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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을 가다

고비를 달리다.

LONG

8월 6일(토)

울란→Rock foundation→바가 가즈른 출루(신성한 곶)

오늘 드디어 대정정을 시작하는 날이다.

어젯밤에 술주정뱅이의 울부짖음으로 잠을 설쳤다. 그리고 괜스레 뒤숭숭하다.

커피와 빵과 달걀과 우유와 플레이크로 아침을 해결..

언제 씻을 지 모르기 때문에 샤워를 한번 더 해주며 기다린다.

9시에 같은 방의 조지는 짐을 챙겨 내려가기 시작하고 곧이어 10시 우리도 짐을 들고 내려가 앞으로 7일간 운전을 해 줄 기사 ‘가나’와 대면하였다.

먼저 김씨에게 투어비를 내고-투어비는 차량임대와 기사,기름값 포함 550불이었다.

김씨는 커다란 물통에 물을 가득채워주고, 그릇,접시,냄비,가스버너 등 음식을 만들 도구들을 빌려주었다. 원한다면 침낭도 빌려준단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것이 있어서 침낭은 사양.

떠나기 전에 MK마켓과 백화점 슈퍼에 들러 김치,감자,양파,홍당무,라면, 그리고 보드카,물,부탄가스 등을 사서 실었다.

날씨는 약간 더운 듯 하나 치명적이지는 않았다.

초입의 커다란 ‘오보’-돌을 쌓아 올린 단,몽골사람들은 이곳에서 그들의 무사안녕과 건강을 빌며 목발 등 자신들의 물건들을 가져다 놓는다.-에서 잠시 멈추어 치성을 드리고 떠난다.

기사 가나는 어제의 인상과는 달리 순박하고 선량해 보인다.

짚차는 자신의 차로 무척 아끼고 틈나는 대로 닦고 손질한다. 무던하고 7일동안 옷은 잘 갈아 입지 않았다.- 그리고 다른 몽골 사람들과 달리 배가 많이 나왔다.

짚은 상쾌한 초원으로 들어갔다. 한시간 간격으로 쉬는데 초원이 다 허브라서 허브향이 훅 사방에서 끼친다. 이 좋은 허브를 양들이 먹고 산다니...

파란 하늘에 희디흰 구름이 아름답다.

가나와 빵도 나누어 먹고 사탕도 나누어 먹어가면서 우리는 사이좋게 초원을 달려갔다. 사람도 짐승도 없는 적막한 초원. 그 곳에서 이따금 만나는 양떼와 사람들이 무척이나 반갑다. 차가 지나갈 때마다 양떼들이 허둥지둥 내빼는 모습들도 우습고. 어쩌나 보이는 외로운 한 채의 겔도 반갑다.

오후 4시경 Rock foundation이라는 바위가 주욱 늘어선 곳에 도착하였다.

펼쳐진 바위가 넓은 기단같다. ‘신성한 곶’이라는 바가 가즈른 출루.

바위위에 걸터앉아 명상을 해도 좋은 장소였다. 바위위엔 곳곳에 돌무더기가 쌓여있어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같음을 알려준다. 바위사이에 동굴이 있음을 가나가 알려주어 동굴에 들어갔더니 에어컨이 켜진 것처럼 서늘했다.

가나는 우리에게 이 곳에 관한 많은 것들을 알려주었다. -물론 바디랭귀지로,, 그가 할 줄 아는 영어는 ‘good!' 하나 뿐이다.- 낙타가 있는 곳도 알려주었고 바위틈에 있는 작은 구멍에서 물을 떠서 눈을 씻으면 눈이 맑아진다는 것과 그 작은 샘 주위를 시계방향으로 돌면 몸이 좋아진다는 것도 알려주었다.

우리는 낄낄거리며 그가 시키는 대로 다 한다.

이제 짚은 바위틈 사이를 간다. 가다가 겔f이 두채가 나타나자 멈추었다. 이 곳이 오늘 밤 우리가 머물 숙소란다. 겔안은 상당히 크고 깨끗하였다. 겔안엔 티브이, 침대,시계,세면대 옷장 등이 정갈하게 놓여있고 정면 천장엔 양고기가 달려 있었는데 이상하게도 파리가 달라붙지 않았다.

이 집은 상당히 부유한 듯. 가축도 수백마리가 있고 살림의 규모도 안정적이었다. 멀리 떨어져 있는 화장실도 냄새가 나지 않았다. 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면서 자연의 풍광을 감상하는 맛도 일품이다. 저녁으로 카레라이스를 만들어 먹고나서 밖에서 보드카 한잔 하려다 바람이 불어 겔안에서 이 집 식구들과 보드카를 마셨다. 이들은 보드카 잔을 받자마자 끝에서 두 번째 손가락을 담가 튕기고 이마에 찍는 의식을 치른다.

우리를 대접한답시고 DVD를 켜주는데 아주 야한 것이라 민망하였다. 그들도 민망한지 얼른 교체한다. 할머니,할아버지,아들 둘, 아가 둘이 이 집 식구들이다.

이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이 맘에 들어 주변을 산책하러 나가니 주변은 마치 천국같은 풍경이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밤에 식구들은 옆의 겔로 가버리고 이 큰 겔에 우리 셋이 잠을 잤다.

자다 깨어 화장실을 가려다 하늘을 보니 별이 많지는 않다. 개소리가 무서워 그냥 들어오다.

8월 7일(일)

바가 가즈른 출루(신성한 곶)→만달고비→차간소우루크

6시에 일어나 해뜨는 것을 보기위해 밖으로 나갔다.

바위너머 해가 붉게 떠오르고 있고 이 겔의 양들이 한가롭게 누워있다. 참으로 평화롭고 아름다운 풍경이다. 천국이 이런 곳일까?

겔주변을 맴돌며 이리저리 어슬렁 거려도 마음이 편안하고 그저 좋다.

누릉지를 끓여먹고 짐을 챙기니 7시 30분이다. 옆 겔에 들어가보니 할머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있고 한 쪽 바닥에는 아가가 끈에 묶인 채 누워있었다. 그 모습이 측은하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고... 여자아기인데 아이 엄마는 어디 갔는지 없어 손짓으로 물어보니 먼데 가고 없단다. 끈을 풀어 아가를 안고 어르니 순하게도 방실거린다. 즉석카메라로 할머니와 아가를 찍어주니 다들 함빡 웃는다.

이 집 남자들은 선량하고 순진하게 보였다. 일일이 악수를 하며 작별인사를 하였다.

8시쯤 출발.. 사막에서의 하루 일과가 꽤 이르게 시작되고 있었다. 길은 여전히 초원길이고 양떼들이 우리차가 지나갈라치면 허둥 지둥 도망치는 폼이 우스꽝스럽고 재미있다. 가끔가다 나타나는 이 양떼들이 사막의 무료함을 없애주고 있다.

우리가 탄 가나의 짚은 러시아제인데 꽤 오래된 듯 하지만 가나가 성심 성의를 다해 보살피는 탓에 고장나지 않고 잘 달리고 있다.

8시 25분 만달고비 도착. 황량한 사막 가운데의 도시이다. 상점문이 9시에 연단다. 짚안에서 기다려 문이 열자 마자 들어가 보았지만 우리가 원하는 사과와 야채는 없다. 가나 줄 음료수와 맥주 2캔 감자칲, 그리고 쵸코파이를 사들고 다시 길을 떠난다. 가나에게 상점이 아니라 이 지역의 토속시장을 가자고 온갖 수단을 다 해 표현해 보았지만 그는 알아들었는지 말았는지 그냥 만달고비를 떠나버린다.

시장은 10가 넘어 열릴거라고 우린 스스로 위안을 하며 과일과 야채를 포기해 버렸다.

만달고비는 더 이상 향기로운 초원이 아니라 완연한 반사막이었다. 풀이 없거나 마른 낮은 관목들이 있거나 하는 더욱 더 황량한 모습들이 이어지고 있었다.

게르의 모습도 가축들의 모습도 점점 드물어져서 세상이 온통 우리들 뿐인 듯 싶다. 가나는 1시간에 한번씩 쉬어가며 차를 달래 듯 운전하고 있었다.

이렇게 쉴 때마다 우리는 차 그늘에 숨어 불어오는 바람을 적나라하게 느껴야 했다.

가나는 매번 오는 길일 텐데도 이 황량한 사막에서 방향 잡기가 용이하지 않는지 중간에 게르가 나타나면 차를 세워 길을 묻는다. 어느 외로운 겔앞에서 차는 섰고 그 겔의 청년이 오토바이로 길을 안내해 주며 앞장선다. 길이 없는가 싶으면 어느새 차바퀴가 난 길이 신기루처럼 나온다. 마치 우주의 한 부분인 듯 황량하기 이를데 없는 곳이다. 어느 덧 와!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오는 절벽이 있는 곳에 다다랐다. ‘차간소락’ 마치 그랜드 캐년같은 곳이다. 당근 신성한 곳이다. 태양이 너무 밝아 안경을 썼음에도 눈이 부시다. 이리 저리 껑충거리며 사진을 찍고나니. 가나왈.

원래 이곳에서 묶을 예정이었으나 묶을려던 게르가 없어졌단다.

아직 오후 3시인데 벌써 하루 일과를 마쳐야 하다니... 이정표에 나와있는 게르캠프는 일박에 15불이란다. 우린 좀더 싼곳이 없냐고 했고, 없으면 달란자드가드까지 가자고 했다. 가나는 달란자드가드까지가 10시간 걸린단다. 할 수 없이 근처 게르를 알아보기로 하였다.

3시 30분 길가의 외로운 게르 두채를 발견. 물어 갈 수 있냐고 하였더니 된단다.

태양은 넘치게 내리쬐고 있었고 주변에 민가는 보이지 않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이 게르는 어제의 게르와 달리 가난함이 묻어 있었다. 안에는 식구들의 침구류 및 부엌도구들이 널려있어 더욱 어수선하였다. 주인 여자는 수태차를 대접한다. 난 무안할까봐 마시는데 세진과 선영은 고개를 흔들며 안마시겠단다. 버터차는 나름 고소하다. 그래도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어야겠기에 짐을 꺼내 내려놓고 식사 준비를 하였다. 물통의 물로 고양이 세수도 하고..

일단 라면을 끓여 안주 삼아 보드카를 마시니 어쨋거나 신선이 따로 없다.

어떻게 쉴 것이냐가 고민되게 지저분한 바닥이 계속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우리를 심란하게 만들었다. 가나에게 깨끗한 바닥깔개를 부탁하니 자기 담요를 준다.

이 집거 없냐니까 얼굴을 찌푸리며 이 집 깔개는 지저분해서 못쓴단다. 그 표정이 우스워 한참을 웃었다. 가나의 담요를 깔고 쉬려니 가나가 다시 와서 옆의 작은 게르를 깨끗이 치워 놓았으니 그리로 옮기란다. 옮겨가니 훨 아늑하고 깨끗하다.

이 게르는 어제의 게르보다 좀더 토속적이고 자연적이다. 흰양이 사람과 함께 게르안에서 살고 있고 망아지가 젖병을 물고 자란다.

이 집 아이들(5명)과 어렵게 통성명을 하고 즉석사진을 찍어주니 아이들이 우리 겔에 늘러붙어 갈 생각을 안한다. 아이들과 양과 망아지와 한참을 놀다보니 시간이 벌써 8시다. 휴지를 챙겨들고 셋이서 밖으로 나와 사방으로 흩어져 볼일을 보았다.

세상에서 가장 큰 화장실이다.

어느새 해가 서쪽에 걸려 넘어갈 태세를 하고 있고 먼 들판에 나가있던 양이며 말들이 줄줄이 돌아오고 있었다.

언덕위로 올라가 보니 뚝 뚝 떨어져 저쪽 먼 곳에 두채의 게르가 있고 반대편에 한 채의 게르가 있었다. 아까는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게르들이 환영처럼 보이는 것이다. 이 곳에는 모두 5채의 게르가 있었다.

외롭고도 신성스러운 느낌의 곳이다. 좀 더 가축이 많아 보이는 아래 겔을 태양의 유혹에 끌려 다가가니 염소,양을 둥그렇게 몰아 놓고 목을 굴비엮 듯 교차시키며 묶어놓고 있어 안쓰럽고도 희한한 풍경을 만들고 있었다. 그 집 딸이 엮여있는 염소의 젖을 짜고 있어 사진을 찍으려하니 그 엄마가 못찍게한다. 머쓱하니 돌아왔다. 아이들은 가축의 똥을 모으고 있고, 아이들과 여자들이 일을 하는 동안 남자들은 겔 주위에서 놀고 있었다.

주위에 어둠이 옅게 깔리고 저멀리 점처럼 보이는 우리 겔로 돌아가는 선영이와 세진이의 뒷모습들이 마치 자연의 한 부분같이 아름답다. 참으로 척박하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우리 겔로 돌아오니 10시가 다 되어 있었고 사방이 어둑해졌다. 노트를 들고 밖으로 나와 일기를 쓰다가 완전히 어두워져 겔안으로 들어가니 촛불이 켜져있었다.

물티슈로 얼굴을 닦고 얼굴 닦은 티슈로 발도 닦는다. 물이 없어 씻지 못한다는 핑계가 게으른 자에게는 참 좋다. 그리고 씻는 시간도 벌고...씻지 못한다는 불편함이 웬일인지 없다. 침낭을 펴고 비로소 자리에 누웠으나 잠이 쉬 오지 않는다.

12시쯤 겔 천장을 보니 별이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모두들 깨워 밖으로 나와보니 하늘은 둥근 천체 우주관이었다. 마치 손을 뻗으면 잡힐 듯이 하늘이 가깝고 별이 가깝다. 순간 하늘에서 별똥별이 떨어졌다. 여행이 무사하게 마칠 수 있도록 빌었다. 은하수가 구름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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