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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 가을 세자매의 느린여행2(스페인 산티아고로 향하여..)

랠리에고스에서 레온까지 (까미노 25일차,24.6km)

2026년 9월 30일(수) 흐리고 비

까미노 길에서 대도시 진입은 늘 지루했다.
그래서 오늘은 꼼수를 생각했다.
레온 진입전 시내버스가 다니는 곳에서
시내버스를 타고 도시 한가운데로
가리라고.
원래 레온까지 24.6키로인데
21키로만 걷자고 생각했다.

그리 마음을 먹으니 마음이 느긋해졌다.
어제 20키로도 12시 전에 도착했으니
오늘 레온 체크인 시간이 오후 2시니
천천히 가도 되리란 생각을 했다.

그런데
어제 비오고 할 일없는 랠리에고스에서
일찍부터 잠을 잤던 터라
새벽에 저절로 눈이 떠졌다.

6시 10분경 출발

이제 깜깜한 어둠속을 걷는 일이 꽤나 익숙해졌다.
오히려 새벽 어둠 길의 상쾌함에 익숙해졌다고나 할까?


오늘의 새벽길은 달빛도 별빛도 없는 길이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다.
오늘 언니 h님은
컨디션이 엄청 좋은지
어느새 날아가버려 보이지가 않는다.

7시 반 경 5.9키로를 단숨에 걸어
만시야에 도착했다.
꽤 커보이는 바에서 아침을 먹는데
하몽을 직접 썰어 주는데
신선하고 맛있어 보였다.
그래서 오늘 나의 아침메뉴는 하몽 샌드위치로 결정.

역시 신선하고 맛있었다. 그다지 짜지도 않고

이 만시야에까지 작년 봄에 젖은 신발 탓에
슬리퍼를 신고 걸었었다.

작년에는 지쳐서 이 곳에서 쓰러진 연기를 했었는데.

요 길위에서
다리를 심하게 절면서 못 걷는 한국남자 분을 만났다.
그를 돌보는 듯한 한국 남성과 여성이 한명씩 있었고
다 각자 와서 길에서 만난 인연이란다.
아픈 분은 미국에서 온 목사님이었고.
순간 우리에게 통증 패치가 있다는걸 생각해냈다.
그걸 그 아픈 분에게 주려는데 그 통증패치는
h님이 가지고 멀리 걸어가고 있었다.
전화를 해도 안 받고.
난 배낭을 짊어진 채로 h님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나 빨리 걸어가던지 좀체 잡을 수가 없었다.
큰소리로 불러대도 그 근처 까미노꾼들만 돌아볼뿐.
h님은 돌아보지 않는다.
간신히 붙잡고 패치 전달받아
다시 오던길을 되돌아 가니 난 이미 방전된 상태였다.
누군가를 도와주려는 것이 참으로 힘들다.
다행이 많이 가기 전에
그 아픈분 일행 중 한명이
와서 패치를 받아갔다.
나에게 있던 약품 하나를 더해 건네주고
다시 길을 걷는다.
그 분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제 메세타가 끝나가는 중 푸르름이 보인다.

푸엔테 비야렌테. 작년에 머물렀던 마을이다.
푸엔테 비야렌테(Puente Villarente)는 레온으로 들어가기 전 만나는, 순례길의 역사가 아주 오래된 마을이란다.
이 마을에 진입하기전
포르마강(Río Porma)을 건너는 긴 다리가 보인다.
원래 마을 이름은 Villarente인데
이 다리가 워낙 유명해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Puente Villarente,
즉 ‘비야렌테의 다리’라고 부르게 되었단다.
다리는 150m가 넘고,
전통적으로 20개의 아치가 있는 다리로 알려져 있다.
이미 12세기 순례기록에서도
이곳의 큰 다리가 언급될 정도라고.

다리 근처에는 16세기에 세워진 순례자 병원(Hospital de Peregrinos)이 있었단다.
병원 규정에는 아픈 순례자가 생기면
당나귀 한 마리를 항상 준비해 두었다가
레온까지 실어 보내도록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 당나귀를 순례길의 ‘최초의 앰뷸런스’라고
재미있게 표현하기도 한다고.

이 마을 자체도 까미노 때문에
성장한 마을이라고 할 수 있다.
순례자들이 포르마강을 건너
레온으로 향하는 중요한 길목이었고,
다리와 순례자 병원을 중심으로 마을이 형성됐었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알베르게와 식당 등
순례자를 위한 시설이 꽤 있다.

마침 이마을 바에서 커피 한잔하고
떠나려는데 비가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버스 정류장이 있었고.
유혹이 생겼다.
버스 타고 갈까?
그러나 버스를 기다리는 데
비가 그쳐 다시 걷기로!

이 바는 커피만 시켜도 이리 쿠키를 준다.

레온으로 가는 길. 자동차 판매점등 삭막한 도시의 길을 걸어야 했다.
그래도 내쳐 걷는다.

레온 시내가 내려다 보인다.

레온 입구 마침 우리앞에 시내버스 6번이 있길래 탔다.
버스비는 1인 1.2유로
중심가까지 버스 타고 이동

이제 이틀동안 머물 우리 숙소는
2시에 체크인이다.
1시라서 짐이라도 맡길려고 들어갔더니
이른 체크인을 해주었다.
방에 들어가 짐 풀고
곧장 점심 먹으러 고!

숙소 근처 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데
역시나 짠 것이 문제였다.
주문할 때마다 소금 적게 넣어 달라고 하는 말을 잊는 것이 문제였다.
앞으로는 꼭 해야지...

내일은 이 레온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연박하려니 마음이 한가롭다.
이틀치 과일 등 장도 보고
빨래도 하고
필요한 생필품도 사고.
레온 대성당도 들러보고.
느긋한 오후였다.

레온의 마요르 광장.
중세부터 이곳은 레온의 중요한 시장터였고,
17세기 중반 큰 화재 이후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재정비되었단다.
지금도 수요일과 토요일이면 전통시장이 열린단다.

상상해보면
광장 아래에는 장사꾼과 시민들이 가득하고,
축제나 투우가 벌어지고,
광장을 웨어싼 건물들의
긴 발코니에서는
도시의 높은 사람들이 그 모습을 내려다보던 곳이었다.
오늘 본 이 건물들이 350년 가까이
레온 사람들의 삶을 지켜본 셈이다.

마요르 광장을 지나
대성당으로!

오늘은 레온을 후다닥 보는 걸로 만족.
내시계의 걸음으로는 이미 26키로 이상을 걸어낸 하루였다.
내일은 레온 대성당의 내부를 봐야지.

오늘의 숙소
Quartier Leon Hostel Jabalquinto
3인실 2박 118유로
깨끗한 욕실 딸린 3인실을
알베 가격으로 머물수 있는 곳
간단하지만 아침도 제공되고
면시트와 이블이 포근했다.
22년 머문 곳인데 좋아서 다시 온 곳이다.
강추
방도 넓고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