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35일차(포르토마린에서 Airexe(Ligonde)까지,17.3키로
2025년 5월 13일(화) 종일비
벌써 며칠째 비가 내린다.
그동안 비 맞고 걷는 것이 싫어서
차를 타고 건너뛸까를 매일매일 갈등했었는데
결국은 다 걷고 말았다.
오늘은 종일 비가 내린다지만
약하게 내린다고도 하고 건너뛰는 것도 귀찮어서
갈등하지 않고 그냥 걷기로 하였다.
주섬 주섬 짐을 챙기는데
우리 방이 독립된 별채라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짐을 꾸릴 수 있어 너무나 좋았다.
난방을 하지 않았는데도
따듯하게 잘 잔 이 집.
어제 사놓은 샐러드와 사과.
그리고 삶은 달걀로 아침을 먹고 길을 나선다.
7시. 어둠이 걷힌 시간이다.




포르토마린(Portomarin)은
미뇨(Mino) 강 위에 세워진 도시로
1960년대에 댐 건설로 인해
도시 전체가 높은 지대로 이전되었단다.

산 니콜라스 교회(lglesia de Sar Nicolás)는
원래 위치에서 돌 하나하나를 번호 매겨 지금의 위치로 옮겨졌단다.
그래서 까미노 길은 다시 마을 아래로 내려가
강을 건너가야 했다.
사리아 이후로 걷는 사람이 많아져
이른 아침에도 길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사람들을 따라가면 된다.






강을 건너면서부터 완만한 오르막이 계속되었다.
오르막에서 힘겹게 올랐던 언니가
까미노 막바지인 요즘에는
잘도 올라간다.
비는 가늘게 내리다 말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포르토마린에서 약 8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마을, 곤사르(Gonzar)에는 꽤 큰 바가 하나 있다.
그동안 아무것도 없는 길을 걸어왔던
거의 모든 순례자들이 여기에서 쉬어간다.
우리도 발을 멈추고
커피와 토스트를 먹었고








비가 오는 까미노길에도 정말 많은 사람들이 걷고 있었다.
물론 한국사람들도 많고
벤타스 데 나론(Ventas de Narón) 마을을 지나가는 데
이곳은 중세 시대에 상업과
순례자 지원의 중심지였던 곳이었단다.
지금도 순례자들을 위한 바에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다.






바마다 사람들이 그득했다

오늘의 길은 소와 말과 양과 닭들을 보며 걷는 길이다.
소똥 냄새도 맡으며 걷는 길





비가 와서 경치 감상도 안 하고 내처 걸어 도착한
리곤데(Ligonde) 마을은
역사적으로 순례자들의 묘지가 있었던 마을로, 17세기에 세워진 유명한 석조 십자가(Cruceiro)가 있다.
이 십자가도 그냠 눈으로만 보고 길을 걷는다.
오늘의 우리들의 종착지 아이레세(Airexe)는
작은 마을이었다.
숙소가 두어 개 있고 레스토랑이 두 개 있는 마을
메일을 보내 오늘의 숙소를 예약했었다.
12시 10분쯤 아이레세 마을 도착.
우린 먼저 마을 입구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이 렌틸콩 스프는 뚝배기에 지글거리게 나와
빗속을 걸어 추워진 몸을 데우기에 충분했다.
이 식당에서 다시 만난 한국인 부부는
그동안 빗속을 걸어
너무 힘들었다며
마치 고된 일을 함께한 동지를
만난 것처럼 반가워했다.
그분들은 여기에서 팔라스 델 레이까지 간단다.
우리가 오늘 이 마을에 머문다니까 부러워했다.
비는 다시 세차게 내리고 있었다.
우리도 이쯤 걷기를 마친 것에 안도했고.
점심을 먹고 찾아간
호텔에서 우린 다시 행복을 맛보았다.
이 숙소 이층 방 두 개를 우리가 다 쓰게 된
것이다. 독채 사용
자매들은 어제에 이어 오늘도 행복
우리 모두 오늘은 걸었는지도 모르게
다 왔다고 했고.
컨디션은 셋다 좋다.
주인장은 비 맞고 걸어와 춥다니까
히터도 즉각 틀어 주었다.
신발 말리기 좋다.
씻고 쉬다가
저녁엔 다시
점심때 갔던 레스토랑에서
렌틸콩 수프와 빠예야를 먹었다.

오늘의 숙소
Pension eirexe
방 두 개 (70유로)
예약 사이트에 안 나와있어
메일을 보내 예약한 숙소
정보가 없어 좋은지 나쁜지 몰랐다.
그러나 오늘 우리가 배정받은 방은 너무 만족이다.
잇달아 있는 방 두 개와 깨끗한 욕실
이층 전체를 우리가 쓴다.
깨끗하고 집처럼 편안하다.
난방도 잘 틀어주고
주인장 친절하고
단 이 집은 현금만 받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