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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

교학사 교과서, “독도는 영유권 분쟁 지역” 일본 입장 그대로 실어

[경향신문]김지원 기자 deepdeep@kyunghyang.com

 

ㆍ친일미화 논란 이어… 최종본 여전히 ‘오류’
ㆍ제국주의적 침략 과정도 축소·완화해 표현
ㆍ교육부, 오류 있음에도 지난 13일 최종 승인

친일미화 논란을 빚고 있는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이 ‘독도는 분쟁 지역’이라는 일본 측 입장을 그대로 싣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교육부는 해당 오류가 있음에도 지난 13일 최종 승인을 발표했으며 지난 28일 부산 부성고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다. 일본 문부성이 교과 지도서에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시켜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교육부의 처사는 스스로 영토 주권을 포기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독도수호대는 29일 “교학사 최종본이 여전히 독도와 관련해 일본 측의 주장이나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등 중대한 오류 30여 항목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독도 영토 문제와 관련한 일본 측 입장을 그대로 옮긴 대목이다.

교학사 교과서 최종본 355쪽에는 ‘(샌프란시스코 조약에) 독도가 빠져 한·일 독도 영유권 분쟁 시작의 계기가 됐다’고 적혀 있다. 독도 문제를 ‘영토 분쟁’으로 보는 시각은 일본 측의 입장이다. 일본 정부가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하려는 움직임에는 이러한 입장이 전제돼 있다. 우리 정부는 줄곧 “독도는 역사적, 지리적, 국제법적으로 명백한 한국의 영토이며, 영토 분쟁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최종본 351쪽에 실린 참고지도는 일본이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는 독도, 댜오위다오(센카쿠열도) 등을 포함한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ZZ)을 그대로 싣고 있다.

독도수호대 김점구 대표는 “해당 지도는 현재 일본의 거의 모든 역사교과서에 필수적으로 삽입돼 있는 지도인데, 이를 별다른 비판도 없이 우리 교과서에 그대로 싣고 있다”며 “반면 교학사 교과서는 우리나라의 해양영토를 표시한 지도는 수록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제국주의적 행보를 축소, 완화하려는 표현도 눈에 띈다.

교학사 최종본은 19~20세기 일본의 동북아시아 영토 정복 과정을 ‘민족주의와 잠복된 제국주의’라는 소제목으로 표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일본의 침략전쟁은 ‘잠복된’ 제국주의가 아닌 제국주의 그 자체였다”며 “교학사의 관점으로 볼 때, 침략 과정에서 나타난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 등도 제국주의의 ‘결과’가 아니게 된다”고 비판했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문제 왜곡에 대해서도 축소 서술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교과서의 독도 서술 문제가 본격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다. 2005년 ‘새로운역사교과서를만드는모임’에서 발간한 후소샤판 중등 공민 교과서는 “다케시마(독도)는 국제법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일본 고유의 영토인데,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을 포함했고, 같은 해 문부성 검정을 통과한 ‘도쿄서적’ ‘오사카서적’판 공민 교과서는 “다케시마, 센카쿠제도는 모두 일본 고유의 영토”라고 적시했다. 해당 교과서의 채택률은 당시 83.5%에 달했다. 그러나 교학사 최종본은 일본의 역사 왜곡 시점을 ‘2011년 이후’로 적고 있다.

김 대표는 “독도를 ‘분쟁 지역’으로 표현하는 것은 1950년대 이래로 일관된 우리나라 정부의 입장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처사”라며 “교육부는 일본 문부성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면서도 우리나라 정부 입장과 반대되는 교학사 교과서를 검정 통과시켜 ‘자가당착’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전국역사교사모임 조한경 회장은 “일본 정부는 교과서 개악을 앞세워 우리나라 역사에 현실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우리나라는 아픈 근대사를 지니고 있는 국가인 만큼 올바른 역사교육을 통해 주권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