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미노 20일차(프로미스타에서 까리온 데 로스 콘데스까지,19키로)
2025년 4월 28일(월)
오늘의 여정은 약 19km로
25키로 이상을 걸어본 우리에게 약간의 위로를 주는 거리였다.
높낮도 거의 없는 평탄한 지형이다.
메세타(Meseta) 평원 지역의 넓은 밀밭과 전형적인 카스티야 마을들을 지나가는 여정이었다.
자매들은 메세타에 들어오면서
정말 잘걷고 있었다.
특히 언니는 네시간 정도는
빠르고 힘차게 잘걷는다.
가벼운 런닝도 해가면서.
초반에 바짝 걷다가
네시간이 지나면 발 바닥이 아파오기 시작하면서
걸음이 느려진다.
그래도 초반에 빠르게 걷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간이 단축 되고 있었다.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자고 일어나면
발은 저절로 재생되는 시스템.
갤럭시 워치의 기록을 보면
우리의 평균 속도가 5.1키로 되니
정말 나름 잘 걷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은 넓고 욕실의 물도 뜨거워서 좋았으나 청소 상태가 미흡했던 우리의 프로미스타 숙소를 떠난다.


우리 숙소 건너편 제과점에서 아침을!
커피도 빵도 다 맛있다.










평평하고 오르막이 없는 길이다.
넓게 펼쳐진 밀밭과 둥근 하늘이 닿아 마치 우주 속을 걷는 느낌마저 드는 메세타다.






오늘 우리는 희망에 부플어 있었다.
오늘의 우리 숙소는 잘 갖추어진 아파트였기 때문이었다.
아파트 바로 옆에 마트도 있어 식재료를 사다가
오이 무침도 하고 밥과 미역국도 끓이고 수육도 만들어 먹으리라.
기대를 잔뜩하고 날으듯이 걸음을 걸어
12시 20분 쯤 아파트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12시 30분경 스페인 전국에
엄청난 재난이 생겨버렸다.
전국에 원인 모를 정전 사태가 되어
식당도 마트도 기차도...
모든 것이 스톱 되었다.
처음에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서는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맛있는 밥을 포기하고
근처 바에가서 샌드위치로 배고픔을 면했는데
카드는 안되고 모든 것이 현금으로만 가능했다.
현금이 얼마 없어 그것도 불안하고
이 상황이 언제까지 갈건지도 궁금하고
동네는 사람들이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서로 뭐라 뭐라 해댄다.
인터넷도 안되어 소식도 모르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물은 나왔다.
찬물로 대충 샤워를 하고
아무것도 할수 없는 우리는
침대에서 쉬다가
거리를 돌아 보기도 하였다.
다들 바에서 과자 나부렁이를 놓고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그나마 재빨리 구해온 파이와 우리에게 남은 치즈를 안주로
와인을 마셔본다.
전기가 없고 인터넷이 없으니
정말 할일이 없다.

큰 마트는 문을 닫고 작은 마트만 열었는데
사람들이 비상식량을 구하려고 줄을 서 있었다.
까리온에 전기는 오후 8시 50분경 들어왔다.
급하게 세탁기 돌리고 미역국 끓이고
뭐라도 사볼까 해서 마트를 갔는데
오늘 문을 안 연단다.
길에서 한국인 가족에게 쌀 한줌을 얻어
밥을 해서 미역국과 먹으니 넘나 담백하고 맛나다.
이 어느 나라나 닥칠수 있는 무서운 재난.
이 커다란 나라 스페인에 닥친 오늘의
재난을 어느나라라고 안닥치라는 법이 있은까?
"어둠 속에서도 태양이 높이 떠 있는 도시가
무언가를 말할 때가 있습니다.
300만 명이 넘는 인구와
모든 것이 검게 변해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수백만 명의 인구가 있는 마드리드는 포효했다.
소방관, 경찰관, 구급차의 사이렌이 울렸다.
자동차의 엔진 소리가 1단 기어에서 울렸고,
경적을 울려 질서를 잡았다.
신호등이 없는이 나라에서는 어머니 같은 정신,
창문 밖의 소란, M-30(그것을 수용하는 서킷)에서
매일 사고가 나는 이 수도에
특이한 예의가 적용되었습니다.
오후 1시가 되면 공립 병원이 빛도 없이
신경외과 의사의 정확성과 침착함으로 운영되고 있을 때,
이 황량한 도시는 많은 것을 말해 주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
마드리드에 살지만
교외에서 잠을 자는 사람들,
차가 없고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른 채
컴퓨터, 책을 들고 쉬지 않고 걷는 사람들 등
많은 사람들도 다른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 목적지까지 몇 킬로미터
더 가까이 데려다 줄 수 있도록 히치하이킹을 한 사람들.
여러 시간 동안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누지 못한
많은 사람들과,
아마도 이 신문이 끝날 무렵쯤
집으로 돌아와 철도망이 끊긴 채
잠을 못 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베리아반도는 스페인과 포르투갈의 대륙 영토에 전기가끊기는 대규모의 역사적인 정전을 겪고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40년 넘게 일하면서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라고 10년 동안 Red Eléctrica의사장을 역임한 Jorge Fabra는 말합니다.
오후에는 일부 지역에서 전기가 복구되고 있습니다.
스페인 신문기사의 내용이다.
이 재난의 현장에 있으면서
생각이 많아지는 오늘이었다.
오늘의 숙소
Loft Carrion(82유로)
지금까지 내가 묵어본 아파트 중에서도
단연 톱인 아파트다.
일단 체크인을 하면
우유,쥬스,잼,캡슐커피,차,물, 초콜릿 등이
제공되고
아파트는 군더더기 없이 깨끗하고
인테리어가 잘되어있다.







