즈와 함께 마시면서 오늘 찍은 사진을 보았다. 아름다운 하늘만으로 작품이 만들어졌다.

어둑해진 하늘을 보러 게르 밖으로 나오니 아이들이 양들을 몰고 오고 있었다. 그 중 고 3인 딸이 영어를 잘한다. 그 아이는 자기는 내년에 대학을 갈거라는 이야기,사촌들 이야기. 여름방학이 3개월이라는 이야기. 아까의 할아버지는 자기네 할아버지가 아니라 오빠의 친구 할아버지라는 등. 많은 이야기를 하였다.

아이들의 모습이 순박하고 꾸밈없이 밝다.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곳에서도 학교를 다니고 있다니 그들의 학교 다니는 모습이 신기하다.

야경모드를 이용해 초생달과 게르와 양떼들을 찍으니 제법 분위기가 잡힌다.

게르로 돌아와 한참을 누워 있으니 잠금장치가 안된 게르문이 바람에 열린다. 날씨는 꽤 추워지고... 몇 번 닫다가 샤워타월로 문을 묶어 놓고 잠을 청했다.

8월 12일(금)

울란으로 가는길

6시 30분. 추위 때문에 잠이 깼다. 몽골에 온 지 처음으로 발이 시려움을 느꼈다.

두 개 남은 라면과 밥을 먹었다. 이제 식량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오늘은 그저 울란으로 가는 길 밖에 없다. 어제 가나가 하르허린에서 묵지 않았던 이유는 오늘 가능한한 빨리 울란에 도착하기 위함이리라...

길은 포장도로다. 가나의 찦은 포장도로에 적응이 안되나보다. 휘발유 냄새를 피우고 덜컹거린다. 오늘 하늘엔 구름 한점 없다.

12시쯤 송골매 집단 서식지가 있었다. 길 양편으로 송골매들 수십마리가 초원에 앉아 있거나 간혹 한 마리가 날아오르거나 한다. 사진을 찍고자 하나 사진에는 잘 잡히지 않는다. 사람의 눈만큼 성능좋은 사진기.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소망 아닐까? 길은 단조롭다. 그래도 파란 하늘이 싫증나지는 않는다.

울란입구 오보에서 잠시 휴식. 다시 20여분 달렸을까? 울란 바타르란 글자가 커다랗게 들어온다. 차를 세워 울란바타르 입성 기념촬영을 하고 가나에게 팁 20불을 주었다.

다시 돌아온 울란은 엄청 번화해 보였다. 그동안 자연속에서 산 탓인지 매연이 강하게 느껴진다.

16시 유비게스트하우스에 도착. 애석하게도 물이 6시까지 안나온단다. 5시쯤 찬물이 나오기 시작. 9시까지 기다려도 더운물이 안나와 그냥 찬물로 샤워를 하였다. 숙소앞 슈퍼에서 맥주 등을 사와 마시다. 오랜만에 몽골의 둥글고 커다란 빵으로 식사를 대신하고...김씨는 돌아온 우리에게 도미토리 대신에 2인실을 주어 편안하게 쉴 수 있었다.-더블룸 15불, 탁자도 있고 거울도 있고 탁자위엔 스탠드도 있어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가 편하다. 내일 12시까진 그냥 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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