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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일치기 열차여행

단종 애사의 고장 영월


언제부터인가?
내 사는 곳 광명을 벗어나지 못하고
다람쥐 쳇바퀴처럼 살고 있었다.
매일 매일이 비스므레한 그런 날들...

그러다 갑자기 저질러 놓은 정선 아리랑 기차 예매.
당일치기로 떠나오기로 했다.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습관 때문에
당일 아침 예약을 취소할까? 말까를 수없이 되뇌었다.
그러다 결심하고 일어나 전철을 타고 기차를 탔다.

 

어둠이 사라지지 않은 새벽 전철역으로 향하는 길에.....


휴우~~

혼자 계획하고 혼자 실행하는 여행은 수시로 갈까 말까를 반복한다.
그러나 떠났으니 시작이다.
일단 영월역에 내려 어디갈것인지 정할 것이다.

청량리역에서 아침 8시 30분에 출발하는  정선 아리랑 열차.

이 열차는 일반 열차처럼 코레일 앱에서 예약 가능하다. 운임은 새마을 호 특실 운임이었고. 

 

열차를 타려는 사람들은 다들 살짝 들뜬 분위기였다. 관광열차의 그 분위기..

정선 아리랑 열차는 2,7,12,17,22,27에만 청량리-아우라지 구간을 왕복 1회하고 있다.

내가 탄 날짜는 11월 17일.

열차는 4호차까지 있었고 각 호마다 색깔을 달리하고 양쪽 천정 일부를 유리로 해놓아 전망을 더 잘 즐길 수 있게 하였다.

그러나 내부 인테리어는 너무 레트로라고나 할까?

열차 내부 사진을 미처 못 찍어 아쉬울 뿐. 

 

기차는 생각보다 훨 낡아보였다.

그나마 찍은 열차의 외부


열차는 2시간 후 10시 30분 영월역에 도착하였다. 

기차안의 사람들은 다들 정선 아우라지까지 가는데... 순간 더 갈까를 망설이다가

예정대로 영월에서 하차.

 

영월역,정겨운 한옥이라 오랫만에 온 영월이 따듯한 느낌이었다.

 

발걸음을 영월대교로 향하였다. 

영월에서 처음 하려고 하는 것은 새벽에 나오느라 걸른 아침을 해결하는 것.
메밀전병과 순대국으로 유명한 서부시장으로 발길을 옮겼다.

 

영월 대교를 건너면서 본 동강. 정겹다. 그리고 이 산이 봉래산인데  이 산 꼭대기에 별마루 천문대가 있다. 천문대에 카페도 있는데 그 뷰가 멋지단다.그러나 요즘 공사로 문을 닫아서 가진 않았다.

 

영월 대교를 건너면서 바라보는 동강으로 인해 

아 내가 여행을 왔구나!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발걸음도 가볍고..

 

관풍헌, 청령포에 유배되었던 단종이 홍수가 나자 옮겨와 살았던 곳으로 이 곳에서 17살의 어린나이로 승하하였단다.

 

영월부 관아 관풍헌

 

서부시장 가는 길에 관풍헌도 잠깐 들러 서러웠던 단종의 일생에 묵념도 해본다.

관풍헌에서 조금더 직진하니 서부시장.

메밀 전병

 

메밀 배추전
옥수수 가루로 만든 올챙이 국수.

 

서부시장안에는 메밀전병과 메밀 부추전 올챙이 국수를 파는 좌판이 주욱 늘어서 있었다.

예전 전통시장에가서 좌판에 앉아 먹는 그런 분위기다.

 

난 밥을 든든히 먹어야 해서 서부 순대국집으로 직행.

소박하고 단순해 보이는 순대국은 뜻밖에서 국물이 엄청 깔끔하고 맛있었다.

처음에는 반만 먹고 나가서 메밀전을 사먹어야지 생각했다가 완밥하고 말았다.

그리고 나서 
그 앞에서 후식으로 배추 메밀전도 한장.

(한장에 2,000원, 1인분 2장만 판다는 좌판도 있고, 한장씩 파는 좌판도 있다. 둘러 보길.)

메밀전까지 먹고나니 배가 너무나 부르다.

버스 시간도 애매하고 배도 불러 걸어서 장릉까지 가기로...

하늘은 맑고 걷는 걸음은 가볍다.

 

걷다가 만난 창절사 이 곳은 단종과 관련된 사육신, 생육신 등 10분의 충절 위패가 모셔져 있단다.

 

장릉 가는 길에 만난 알뜰 시장. 그러나 여행자에게는 건질 물건이 없다.

장릉 바로 옆에는 이 도깨비 마을도 있는데 시간이 여의치 않을 듯 하여 패스.

 

 

장능에 도착하자 마자 전시관 먼저 관람. 어린 비운의 왕의 모습이 안쓰럽다.

 

장능.

 

이 장능은 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단종의 시신을

영월 호장 엄홍도가 충정으로 몰래 시신을 거두어 현재의 자리에 묻었었단다. 

이 후 종종 11년(1516) 노산묘를 찾아 봉분이 갖추어졌고,

중종 36년(1541) 당시 영월군수 박충원의 현몽에 따라 제사를 지냈으며

선조 14년(1581)에 묘에 일부 석물을 세웠단다.

세상을 떠난 지 241년이 지난 숙종 24년(1698)에 왕으로 복위되어 묘호를 단종, 능의 이름을 장릉이라 하였단다.

 

서울과 경기도권에 있는 다른 왕릉들과 달리 유일하게 강원권에 있는 왕릉이었다. 

 

장릉에 한참을 있다 나와 청령포를 가려던 발걸음을 선돌로 옮겼다.

선돌까지는 도보길이 없어 못 걷고 택시를 불렀다. 앱에서 부른 택시는 5분이 채 안되어 도착하였다.

 

 

늦가을의 선돌은 다소 쓸쓸하였다. 그러나 명 풍경을 맞았고... 도보길이 한창 공사 중이라 어수선함이 더했다. 

그래도 사진 몇장을 찍어본다.

 

 타고 온 택시가 기다리기에 사진 몇장찍고는 돌아 나왔다.

다시 택시를 타고 청령포로...

맑았던 날씨가 흐려지면서 쌀쌀함을 더했다.

 

 

 

 

단종이 머물렀던 청령포 가는 길은 이 배를 타고 들어가야만 했다.

이 강이 서강인데 서쪽은 험준한 암벽이 솟아있고 삼면이 강으로 둘러싸여 섬과 같이 형성된 곳이었다.  

어린 단종은 이 곳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았을까?

 

 

단종의 거처

 

망향탑.


이제 청령포안은 숲이 잘 가꾸어져있었다. 날씨가 좋거나 꽃이 피는 봄에 더욱 좋을 듯.

청령포 안을 한참이나 거닐었다.  그러다 다시 배를 타고 나오니

커피가 고프다. 새로 생긴 카페에 들어가 커피와 단 것을 시키고 앉아 밖을 내다 보니 

살짝 살짝 눈이 내리고 있었다. 

 

카페에서 나와 보니 여기 대중교통이 이젠 없다. 택시도 잘 안불러지고.

마침 도보 길도 있고 거리도 걸을 만한 것 같아 걸음을 옯겼다.

 

나의 다음 목적지는 
동강 사진 박물관


동강 사진 박물관에 관람객은 나 혼자다. 그래도 좋다. 얼마전 서촌의 한미 갤러리에서 본 작가의 작품도 있었고...

과거 우리네 모습이 사진에 담겨있어 재미있었다.

 

 

 

동강 사진 박물관에서 나와 이제 영월 역을 향해 걷는다. 아침에 걸었던 길을 복습하듯이...

서부 시장을 지나고나서 나의 걸음이 멈춘 곳은 청록 다방이었다.

영화 라디오 스타를 찍었던 곳. 그래서 배우들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

난 이 다방에서 달걀 노른자가 띄워진 쌍화차 한잔을 받아 들고 

새벽부터 일어나 돌아다니 곤함을 달랬다.

 

 

이제 이 다방을 동네 분들의 사랑방이었다.

때마침 들어온 동네 분들이 붕어빵을 들고와서 나에게도 나누어 주었다.

나그네는 이 작은 나눔이 그저 좋았고...

 

 

영월역으로 가는 길. 동강은 어두워지고 있었다.

 

이제 이 영월에서 딱히 할일이 없는 나는 7시 50분 기차표를 환불하고 5시 44분 기차표를 서둘러 사서 돌아왔다.

 

멀고 멀게만 느껴졌던 강원도 영월 여행이 이리 당일치기로 충분할 줄이야...

떠나기 전에는 수도 없이 망설였지만 일단 떠나고 나면 마음에 충분한 여운이 남는다.

여행은 그저 저지르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