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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가다

고비를 달리다.

LONG

8월 8일(월)

차간소우르크→달란자드가드


다들 잠을 설쳤다.

선영이는 벌레 때문이고 세진이는 침낭을 꺼내지 않아 허전해서고 난 그냥 갖가지 꿈에 시달리느라 잠을 설쳤다.

밤동안 겔안으로 들어오지 못한 망아지와 양이 겔 밖을 긁어대는 것도 잠을 설치게 한 한 원인이었다.

7시에 일어나 언덕위 마른 계곡에서 시원하게 볼 일을 보았다.

조용하고 신성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내셔널 지오그래픽’의 고비의 사람들이 생각나는 곳이었다.

잠자리는 초라했지만 순박한 아이들과 확 트인 황량함이 뭔지 모를 영적인 느낌을 가지게 해주어 좋았던 곳이었다.

남은 누릉지를 끓여먹고 커피를 끓여 가나와 함께 마시며 하루를 시작하였다. 다.-가나는 다른 음식은 다 사양하면서 유독 커피만은 사양 안한다.-

8시 출발. 주변은 사막의 모습이 더욱더 완연해져 가고 있었다. 이젠 가축들도 보이지 않는 황량함이다. 가나는 한껏 여유를 부린다. 30분마다 한번씩 쉬고.. 모래 먼지가 심하여 차문을 열 수가 없어 더 덥다. 이 곳 고비는 여행자들이 안오는 곳인지 여행자들의 짚은 볼 수가 없고 간혹 고장나 서있는 몽골인들의 차만 보일 뿐이었다. 어제 오늘 간간이 보이는 겔과 그 겔에서 사는 아주 적은 사람들만 보았을 뿐이다. 가나는 고장난 차가 서 있으면 꼭 가서 시시콜콜이 참견을 한다. 말 안통하는 우리와만 가니 심심한가 보다.

세진이는 앞좌석에서 쵸콜릿을 까주고 하면서 안전운전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를 열심히 하고 있다.

12시쯤 제법 크지만 황량한 사막의 도시 ‘달란자드가드’에 도착하였다. 집들의 나무담들이 더욱 황량함을 배가 시키고 있었다.

가나는 이리저리 돌더니 한 게르의 대움앞에서 연신 두드려댔다. 대문 옆에 시멘트 건물이 있고 세채의 게르가 있는 이 집은 도시의 게르답게 편리하게 만들어졌다. 우린 침대가 5개 있는 가운데의 큰 게르에 짐을 부렸다.

가운데 탁자가 있는 깔끔한 게르이다. 마당엔 손씻는 곳도 있고 화장실은 푸세식이지만 냄새도 안나고 휴지도 있다.

고비를 여행하는 중에 유일하게 샤워를 할 수 있는 곳이 이 ‘달란자드가드’이다.

공중 샤워실이 이 마을에 있는 것이다. 우리는 서둘러 샤워할 준비를 하고 길을 나섰다. 먼저 고비의 풍물을 볼 수 있다는 박물관을 찾았으나 박물관은 닫혀 있었다. 해가 넘치듯이 퍼 붇는 속에 서있는 자그마한 박물관은 친근감을 주었으나 문이 잠겨 있었으니... 밖의 모습만 찍고 시장으로 갔다. 감자,토마토,양파 등을 사고..

과일은 없다. 신선한 빵도 없고 계란도 우유도 없다. 시장은 슈퍼와 같은 모습이고 우리가 원하는 재래시장은 없단다.

이젠 그토록 원하는 목욕탕행이다. 목욕탕 건물은 생각보다 깨끗하고 새거다. 입장료 800투그릭. 샤워부스안에 한명씩 들어가는데 시간을 잰다. 한사람당 20분정도 줌. 3일만에 하는 샤워가 기분을 상쾌하게 만들고..

숙소로 돌아와 정식으로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접시에 우아하게 담아 오랜만에 포식을 하였다. 책도 보고 일기도 쓰고 참으로 여유로운 하루다.

이것 저것 다해도 시간이 남는다.

오늘 묵은 게르는 도시라서 그런지 울타리가 쳐져있고 잠금장치도 잘되어 있었다.

8월 9일(화)

달란자드가드→엘링암 아이스 벨리→달레이 마을→홍그링 엘스

아침에 강한 신김치 냄새에 잠이 확깼다. 세진이가 일찍 일어나 김치찌개를 만들고 있었다. 라면을 넣은 김치찌개에 어제 남은 밥과 함께 먹으니 이 또한 성찬이다.

오늘 사막동네에 비가 내리고 있다. 꽤많은 비가....게르 문앞에서 비가 들이쳐 우산을 받쳐두었다. 가나는 어제 이 집에 온 뒤로 오랜만에 옷을 갈아입었는데 그 차림이 파자마 차림이다. 아침에도 파자마 패션 그대로 였고 그는 그 차림새로 길을 떠났다. 이 집에서 우리는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 넣었고. 동네를 벗어나기 전에 마켙에 들러 생수,통조림,쥬스,요구르트 등을 더 사서 보충하였다.

가늘게 비가 뿌리는 달란자드가드를 이제 출발한다. 비가와서 그런지 어제의 황량함이 덜 느껴졌다. 한번 더 희망을 품고 찾아간 박물관은 여전히 잠김 상태였다.

엘링암 아이스밸리로 가는 길은 단조로왔다. 훈기가 느껴지지 않는 반사막이 이어지고 딱딱한 덤불들만 보일 뿐이었다.

한시간 반쯤 지나자 (12시) 엘링암 아이스 밸리에 도착하였다. 입장료 3000투르릭. 낙타와 말을 타는 곳이 있었으나 우리는 걸어서 하이킹을 하기로 결정하였다.

옐링암은 사막지대라곤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상쾌하고 서늘한 곳이었다. 맑게 흐르는 개울물도 있고 산세가 수려하다. 물론 나무들은 없지만 야생화가 여기 저기 피어있고 허브도 많이 피어있어 계곡 전체가 향기로웠다. 개울을 이리 저리 건너가며 걷는 하이킹길이 힘들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맑은 물이 흐른다는 것이 이렇게 사람의 마음을 풍요롭게 할 줄이야.. 군데 군데 산양과 낙타등을 나무에 조각해서 파는 행상과 몽골의 전경을 그려 파는 행상이 있어 작은 그림 하나를 샀다. 삶은 감자_이 감자는 어찌나 딱딱한지 부탄가스 한통을 다 쓸 정도로 오래 삶았다.-와 요구르트로 요기를 하고 다시 걸어 돌아오니 2시다. 계곡은 정말 상쾌하고 서늘했다. 팍팍한 사막을 가로질러 오다 감로수를 만난 느낌이 든다.

고비로 들어오면서 여행객 한명 만나지 못했는데 이 곳 엘링암엔 어디에서 왔는지 꽤 많은 여행객들이 눈에 띈다. 그들로 인해 모처럼 들뜬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입구에서 가나가 반갑게 우리를 맞이 하였다. 그는 우리가 늦게 지체해도 아랑곳하지 않아 편하다. 우리도 그가 자주 쉬어도 한마디 잔소리를 안했고... 그래서인지 달큰하면서도 맛이 좋은 빵과자를 하나씩 주어서 배고픈 차에 맛있게 먹었다.

앞좌석의 세진이는 여전히 이 곳 몽골사람들이 주는 먹거리를 완강히 거부.

2시 30분 출발. 가나는 오던길과는 다른 길로 운전을 하는데 산길로 올라갔다가 양옆에 절벽이 근사한 계곡길로 들어선다. 둔게네 암을 통과해 홍그링 엘스로 가는 것이다. 모험적이고 스펙터클하고 협소한 골짜기를 짚을 타고 가는 맛이란. 저절로 환호성을 지르게 한다.

짚차는 맑은 계곡물을 양옆으로 튕기면서 협소한 계곡을 빠져나왔다. 노련한 운전 솜씨에 반한 우리는 계곡에서 기사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였다. 계곡을 빠져나온 짚은 어느 순간 확 트인 초원에 들어선다. 꽤 높은 곳에 올라 온 듯. 넓게 펼쳐진 전망은 아스라하게 먼 초원을 바라보는 눈과 가슴을 시원하게 뚫어 버렸다.

이제부터 홍그링 엘스로 가는 길은 시야가 확트이고 넓은 세상이다.

한참을 가다보니 이제 길은 없다. 어쩌다 차바퀴 자욱이 드문 드문 있을 뿐이다.가나는 자주 길을 잃어 한참만에 게르가 보이면 길을 묻고 그리고 나서 또 헤매이다가 바퀴자국을 찾아 가곤하였다. 길은 뾰족하고 큰 돌멩이들이 덮혀있는 벌판이었다 어지간한 차바퀴는 터져 버릴 것 같은... 이 길에서 큰 힘을 발휘하는 튼튼한 차가 러시아산 짚이란다. 가나의 차도 잘 버티며 가고 있었다.

4시넘어 달레이 라는 마을에 도착하였다. 꽤 큰 마을이다. 마을 입구에 있는 주유소에선 손잡이를 돌려 기름을 뽑아낸다. 가나도 기름을 넣고...

짚은 다시 길인지 아닌지 모르는 벌판을 헤메이며 가고...

5시 30분쯤 홍그링 엘스의 사구가 왼쪽편에 보이기 시작하였다. 사구를 따라간지 두시간째에도 짚차는 여전히 울퉁불퉁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수많은 차량들이 늘어선 게르캠프앞을 지난다. 그로부터 20분 후 7시 40분. 우리가 묵을 게르에 도착.

4채의 게르가 있고 풍력발전소가 있는 집이었다. 유비에서 21일 일정으로 떠난 조지팀이 이미 와있었다. 그들은 홍그링 엘스로 놀러 나갔고 기사들만 게르를 지키고 있었다.

가나는 무척 피곤한지 짚에서 내리자 마자 드러누워 버렸다. 아니면 동료들이 있음에서 오는 편안함이 그를 그렇게 늘어지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해는 아직 쨍쨍하고 맞은편 사구가 희게 빛나고 있었다. 오늘 가나는 힘들었는지 우리가 짐을 내리는 것도 모른척한다. 짜파게티를 끓여먹고 운동겸 사구에 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가는 도중에 조지팀의 프랑스 커플을 만났는데 그들은 온몸이 진흙투성이였다. 우리보고 조심하란다. 사구가는 길은 개울이 흐르고 뻘밭이 있었는데 빠지지 않을려면 무척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이미 시간은 9시 30분이 넘어서고 해가지기 시작하였다. 어두워질 경우 찾아오기 힘들까봐 사구 앞까지 가는 것을 포기하고 저 아래쪽의 게르를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도중에 소 두 마리가 사람도 없이 걸어오고 있었다. 우리도 소 두 마리와 같은 방향으로 우리 겔을 향해 걷는다. 소들은 스스로 알아서 잘도 자기집을 찾아간다.

노을은 온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겔로 돌아와 물티슈로 얼굴도 닦고 발도 닦고 있으려니 기사들이 들어와 텔레비전을 보며 이야기 하게 되었다. 영어를 조금 하는 기사가 있어 우리의 일정을 일부 수정하였다. 비양자그는 차간소우자크와 비슷하단다. 그리고 에르덴달라이는 볼 거 없고... 그래서 이 코스를 과감하게 버리고 카라코름 코스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코스변경비용은 35000투르크(기름값). 그나마 영어할 줄 아는 기사를 만난 것이 행운이었다. 일정도 변경하고...

어느덧 밤 12시가 넘었다. 깔판을 들고 밖에 나가 별을 보는데 역시 둥근 하늘은 천체관이었다. 오늘도 유성을 보다. 게르안은 예상보다 편안하였다.

※이곳에서 만난 조지팀의 네덜란드 아이는 2년째 여행중이라면서 묻는다. 왜 몽골에는 한국사람이 많냐고? 그리고 지구상에 마지막 남은 코뮤니티 사회인 북한을 여행하고 싶단다. 몽골에 오니 많은 서양 여행객들이 북한에 대해 묻는다. 여행 베테랑들의 최후의 관심은 북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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